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미투 사건…숨은 진실은 무엇인가?
장성 미투 사건…숨은 진실은 무엇인가?
  • 장성투데이
  • 승인 2018.12.1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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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의 편지
박경천 발행인

진실을 더듬어 보자.

1년 전인 2017년 11월 30일 점심때, 장성읍 주민자치센터에서 12개 프로그램운영 중 군민에게 인기 있는 일명 ‘줌바 댄스’ 클럽의 수강생들과 자치단체 간 간담회가 이루어졌다.

줌바댄스를 운영하면서 나름 애로사항을 토로하고 행정기관에서 이를 독려하기 위해 군수, 주민자치위원장, 읍장 그리고 댄스강사와 수강생 등 10여 명이 장안숯불 갈비집에서 점심을 했다. 이 과정에서 신체적 접촉(?)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여성의 고소로 인해 검찰이 유두석 군수를 2018년 11월 29일 불구속 기소로 재판에 회부했다.

유 군수는 추행사실이 없다고 완강히 부인하고 있고, 피해여성은 ‘처음 만나 악수하면서 손바닥을 손가락으로 긁었고, 점심 먹는 자리에서 허벅지를 만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당시 현장에서 함께 있던 참고인들을 조사한 결과 피해자의 진술이 더 신빙성 있다고 판단하고 기소의견을 냈다.

또한 검찰은 손바닥을 긁는 행위가 성추행이냐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허벅지를 만진 행위까지를 일련의 행위로 보고 기소의견을 밝혔다.

검찰의 기소에 군민의 반응은 우려와 냉담한 반응이 함께 나타났다.

장성읍에 사는 김 모(68)씨는 “그게 무슨 추행이냐”며 “그것은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군수가 그렇게 했다하면 친밀감의 표현으로 볼 수 있는 것이지 군수가 식당에서 그것도 12명이나 있는 백주대낮에 어떻게 추행 의도를 갖고 그랬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씨는 이어 “성추행이란 남성이 여성을 성적으로 추행하려는 의도를 갖고 행동을 하고, 또 상대 여성은 그로 인해 수치심을 느낄 정도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 본질적 저의를 의심케 한다고 강변했다.

한편 다른 여성은 “군수의 행동이 사실이라면 왜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런 행동을 했는지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나 같아도 기분은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것이 꼭 법정다툼까지 가야만 하는지 그 자리에서 충분히 오해를 풀 수 있는 일을 그렇게 기자회견까지 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어찌 됐던 이제 공은 재판부로 넘겨졌다. 하지만 2017년 11월 30일에 촉발된 신체적 접촉이 그동안 잠잠하다가 6개월 뒤, 지방선거를 불과 일주일 정도 앞두고 왜 불거진 것인지는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당시 사회적 흐름인 ‘미투 운동’에 편승하여 현직 군수의 성추행을 폭로함으로써 반대급부로 혜택을 받을 사람은 누구였는지, 또 본인은 어떤 위안을 얻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확인된 바로는 피해 여성은 민주당 장성군수 후보의 선거운동원이었고 맹렬한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그 여성은 열성 민주당원으로 활동하며 장래 정치를 꿈꾼 사람으로 소문이 났었다.

그런 위치의 여성이 투표를 며칠 앞두고 성추행을 직접 폭로하고 전남도청 브리핑룸에까지 달려가 ‘억울하다’는 호소를 했다.

현명하게도 당시 그 기자회견을 본 전남도의회 기자단은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두고 폭로전에 개입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보도를 하지 않기로 했다. 선거전에서 특정 후보가 민감한 미투 사건을 언론에 퍼트려 여론 몰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장성군수의 미투 사건은 광주·전남의 대부분 언론이 보도를 하지 않았고, 장성군의 특정 언론에서만 다룬 ‘동네 사건’이 됐다.

성추행 사건은 선거사범이 아니어서 장성군수의 직위상실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구속 기소됐다는 사실만으로 도덕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

어떤 형태이든 성추행 행위가 용서돼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추행의 기준과 처벌 잣대가 하루빨리 명문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앞선다.

미투 운동 여파 이후 직장인들은 남녀의 회사 회식자리가 부쩍 줄었다고 한다. 남성들이 아예 자리를 피하는 경향이다. 자칫, 한잔 술에 패가망신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과거 남성우월주의가 만연하고, 가벼운 성적 인사말이나 농담이 통용되던 시기는 이미 사라졌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

하지만 요즘 일련의 미투 운동을 바라보며 굳혀진 하나의 생각이 있다.

미투 운동의 본질이 무엇인가?

미투 운동을 창시했던 타라냐 버크의 말을 빌려 보자.

‘미투의 본질은 자신이 당한 성폭력의 경험을 용기 있게 드러내고, 이에 공감과 위로를 받고 유대하며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런 정의에 따르면 이번 장성군의 미투 사건은 진정한 미투 운동이라기보다 ‘미투 운동으로 포장되지 않았는가’라고 반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장성 미투 사건에 대해 고소인의 입장을 대신하고 피해자의 진술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지만 이것이 ‘사회적 시류를 벗어날 수 없는, 사회적 정의를 실현해 나가고 있는 검찰’이라는 단순한 사명감 때문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재판을 통해 밝혀질 실체적 진실이 한층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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