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나라가 망할 때 나타나는 징조들”
편집국에서-“나라가 망할 때 나타나는 징조들”
  • 백형모 기자
  • 승인 2018.09.11 17: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장성 박수량의 백비

장성군 황룡면 금호리에는 청백리 박수량(朴守良) 선생을 기리는 백비(白碑)가 세워져 있다. 박수량 선생은 40여 년 동안 관리생활을 하면서 지금의 도지사에 해당하는 관찰사와 장관에 해당하는 판서와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재상에 오르는 최고의 관리가 되었으나 한양에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하고 셋방살이로 살았으며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에서는 끼니때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날이 한 달에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그의 사후에는 장례비용조차 남기지 않아 임금이 상수(喪需:장례를 치르는 비용)를 하사해 장례를 치렀을 정도로 청렴한 인품을 간직한 사람이었다.

그는 죽음에 이르러서 ‘내가 죽은 후에 시호를 청하거나 비석을 세우지 말라’고 유언했으나 명종 임금이 그의 청백리 정신을 기리지 위해 백비를 하사했는데 ‘선생의 청백함을 새삼스럽게 비에 새긴다는 것이 오히려 그의 청렴함을 잘못 아는 결과가 될지 모른다’고 하여 아무 내용도 새기지 않고 그냥 비만 세워 오늘날 청백리의 표상이 되고 있다.

수많은 공직자들이 공직생활 동안 청렴을 양심에 새기기 위해 이곳을 찾아 각오를 다지는 현장이 되고 있다.

# 인도 간디의 묘비명

인도의 성자로 불리는 마하트마 간디의 묘비명에는 ‘나라가 멸망할 때 나타나는 7가지 사회악’(Seven Social Sins)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原則없는 政治, 勞動없는 富, 良心없는 快樂, 人格없는 敎育, 道德없는 商業, 人間性 없는 科學, 犧牲없는 宗敎 등 7가지다.

그의 묘비명에 새긴 듯은 평생을 비폭력 저항운동에 헌신하며 인도의 독립을 이끌었던 위대한 성자답게 모든 인류, 모든 국가, 모든 정치인들에게 외치는 함성이라 할 수 있다.

간디는 진실을 사랑하고 기만을 증오했으며, 육체적 욕망을 극도로 제한하고 금식을 거듭하면서 나태와 배부름에 속죄하기도 했다. 또 인도의 악습인 계급제도 타파에 노력하였으며 천민해방을 실천했다. 그는 일생동안 정치적인 목적을 위한 폭력을 거부했는데 그의 비폭력주의는 국제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그는 생전에 ‘위대한 영혼’이라는 ‘마하트마(Mahatma)’라는 호칭으로 불렸는데 자신은 이런 명예를 결코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 한국 사회의 묘비명은?

단편적으로 파악해보자. 간디가 그렇게 목소리 높여 외치던 ‘나라가 멸망할 때 나타나는 7가지 사회악’이 지금 한국 사회에는 독버섯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정말 나라가 망하려는 징조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먼저, ‘원칙 없는 정치’는 그 대표주자다. 국법을 다스리는 정치인들이 돈만 탐내고 있다.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양심을 팔아 국법을 짓뭉개고 있다. 뉴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건들은 이 같은 원칙 없는 정치로 말미암은 것들이다.

‘노동 없는 부’는 비뚤어진 자본주의 한국사회의 단면도이다. 기업 이윤만을 위해 움직이는 경영진과 금융권은 수많은 노동자들을 한숨과 탄식으로 몰아넣고 있다.

‘양심 없는 쾌락’은 어두운 곳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있고 돈이 있는 곳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돈이란 이름으로 살 수 있는 쾌락은 힘없는 백성들에게 좌절과 삶의 포기를 유도하고 있다.

‘인격 없는 교육’은 우리 교육이 출세가도만을 위한 교육으로 전락한 것에 대한 통렬한 지적이다. 추락한 교육의 단면도는 ‘빽도 실력이다’라는 유행어가 대변해주고 있다.

‘도덕 없는 상업’은 실종된 상도(商道)에 대한 경계령이다. 이웃과 더불어 살고, 동종업계와 동반 발전하려는 최소한의 공동체 의식마저 실종된 한국사회의 비찬보고서다.

‘인격 없는 과학’은 아직까지 큰 위협이 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과학과 연구 분야의 비인간적 작태에 대한 경고장이다. 생명존중의 과학을 갈구함이다.

끝으로 간디가 말하려는 ‘희생 없는 종교’는 사회의 거울이라 할 수 있는 종교와 종교지도자들에 대한 가르침이다.

정치나 경제 등 다른 어떤 분야든 타락할 수 있어도 종교만큼은 그 신성한 역할로 자리를 지켜야함에도 불구하고 종교가 먼저 추락하는 모양새다.

종교지도자들이 잿밥에 눈이 어두워 서로 먹이 쟁탈전을 벌이고 고자질을 일삼고 있다. 기독교계도, 불교계도 마찬가지다.

어찌 이리됐는가.

‘남의 비리에 돌 던질 자격 있는 자 나와’라고 했을 때 당당하게 나설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한국사회가 멸망으로 가지 않으려면 국가가 정밀 진단보고서를 만들어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