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 최현웅 기자
  • 승인 2018.11.21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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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장성아카데미 찾은 정호승 시인
뜨거웠던 방청열기, 군민의 잇따른 러브콜

'사랑, 우리가 지켜야할 소중한 가치' 강조

“당신은 매일 기적 속에 살고 있어요. 그 기적을 소중히 여기세요. 그리고 사랑하세요.”

15일, 5년여 만에 장성을 다시 찾은 정호승 시인은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바로 ‘사랑’이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뒤따르는 고통 역시 감내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슬픔이 기쁨에게’ 등 주옥같은 서정시로 대중들의 감성을 휘어잡는 시를 여러 편 발표했던 정호승시인은 지난 2013년 6월 제 808회 장성아카데미 강사로 초청돼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 마디’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후 제 1067회 장성아카데미 앵콜강사로 초청돼 5년 만에 장성을 찾은 것.

장성군은 정호승 시인의 강연을 다시 듣고 싶다는 군민들의 요청에 정 시인에게 수 차례 앵콜강연 요청을 드렸지만 바쁜 일정 등의 이유로 미뤄지다 이번 기회에 내려와 강연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문예회관 소강당에 남은 좌석이 안보일 정도로 객석을 가득 메운 방청객 앞에서 정호승 시인은 “바쁜 현대를 살아오면서 물질의 가치는 자꾸 오르며 생존의 필수요건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이와 발맞춰 자살률도 늘어가고 있다며 우리가 한 번 쯤 살아가는데 있어 진짜 중요한 가치는 과연 무엇인가 고민해 봐야할 때”라며 그 소중한 가치는 ‘사랑’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정 시인은 인생이란 사람과 사람의 감정과 사랑을 오가는 긴 여정이라 칭했다.

 

사람의 마음을 찾는 여정 '삶과 사랑'

<여행> 정호승.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 아직도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 오지뿐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떠나라/ 떠나서 돌아오지 마라... 중략

정 시인은 인생이라는 여정은 삶과 죽음이라는 두 가지 여행길을 걷게 되는데 죽음이라는 여행을 잘 떠나려면 삶의 여정 또한 길을 잘 닦아놔야 죽음의 여행길도 잘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인은 이 시에서 여행은 사람의 마음이자 온갖 감정이고 사랑의 마음은 바로 오지라며 사람의 마음을 찾고자 하는 과정은 그래서 더욱 험하고 거친 여행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간은 결국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이기에 사람의 마음을 찾아가는 길이 아무리 힘들어도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한다고 말했다.

정호승 시인은 사랑을 완성시키는 중요한 요소는 ‘용서’라고 강조 했다. 그는 “우리가 인생에 진정한 사랑을 깨닫기 위해서는 미움과 증오가 필요하다”며 “밝은 대낮에 별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별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밤하늘이라는 어두움을 통과해야 한다. 사랑도 미움과 증오라는 어둠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 시인은 프랑스 ‘빈민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에르 신부가 말한 “삶이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얼마간의 자유시간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얼마간’이라는 짧지만 소중한 시간에 우리가 인생에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성공이란 가까운 이들에게 사랑 받는 삶”

이어 빌게이츠와 워렌버핏이 TV에 나와 대학생들에게 했던 “가까운 사람에게서 사랑 받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성공의 척도를 사랑의 가치로 얘기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성공에 대한 주관적 잣대를 가질 것을 주문했다.

<풍경달다> 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전문-

정 시인은 이 시에서 말하는 풍경과 바람은 사랑의 관계이며 사랑의 깊이, 영원성 등을 상징한다며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헨리 나우웬의 “관계가 힘이 들 때 사랑을 선택하라”는 말을 인용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눈물이 없는...중략

정 시인은 이 시에서 그늘은 우리에게 쉼터도 되어주지만 때론 고통의 또 다른 이름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그늘과 눈물은 마치 사랑과 고통처럼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 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의 십자가 있다”

정 시인은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면 삶은 불행해지고 비참해진다. 연꽃을 피우기 위해서 진흙 속에 뿌리내려야 하는 고통을 겪는 것처럼 행복에는 고통이 필요하다. 모두 자신만의 고통을 지닌 십자가를 가지고 있다. 누구나 자기만의 십자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십자가의 본질은 무거움에 있기 때문이다. 십자가를 등에 지고 가지 말고 품에 안고 가야한다.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면 삶은 불행해지고 비참해진다. 다른 사람 인생을 보며 비교하는 삶을 살지 말고 우리만의 삶의 아름다움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1950년 1월 3일, 경남 하동군에서 태어난 정호승 시인은 경희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석굴암을 오르는 영희」가,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평소 민중들의 삶에 대한 깊고 따뜻한 관심을 보이며 이들에 대한 애정을 간결한 시어와 인상적인 어구로 담아내 폭넓은 대중의 사랑을 받아 왔다. 시집으로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새벽편지』 등을 발표했으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흔들리지 않는 갈대』, 어른이 읽는 동화 『연인』,『항아리』『모닥불』,『기차 이야기』, 산문집 『소년부처』 등 다양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소월시문학상, 동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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