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면 박상호 이장 ‘이웃을 내 몸같이’
악몽 같은 여름 폭염이 강타한 지난 8월 7일, 황룡면 월평리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이 주위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사회활동이 어려운 48세인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이 모(80) 할머니의 집에서 낡은 전기선을 이기지 못하고 누전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순식간에 주택을 전소시키고 진화됐으나 옆집으로까지 번져 옆집 소 두 마리가 죽고 암소가 유산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집을 잃은 데다 수천만 원의 소값 보상까지 해줘야 하는 딱한 처지로 변했다.
갑자기 하늘 아래 집 없는 고아 신세가 된 이 할머니는 아들과 함께 마을회관에서 임시 기거를 시작했으나 마을민들에게 미안해 언제까지 그곳에 머물 수는 없었다.
이 같은 안타까운 상황을 지켜본 월평 5리 박상호 이장(60)은 사비를 들여 이 할머니에게 임시주거용 컨테이너박스를 마련해주었다. 무더위에 고생할까 봐 컨테이너 안에 에어컨과 선풍기를 달아주고 밖에는 그늘막을 입혀 지붕을 만들어 뜨거운 태양열을 차단해 주었다.
화마 뒤 끝에 천만다행으로 편안히 잠자고 쉴 공간을 얻은 이 할머니는 이장 덕분에 폭염을 잠시나마 피할 수 있었다.
이 씨는 “이장님의 도움으로 집을 지을 때까지는 잠이라도 편히 잘 수 있어 너무 고마울 뿐이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박상호 이장은 “마을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돕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요? 이웃사촌이란 말이 그 말 아닙니까?”
박 이장은 “이 씨 할머니가 추워지기 전에 집 장만을 해야 하는 딱한 사정을 알기에 도울 방법을 찾고 있지만, 아직 불탄 잔해와 폐기물까지 산적해 있어 크게 도울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한다.
박 이장은 평소에도 마을의 대·소사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자기 일처럼 정성을 다하여 도와주는 인정으로 소문이 자자한 사람이다.
한편, 1남 2녀를 둔 이 할머니는 딸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등 자녀들이 할머니를 모실만한 형편이 아니라 어려움을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는 처지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