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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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성투데이
  • 승인 2018.07.2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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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보다 귀중한 노회찬의 명예를 기린다.

진보정치의 거목이 쓰러졌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사망 소식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슬프고 충격적이다.
정치권은 한마디로 ‘현실 정치의 고뇌 다 내려놓으시고 편히 쉬시라’며 진정한 애도를 다하고 있다. 자신의 아파트에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삶을 마감한 노회찬 의원은 우리나라 진보정치, 노동운동의 상징으로서 정치인이기 전에 시대정신을 꿰뚫는 탁월한 정세 분석가이자 촌철살인의 대가였다.
노동계에서는 그를 ‘노동자의 벗’이라고 불렀다. 노동계는 ‘노동자들의 부름에 마다함이 없었던 노 의원은 우리 노동자들에게는 아름드리나무였으며, 든든한 울타리였다’고 술회하고 있다. ‘진보정치 1번지의 자존심을 되살린 정치인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처럼 뛰어난 서민성, 대중성을 바탕으로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의의 기둥’과 ‘한 축’이 무너졌다. ‘진보정치가 암울해졌다’고 진단했다.
노회찬의 이미지는 온화하면서도 은근과 끈기의 환한 인상이었다. 그런 만큼 외면의 인자함과 내면의 강직함이 어우러진 큰 형님 같은 이미지란 말이 어울렸다.
그런 그가 왜 그랬을까?
드루킹이 그렇게 큰 파도로 밀려왔던 탓일까. 죽음과 맞바꿀 만큼?
자신이 지금까지 지켜온 명예와 가치에 그렇게 위배될, 용서받지 못할 행위가 있었다는 말일까? 그래서 그는 자신의 목숨과 진실을 바꾼 게 아닐까?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유행어처럼 그로부터 진실을 들을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가슴에 새기고 살아야 할 과제는 있다. 정치는 돈보다 명예를 먹고사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그는 유서에서 “드루킹 관련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 “가족에게 미안하다” 등의 입장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끝내 자신이 목숨보다 더 중히 여겼던  그 명예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선택했다. 사실 우리 정치권에 돈 문제를 빼면 비리에 연루될 위험이 거의 없다. 그만큼 돈은 정치권을 옥죄는 사슬이기도 하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정치인의 돈 문제에 ‘돌을 던질 자격 있는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노회찬 의원은 이번 투신자살로 우리 정치권에 근엄한 훈계를 던져주고 있다.
“정치를 하려거든 돈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노회찬 의원은 그러면서 우리 언론에도 뼈아픈 회초리를 들고 있다.“억측과 무분별한 취재를 삼갈 것을 언론인 여러분께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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