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약속…오늘은 오늘 뿐이다
9월의 약속…오늘은 오늘 뿐이다
  • 백형모 기자
  • 승인 2018.09.04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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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지쳐 쓰러진 8월은 이미 흔적이다.

사라져간 많은 기억들 중 하나일 뿐이다.

벌써 가을바람이 저만치에서 혼자 오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오는 가을바람 앞에서 아스라한 흔적들은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까지 흔들렸던 모든 것들은 위대한 9월을 위한 것들이다.

9월은 새로운 시작이다.

친구야!

잊혀진 것들을 고집부려 꺼내려하지 말자.

오늘은 오늘이 있으니까.

사라져간 것들을 일으켜 싸움질시키지 말자.

오늘이 서로 힘들어하니까.

잃어버린 것들을 일부러 찾으러 나서지 말자.

새로운 것들이 미안해하니까.

친구야!

잠시 꿈을 꾸는 사이 9월이 왔다.

눈을 뜨니 9월이었다.

삶이란 이런 것이련가?

잠시 감았다 뜨는 것?

8월이 그랬던 것처럼 9월의 바람도 삶의 어느 모퉁이를 스치고 지나갈지 모른다. 어느 구석에 흠집을 낼 수도 있고 한쪽이 부서질 수도 있다.

그럴 땐 담담하게 기다려야 한다. 한때 발광하던 바람이 노쇠해 지길. 우리가 스치고 지나온 많은 바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친구야!

이 가을엔 사랑을 하자.

‘이 뭣고’의 분노와 자성으로 내동댕이쳤던 육신과 영혼을 다시 사랑하자.

사랑은 그냥 오지 않는다.

초대받은 사람에게 온다.

어제 입었던 때 묻은 옷 위로 내려앉지 않는다.

자리를 비워놓고 맞이할 준비된 사람에게 예쁜 얼굴로 온다.

친구야!

이제 밭을 갈 때다.

하지만 가을밭에 너무 많은 것을 심으려 하지 말자.

겨울을 넘길 무 배추 한 고랑이면 된다.

밭갈이는 오늘부터다.

오늘은 오늘 하루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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