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면에는 10급 공무원이 있다?"
"황룡면에는 10급 공무원이 있다?"
  • 곽경민 기자
  • 승인 2018.09.0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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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인연, 생후 6개월 잡종견 '황룡이'
오가는 민원인에 반가운 인사, 밤엔 철통경비
5개월전 교통사고를 당해 절름발이 신세였던 '황룡이'의 당시 모습 (황룡면사무소 제공)
5개월전 교통사고를 당해 절름발이 신세였던 '황룡이'의 당시 모습 (황룡면사무소 제공)

 

사람이 아니면서 사람보다 더 본업에 충실한 공무원이 있다.

황룡면에 상주하는 일명 황룡이(잡종견. 생후 6개월)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근무 중에 황룡면사무소를 찾는 민원인과 주민들에겐 너나없이 반갑게 꼬리를 치며 맞이하고 야밤에는 면사무소 근처에 얼씬 거리는 낮선 사람을 향해선 경계심을 갖고 짖어 댄다.

황룡이의 놀이터는 면장실과 직원 사무실이며, 잠자리는 면사무소 옆문 입구이고, 주간업무는 친절한 손님맞이, 야간업무는 철통같은 경비근무다.

그러면서도 사무실 부근에서 실례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외지인들이라고 해서 공격하는 일도 없다. 그래서 면장으로부터 부여받은 직급이 ‘행정 10급’ 공무원이다.

처음 황룡이가 황룡면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교통사고였다.

지난 4월 13일 점심 직후 면사무소 앞에서 강아지의 고통스런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양성모 면장을 비롯한 면 직원들이 달려갔는데 생후 1달 남짓한 강아지가 자동차에 부딪혀 왼쪽 뒷다리에 선혈이 낭자한 상태로 울부짖고 있었던 것. 상황을 감지한 양 면장은 인근 동물병원으로 강아지를 데리고 가서 치료하고 항생제를 맞히는 등 정성을 다했다. 처음엔 경계심을 가졌던 강아지도 차츰 마음을 풀고 직원들과 친근함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름을 황룡이라 짓고 가족처럼 보살피기 시작했다. 도중에 한번 가출한 뒤에는 황룡이 목에 명찰을 패용, 양 면장의 핸드폰을 적어

신고를 유도하기도 했다. 그 뒤에는 면사무소 근처를 떠나지 않았다.

주민들도 이 같은 소식을 듣고 가족처럼 보살피고 집안에서 먹던 고기며 식사거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사료와 일반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는 황룡이에게 아직까지 사료 값이 따로 들지 않은 이유다.

이제 정착 5개월을 넘기면서 면사무소 직원들의 발자국 소리를 감별하고, 차량소리를 알아듣고 달려 나올 정도로 영리한 공무원이 됐다.

하지만 황룡면에는 최근에 걱정이 하나 늘었다. 암컷인 황룡이가 어느새 성숙하여 임신 단계에 이른 것. 가족이 늘어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왼쪽 다리를 절룩거리는 것을 보면 안타깝지만 직원들 앞에서 항상 부지런하고 명랑한 것을 보면 황룡면의 최고 귀염둥이 같습니다. 오래 건강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양성모 면장은 인간보다 더 진한 애정을 느낀다며 새끼를 낳으면 분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양성모 황룡면장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황룡이'
양성모 황룡면장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황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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