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단지 환경을 조성해줄 따름이죠”
“학교는 단지 환경을 조성해줄 따름이죠”
  • 장성투데이
  • 승인 2018.12.1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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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심화학습·선택과 집중이 비결
대견한 제자 덕에 값진 교직 ‘감사’

만점 경사 맞은 장성고 한황수 교장 / 인터뷰

“공부는 학생들이 하는 것이고 학교는 단지 환경을 조성해줄 따름입니다. 고맙게도 값진 결실을 맺게 돼 기쁠 따름입니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자율이라는 장성고의 교육 철학이 2019년 수능 만점자를 배출한 원동력이라는 진단이다.

2019 수능성적 개별발표가 있었던 5일 오전 장성고등학교 진학실은 시험을 치른 학생들 수능채점성적표를 입력하는 교사 말고는 별다른 긴장감은 없었다. 전날 광주·전남 수능 만점자에 대한 언론매체의 보도가 쏟아졌지만 장성고등학교의 분위기는 오히려 차분해 보였다. 그보다 학생들의 향후 진학과 진로에 관해 준비하는 움직임은 바빠 보였다.

2019년 광주·전남 유일한 만점을 배출한 장성고등학교 한황수 교장은 수능만점자 배출의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학생들의 자율성과 그에 따른 자존감과 성취감’이라고 말하며 여러 요인 중 두 가지를 꼽았다.

그 하나가 정규 수업시간 이후에 이뤄지는 방과 후 수업과 수준별 학습을 통해 이뤄지는 맞춤형 심화 프로그램이다. 한 교장은 이 프로그램이야 말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최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효율적인 교육투자 프로그램이라 말한다. 이 프로그램은 전남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과정을 각 커리큘럼별로 심화학습과정을 거쳐 전문적인 지식을 공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학과 자연계열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에겐 대학교육 과정과 연계해서 깊이 있고 심도 있는 연구와 실험을 대학 교수진과 함께 진행하고, 허 군처럼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겐 경제학 관련 전공 교수의 토론식 교육과 그에 따른 전문서적을 탐독하고 연구하는 것이다. 이 과정이 해외 유수 대학 학생들의 수학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한 교장이 꼽은 두 번째 요인이 주목할 만하다. 장성고 학생들은 저마다 자존감이 가득차 있기에 자연스럽게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고 주체적 삶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학내 모든 행사 및 규율과 규칙 등 학교생활에 관한 모든 것을 학생들 스스로의 자치기구에 맡기고 있으며 자신들이 만든 자치법정을 통해 스스로 규율과 규칙을 만들어 학생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서 토론과 회의를 통해 합의를 돌출해낸다. 이 법정에서 벌점과 제재를 받은 학생들은 본인들도 큰 불만 없이 수긍한다. 학생 당사자뿐만 아니라 학부모들까지 이러한 제도에 대체로 수긍하고 만족해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이룬 가장 모범적이고 민주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한 교장은 이렇듯 학생들 스스로 자신들이 만든 규율과 자신들의 아이디어로 행사를 치르기에 교내 폭행사건은 1년이면 1건이나 있을까 말까 한데다 있어도 경미한 다툼이라 정식적인 학폭위가 꾸려진 적은 거의 없다고.

한 교장은 “장성고 학생들은 이렇듯 자신들이 무엇을 할 것인가 알고 이를 실천하는 자율적이고 창의적 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꿈을 이어가고 있기에 더욱 무한한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한 교장은 교직생활 중 느낄 수 있는 보람 중 하나가 자신의 제자가 번듯하게 자라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해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얼마나 대견한지 모른다고 말한다. 예술가가 작품을 남기듯 교직자가 남길 수 있는 흔적은 제자가 아니겠느냐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한 교장은 이어 최근 입시부정 사례가 연일 보도되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장성고는 시험에 관한 한 어느 학교 못지않게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험문제는 반드시 잠금장치가 돼 있는 usb에 담겨 반드시 필요할 때만 열람이 가능하게 돼 있으며 유출을 막기 위해 컴퓨터 본체에는 복사를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인쇄된 시험지는 굳건한 안전장치로 봉인된 금고에 보관하고 있어 시험부정의 요소는 개입할 여지가 없어 안심할 수 있다.

장성고의 철저한 관리제도는 전남도교육청에서도 우수 모범사례로 인정한 바도 있다. 한 교장은 “언론에 보도된 대로 만점자를 배출한 전국 유일의 시골 군단위 학교이지만 우리 학생들이 장성이라는 자랑스런 고을의 주역이 되어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라고 기쁜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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