56년간 헤어진 가족 찾은 장성경찰
56년간 헤어진 가족 찾은 장성경찰
  • 김지운 기자
  • 승인 2024.05.20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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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미 경위는 똑 부러지고 일 잘하는 경찰로 소문나 있다. 이 경위는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달려가 경찰다움으로 해결하겠다며 당찬 의지를 내비쳤다.

“아이고 내 동생아, 아빠 얼굴을 그대로 닮았구나” 큰 형님은 잃어버렸던 동생을 한눈에 알아봤다.

“그때 온난이가 내 손을 안 잡았어”라며 동생은 울부짖었다.

지난 7일 오후 2시 장성경찰서에서 헤어진 지 56년 만에 상봉한 다섯 형제는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누나와 두 동생은 연신 “살아 있었구나”라며 감격했다.

반세기만의 상봉은 장성경찰서 청문감사계 이선미(50) 경위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찾아 반드시 희망을 주겠다”는 신념에 찬 탐문 수사 끝에 이뤄졌다. 접수 받은지 37일 만에 일궈낸 쾌거였다.

이 경위는 “장애인 A 씨에게서 설명하기 힘든 애처러움이 느껴졌다. 법정후견인 B 씨에게도 A 씨를 위하는 마음이 진심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며 A 씨와 법정후견인이 처음 경찰서를 방문한 3월 27일을 또렷이 기억했다.

A 씨의 경찰서 방문은 처음부터 헤어진 가족을 찾겠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이 경위는 말했다. “지난 2월 1일 아들이 안타깝게 사망하면서 사실 확인서를 발급받기 위해 방문했었다”고 이 경위는 말했다.

세상을 향해 그동안 입을 닫았던 A 씨가 처음으로 입을 열어 한 말이 “나 죽으면 내 재산 어떻게 하느냐”고 법정 후견인에게 말했다고 이 경위는 전했다. 이어 “가족을 찾고 싶다”는 말과 함께 A 씨가 기억하는 형제 3명의 이름과 자신의 이름을 적어 법정 후견인에게 주었다.

이 경위는 A 씨가 살아온 인생을 전해 들으면서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다행히 경찰청에서 2000년부터 ‘헤어진 가족 찾아주기’ 사업을 시행 중에 있어 희망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과연 헤어진 가족 찾기에 A 씨를 접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50%, 가족을 찾을 가능성은 1% 정도였다”며 이 경위는 당시를 회상했다. 여기에 감사와 감찰 인권 업무 등 산적한 업무들도 많아 60일 안에 헤어진 가족 찾기 업무를 완료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이 무렵 이 경위의 고민 앞에 장성경찰서 청문감사계 동료들이 자기 일처럼 돕기 시작했다.

김신중 계장이 “A 씨가 가족과 헤어진 장소가 부산이니 부산과 경남을 먼저 조사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옆에 있던 김계동 경위도 “보통 호적은 큰아들 것이 유지가 되니 큰형 이름을 확인해 보자”며 거들었다.

동료들의 지원에 힘입어 전산 조회와 탐문 등을 펼치자 287명의 A 씨 형제 이름이 압축됐다. 이렇게 압축된 287명의 이름을 16개청, 139개 경찰서에 조회 요청을 하게 됐다.

“찾은 것 같다”

지난 2일, 애타게 기다리던 소식이 들려왔다. 경남 하동경찰서에서 A 씨의 큰형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있다는 연락이었다.

“선생님 잃어버린 동생이 있으신가요?” “있어요. 종원이에요”, “다른 동생은 또 없으세요?” “종삼입니다”. “종필 씨 아니신가요?” “그건 어릴 때 집에서 부른 이름이에요”

이 경위는 큰형과 통화 하면서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A 씨가 적어준 이름이 큰형을 제외하고 모두 달랐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사 초기 호적조회 등에서 이름을 찾을 수 없어 애를 먹었었다고 이 경위는 설명했다.

이날 이 경위는 A 씨의 큰형과 통화하면서 “A씨는 잘 살아오셨습니다. 선생님께 연락드린 이유는 A 씨가 장애가 있어 의지하게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헤어졌던 가족분을 찾았다는 연락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라는 말을 강조했다. 혹시나 가족들이 장애가 있는 A 씨를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겠다는 배려의 마음이었다고 이 경위는 말했다.

이 경위의 우려와 다르게 가족들은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어 했다. 8일로 예정됐던 가족 상봉일이 지난 7일로 하루 앞당겨진 이유다.

A 씨는 전북에서 살다 1969년 부산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 5일 만에 국제시장에서 고모 손을 놓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었다. 이후 A 씨는 부산의 한 보호시설에 강제 입소 됐다. 1977년 해당 보호시설을 운영하던 가족에 의해 장성으로 이주 돼 현재까지 살게 된 것으로 알려진다.

1998년 경찰로 임용한 이 경위는 올해로 26년째 여성청소년, 청문감사업무 등에서 활약해왔다. 이 경위는 동료들로부터 “똑 부러지고 일 잘 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남편 김형종(50) 경위도 장성경찰서 교통관리계에서 근무하는 부부 경찰이다. 김 경위 역시 주변 동료들로부터 “신속‧정확‧꼼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경위는 “위법에 대해서는 참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마땅이 응하는 경찰다움의 자긍심을 지켜 내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부산 국제시장에서 잃어버려 56년간 헤어져 지낸 A씨 가족이 장성경찰의 도움으로 7일 상봉했다. 사진 - 장성경찰서 제공
부산 국제시장에서 잃어버려 56년간 헤어져 지낸 A씨 가족이 장성경찰의 도움으로 7일 상봉했다. 사진 - 장성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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