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산마을, ‘경로효친’ 모티브로 생활여건 개선 중
월산마을, ‘경로효친’ 모티브로 생활여건 개선 중
  • 김지운 기자
  • 승인 2024.06.1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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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당연히 좋지. 주민들이 얼매나 원하던 사업인디 기대야 당연지사 되제”

14일 이른 아침 리어커에 거름을 싣고 텃밭을 향하던 최덕래(73) 씨는 월산마을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을 두고 “언친 가슴이 뚫리는 듯 시원하다”며 주민숙원사업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저기 빈집이랑 허물어진 담 보이제. 울덜도 지나다닐라믄 옹삭하다 못해 무서울 때도 많어. 나라에서 고쳐주고 한단디 누가 싫다하겄소”라며 최 씨는 마을 주민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장성읍 영천리 월산마을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주관하는 ‘월산마을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이 올해 3월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활력을 되찾고 있다.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은 농어촌 지역을 대상으로 주거, 안전, 위생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생활여건 개선을 위해 2015년부터 시작된 사업이다.

월산마을은 7-80년대 영화 세트장을 옮겨 놓은 듯 슬레이트 지붕과 시멘트 블록으로 만들어진 담장, 재래식 화장실이 아직도 남아 있다. 마을 중심으로 흐르는 하천은 가드레일 등의 안전시설이 없어 길을 통행하는 사람과 차량이 위태롭기만 하다. 하천을 건너기 위해 설치한 작은 다리도 난간이 없어 위험해 보였다. 오래도록 방치된 집들은 조금씩 지붕이 내려앉기 시작해 지금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마을 숙원사업 해결한 군행정

사진 장성군청 제공
사진 장성군청 제공

장성군 도시재생과 정원식 팀장은 “주민들이 도와주셔서 사업을 할 수 있었다”며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 공모에 선정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월산마을 주민들은 “군 직원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 노인 양반들 인력으로 언감생시 꿈도 못 꾸지”라며 공을 군에 돌렸다. 군과 주민이 서로 “네 공이다”고 치켜세우며 이번 사업으로 바뀔 마을에 대한 기대로 부풀었다.

월산마을은 지난 2020년 생활여건 개조사업 공모에 나서 중앙평가까지 올라갔지만 아쉽게 고배를 마셔야 했던 전례가 있다. 정부가 주관하는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은 도서 지역이 선정 배점이 많아 당연한 결과였다고 정 팀장은 당시 상황을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정 팀장은 “월산마을이 공모사업에 선정될 이유를 찾으면 될 일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다”며 웃어 보였다.

군과 마을 주민들은 공모 준비를 위해 평균 주 2회씩 두 달 동안이나 만났다. 이들은 마을 곳곳을 누비며 공모에 선정돼야 할 이유를 찾았다.

정 팀장은 사업계획안을 편집한 두꺼운 책자를 보여주며 “주민들이 만들어낸 계획이다”고 소개했다. 마을 골목길을 수차례 돌며 확인을 거듭하고, 공‧폐가 집과 노후화된 집들을 일일이 살폈다고 정 팀장은 말했다.

군과 주민들이 찾은 해답은 의외의 곳에서 발견됐다.

우연한 기회로 1963년 촬영한 경로잔치 사진을 보게 된 군 직원들은 “이거다”라며 환호를 했다. 정작 주민들은 “이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 팀장은 “월산마을은 60년이 넘도록 마을 경로잔치를 열어왔다. 마을의 역사이자 이야기이다”라며 “노후된 건물과 시설을 바꾸겠다는 내용으로는 타 지자체와 차별이 없다. 마을 스토리로 승부해야 한다고 판단이 됐다”고 말했다.

도시재생과 이태영 과장은 “월산마을 스토리는 현대인에게 영화 같은 감동을 줄 충분한 요소가 있다. 이 아이디어로 2023년 생활여건 개조사업에 ‘공동체와 함께하는 경로효친 월산마을’을 주제로 재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노인을 공경하고 부모를 섬기는 미덕은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가 지켜야 할 문화이자 후대에 물려줄 자산이다”고 말했다.

월산마을 스토리는 마을 개조사업 대상을 30여 가구에서 84가구로 넓히는 계기가 됐다.

정 팀장은 “2020년 공모 당시 장성중학교 앞 도로변 양 옆 가구가 사업대상이었다면 2023년 공모는 마을회관이 있는 마을 중심으로 이동해 84가구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960년대부터 마을 청년회 등 마을 자치회에서 해 년마다 효도잔치를 해왔던 만큼 당연한 결과다”고 정 팀장은 밝혔다.

사업에 대한 주민 참여의지는 ‘주민주도 사업 추진을 위한 주민협의체 조직’과 주민의 동의율이 100%에 달할 정도로 높다. 2020년 11월 월산마을 새뜰마을사업 추진위원회 발족, 2022년 12월 월산마을 새뜰마을사업 주민협의체로 전환한 월산마을 주민들은 사업 동의율 및 주택 정비, 공‧폐가 철거 후 무상 임대 등에 전원 동의했다.

 

안전하고 활력 넘치는 마을로 탈바꿈

사진 장성군청 제공
사진 장성군청 제공

월산마을의 생활여건 개조사업의 핵심은 주민들의 안전, 쾌적한 주거환경, 활력있는 마을 공동체에 있다.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쾌적한 주거환경 사업이 가장 먼저 시작됐다. 이는 노후주택을 정비하고 마을 환경을 개선해 주민 안전을 우선하겠다는 군의 의지다.

주거환경 개선은 붕괴 위험이 있는 공‧폐가 등 빈집을 철거하고 노후주택 집수리, 석면 슬레이트 지붕 개량 등이다. 이 사업은 올해 3월부터 진행 중이며 내년 12월 완료될 예정이다.

안전 사업 중에서도 노후화된 집수리와 슬레이트 지붕 개량 등 노후주택 정비를 우선해 공을 들였다.

정 팀장은 “3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이 81.4%, 슬레이트 지붕 주택이 30%에 이른다. 집수리와 슬레이트 지붕 개량이 시급해 가장 먼저 진행 중이다”며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집수리는 창호, 벽체, 단열 등 집수리로 에너지 효율이 상승해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낮춰 주거 복지 실현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노후주택 정비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 등의 9가구(자부담 0%)와 일반 24가구(자부담 50%)이다.

슬레이트 지붕 개량은 21가구가 대상이다. 주민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된 슬레이트 지붕 제거로 주민들은 한층 안전한 생활을 할 수게 된다. 또한, 지붕개량으로 단열 효과를 높아져 난방연비 절감되는 것을 포함해 주거환경과 마을 경관이 개선되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슬레이트 지붕 철거비용은 환경부의 ‘슬레이트 처리사업’ 예산으로 진행된다.

철거될 빈집은 소유주가 건물을 짓기 전까지 텃밭이나 임시주차장, 화단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군은 토지와 건물의 소유주와 협의해 진행할 예정이다.

공‧폐가 철거로 조성된 텃밭은 마을 주민의 수익 창출과 경제 부담 완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이다. 군은 텃밭에서 재배한 작물을 먹거리 통합센터와 연계해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먹거리 통합지원센터와 협약을 완료했다. 또한, 수확한 농산물은 공동 식자재로 사용하거나 나눔 등을 통해 주민의 경제 부담 완화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후된 마을 안길 90여미터 구간은 보행환경이 개선된다. 마을 곳곳에는 안전난간과 반사경, 방지턱 등 안전시설과 CCTV 3개소, 보안등 5개소, 소화함, 제세동기 등을 설치한다. 재래식 화장실 등도 정비할 계획이다. 군은 범죄 방지와 재해시 신속한 대처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붕괴 위험이 높은 노후 담장을 정비하고 벽화와 꽃벽으로 조성해 안전과 마을의 풍경을 동시에 챙길 계획이다. 벽화는 주민 참여형 벽화로 조성되고, 꽃벽은 마을 부녀회가 지속적인 꽃식재를 통해 관리할 예정이다.

월산마을회관 2개동 중 1개 동을 2층으로 증축하고 마을 주차장 1개소와 마을 텃밭 2개소를 조성해 주민공동이용시설 정비로 주민 편의성을 높인 것도 눈에 띈다.

주차장 조감도. 장성군청 제공
주차장 조감도. 장성군청 제공

 

주민주도의 마을 공동체가 목표

장성군청 제공
장성군청 제공

이태영 과장은 “생활여건 개조사업 후에도 주민들이 마을을 가꾸고 유지해갈 수 있도록 도와 활력있는 마을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휴먼케어’와 ‘주민역량강화’ 프로그램이 탄생한 배경이다.

휴먼케어는 독거노인 목욕서비스(월 2회 3년), 취약계층 반찬지원(월 4회 4년), 주거환경 개선 유지를 위한 집수리 교육(월4회, 연 3개월, 2년), 마을경로잔치를 확대한 효도축제 운영(2023-2026년, 사업비 지원, 이후 마을 기금 활용 지속)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주민역량을 높이는 방안도 계획됐다. 어르신들의 자존감 향상을 위한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인 ‘희망 어르신 교실’, 생활안전교육, 범죄대처교육, 사업 추진의 의견조율을 위한 주민 간담회 등을 가질 예정이다. 생활여건 개조사업에 성공한 지역을 방문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선진지 견학도 계획 중이다.

군의회, 경찰서, 소방서, 장성군 가족센터 등 장성 지역 민간, 기관, 단체 등이 월산마을 사업에 협력‧참여해 눈길을 끈다.

군의회는 지역사회 도약을 위한 사업유치와 사업 추진, 성공적 사업 추진을 위한 예산 편성 등에 앞장선다.

장성경찰서는 안전과 치안관리, 범죄대처 교육 등을, 장성소방서는 설치된 방재시설 유지관리와 생활안전교육을 계획 중이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벽화사업과 효도축제 참여 및 인적 자원을 지원한다.

장성군 가족센터는 지역봉사, 미술치료교육, 취약가족 지원 사업 등을 운영하고, 사업 종료 후에도 자체 진행 중인 복지사업과 연계할 계획이다.

대창마을관리협동조합은 집수리봉사와 집수리사업, 집수리 교육 등에 참여하며, 장성군 귀농귀촌 지원센터는 귀농 귀촌자 교육 및 지원에 힘쓴다. 이를 위해 장성군은 월산마을에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사람에게는 저렴하게 임대해 사용할 수 있도록 임시주거공간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귀농‧귀촌 시 마을 어르신과 공동으로 경작할 수 있는 밭을 무상 임대한다. 군은 주택과 토지 소유자로부터 사용 승낙을 받은 상태다.

장성교육 협동조합은 어르신 자서전 쓰기, 치매 예방 교육, 세대 간 통합 프로그램 등에 힘을 보태고, 장성군 먹거리통합지원센터는 마을 주민들이 텃밭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매입해 주민들의 소득 창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원식 팀장은“귀향할 수 있는 밝은 동네, 외지인도 귀농‧귀촌하고 싶은 마을이 되도록 군과 주민, 관련 기관과 단체 등과 협력해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장성군청 제공
장성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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