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여년 이어온 당산제 명백 끊길 위기
350여년 이어온 당산제 명백 끊길 위기
  • 최현웅 기자
  • 승인 2018.08.21 17: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광객 많아도 주민들 소득엔 별 도움 안돼
젊은 시절 일본서 체류하며 빚 갚으려 안감힘
북하면 쌍웅1리(송정.상목마을)박삼수 이장
쌍웅1리 박삼수 이장이 올해 초 액막이용으로 세운 남근석앞에 섰다. 이 남근석은 마을 뒤산 여인이 누워있는 형상에 맞춰 제작됐다.
쌍웅1리 박삼수 이장이 올해 초 액막이용으로 세운 남근석앞에 섰다. 이 남근석은 마을 뒤산 여인이 누워있는 형상에 맞춰 제작됐다.

“외지인들에게는 시원하게 펼쳐진 장성호가 보기도 좋고 좋은 볼거리를 제공해준다지만 지역주민들은 공원 때문에 오히려 피해만 입고 있어요. 한가한 평일은 모르겠습니다만 휴가철이나 주말이면 단체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갖은 소음과 이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마을주민들은 몸살을 앓고 있어요.”

북하면 쌍웅1리 박삼수 이장(64)은 장성호 주변 장성문화예술공원이 인근 주민들에겐 득보다 실이 많다며 이 같은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장성문화예술공원 관리위원이기도 한 박 이장은 공원 풀베기 공사를 외지업체에서 맡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주민들의 소득원을 늘리기 위해 주민들이 할 수 있게 마을사업으로 환원하는 등 주민들의 소득증대에 힘 써오고 있다.

박 이장은 공원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아도 주민들은 실질적 혜택이 없어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실정이라며 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농축산물 판매장이나 토속음식점 등을 마을주민들의 소득원이 될 수 있게 공원에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대로 이 마을에 터를 잡고 살아왔다는 박삼수 이장은 장성호가 생기고 나서 인근 주변이 관광지로 발전 했지만 북상면에 살던 원주민들은 한순간에 수몰민이 되어 고향을 떠나야만 했고 남아있는 주민들 역시 좁은 땅으로 인해 농사는 엄두도 못내는 데다 그나마 한 두 가구에서 짓고 있는 과수농사마저 심한 안개 때문에 해마다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젊은 시절 농사를 짓다 진 빚 때문에 일본까지 건너가 불법체류 생활을 하며 악착같이 돈을 벌어 가족에게 송금하며 빚을 갚아 나갔다는 박 이장은 당시의 어려운 삶속에서도 번듯하게 잘 자라준 자녀들이 대견하다면서도 주변이나 생활환경을 탓하지 않을 만큼 강직한 아이들이었기에 지금처럼 성장해 줬다며 기특하고 고마워했다.

박 이장 부부가 일본에서 불법체류하며 일할 때도 고향에서 두 남매는 채권자들의 등쌀에도 잘 견디며 살아주었기에 가능했다고.

그렇게 돌아와 시작한 과수농사를 장성호로 인한 안개로 또 망쳤으니 박 이장의 허탈감은 오죽했을까 짐작조차 못할 대목이다.

임권택 감독의 시네마테크 전경
임권택 감독의 시네마테크 전경

마을 뒷산에 서린 음기 막으려 남근석 세워

박 이장은 또 마을주민들 중 남성의 수명이 여성에 비해 유독 짧은 이유가 마을 뒷산의 모양이 마치 여성이 다리를 벌리고 누워있는 형상을 취하고 있어 이러한 지형 때문이 아닌가 싶어 올해 초 마을에 남근석을 세웠다. 액막이 역할을 해내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상목마을은 뽕나무가 있는 마을이라 해서 桑木洞이라 했는데 마을에서 마주 보이는 성미산이 누에가 먹이를 찾아 고개를 들고 있는 형국이라 누에의 먹이로 마을에 뽕나무를 심었다는 말이 있다. 상목동 아래쪽 300m에 위치한 송정마을은 옛날마을에 작은 정자가 있었는데 계단 앞에 큰 소나무 한 구루가 있어 정자 이름을 송정이라 했으며 마을이름도 여기에서 비록 되었다고 한다.

350여년 이어온 마을 당산제

이 마을에서는 매년 음력 정월 보름이면 마을의 무병무사와 자손번영, 풍작을 위해 철륭할아버지와 당산할머니께 촌제를 지낸다. 철륭할아버지는 마을뒷산(호롱동)상봉 천륭동에 있는 소나무(수령이 500여년)이며, 당산할머니는 마을 입구 500m 지점에 있는 느티나무(수령 500여년)로 보름날 새벽 1~2시 사이에 이곳에 제를 지내고 있다. 그런데 4년여 전 태풍에 쓰러져 베어내고 3년여 전에 새 묘목을 심어 지금은 이 나무에서 지내고 있다고 한다.

박삼수 이장에 따르면 이 당산제는 대략 350여 년 전부터 해마다 보름이면 빠지지 않고 지내왔는데 제 의식을 기억하는 어르신들이 하나둘 돌아가시고 난 후 외부에서 전문가를 불러 제를 지내는데 비용문제도 그렇고 이제는 명맥이 끊기려 한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문화공원 팔각정 전망대에서 바라본 공원과 장성호 풍경. 올 여름 가뭄으로 물이 많이 말라있다.
문화공원 팔각정 전망대에서 바라본 공원과 장성호 풍경. 올 여름 가뭄으로 물이 많이 말라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