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6.25 참전용사들에게 무한한 존경심을 보낸다
[편집국 칼럼] 6.25 참전용사들에게 무한한 존경심을 보낸다
  • 강성정 기자
  • 승인 2024.06.10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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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정편집국장
강성정편집국장

 6.25에 참전한 병사들은 죽음의 두려움보다도 배고픔의 고통이 더 컸다고 한다. 강이원 6.25 참전 유공자회 장성군지회장은 “전쟁통에 절반 정도만 찬밥 한 그릇을 군인 두 사람이 나눠 먹었다”고 말했다.

한 그릇을 다 먹어도 모자랄 판에 일어난 일이었다.

장성한 어른들이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고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당장 배고파서 죽을 지경이었다고 강 회장은 치를 떨었다.

“하루는 연대장이 이 광경을 보고 둘이 그 한 그릇을 먹느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했다”고 강 회장은 답했다.

그 연대장은 강 회장과 같이 밥을 먹고 있는 전우 앞에서 취사부 간부를 불러 “당장 있는 쌀을 다 풀어서 밥을 더해라”라고 명령을 내렸다.

강 회장은 “죽음을 불사하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온 몸을 던져도 쌀 한 톨이 아까워 내놓지 않은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몹시 당황스러웠다”라고 말했다.

그는 군대에서조차 암암리에 일어난 비리가 혹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강 회장은 19세에 입대했다. 주변의 친구들뿐만 아니라 친척, 지인 등은 한결같이 말렸다. “배경 좋은 사람들, 돈 많은 사람들, 권력 가진 사람들, 심지어 일반 사람들도 서로 군대에 안 가려고 발버둥 치는데 굳이 지원해서 갈려고 하느냐?”며 “입대하면 죽는다”는 설득에 강 회장은 잠시 흔들렸다고 한다.

지금도 군대를 안가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한 사례가 적발되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전쟁 당시의 병역기피는 힘 있는 자와 그에게 줄을 대고 있는 자들에게 주어지는 부조리이었을 것이란 짐작은 어렵지 않다.

강 회장은 그러나 입대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그는 장성 북일면에서 형이 운영하던 주조장을 넘겨받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6.25가 터져 인민군들이 쳐들어와 지주들의 재산을 몰수하던 분위기에서 자신도 징수를 당했다.

게다가 그는 구금까지 당했다. 큰 형이 철도청 공무원이었고 둘째 형이 경찰인 탓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하루 만에 풀려나 귀갓길에 오르던 그는 주조장 종업원으로 일하던 사람을 만나 “어떻게 풀려났냐”며 “너를 잡으러 인민군들이 쫓아오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강 회장은 필사적으로 도망을 쳤다. 친척들이 살고 있던 남면으로 갈 경우 얼마 못 가서 잡힐 것이라 판단한 그는 낯선 정읍으로 내달았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서 도움은 요원했다.

당장 먹고 살길이 막막했던 그는 처절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살 바엔 차라리 입대한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강 회장은 국군에 지원했다.

강 회장을 비롯한 6.25 참전 용사들은 모두 영웅들이다.

나라를 구하겠다는 거창한 신념이 없었어도 어쩔 수 없이 끌려갔다시피 했어도 이들이 흘린 피와 땀으로 우리는 정복당하지 않았다. 우리 이웃들이 더 많이 죽는 것을 막았다.

더구나 난리 통에도 자기 뱃속을 챙기는 족속들이 드글드글했을 것을 뻔히 알고 있는데도 이들은 피하지 않았다.

적과 싸우는 것이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 여길 뿐이었다.

74년이 흐른 지금도 이른바 힘 있는 자들은 죄를 저질러도 수사조차 받지 않는 경우가 일어난다. 벌을 받아도 최대한 가벼운 선처에 그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들을 지지하는 층이 있다는 것이다. 단순 진영 논리에 갇힌 발로라기에는 너무나 편협하고 단순하다.

호모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는 국가나 정의, 사회 등등은 지배층이 사회를 이끌기 위해 만들어 놓은 허상이라고 설파한다.

이 개념들은 실체가 없다. 단순히 이미지화된 것이다. 사람들을 이끌기 위한 구심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사회 일부는 정작 이익만 좇은 권력자들을 추종한다. 힘없고 약한 자들을 도외시하고 정의라는 본질을 덧칠하면서까지 말이다.

살아남은 6.25 용사들 대부분 고령이다. 병마와 싸우며 힘겨운 노년을 보내고 있다. 머지않아 이들은 사라질 것이다. 이들에게 빚진 우리 후손들은 진정한 존경심과 애정을 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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