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말로 시원허요~ 지들도 힘들텐데~”
“참말로 시원허요~ 지들도 힘들텐데~”
  • 백형모 기자
  • 승인 2019.01.02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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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장성지회 황룡면서 안마 봉사
‘옐로우안마봉사단’ 40여 마을 순회 ‘감동’
시각장애인연합회 장성지회 황선권 지회장과 회원들이 황룡면 중동 마을을 찾아 주민들에게 안마봉사를 제공, 감동을 주고 있다. 이들은 옐로우시티 안마봉사단을 결성, 매년 40여 차례씩 마을은 순회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연합회 장성지회 황선권 지회장과 회원들이 황룡면 중동 마을을 찾아 주민들에게 안마봉사를 제공, 감동을 주고 있다. 이들은 옐로우시티 안마봉사단을 결성, 매년 40여 차례씩 마을은 순회하고 있다.

“아이고 시원허요이~. 자식들이 쬐금씩 시늉 내는 것보다 열배는 더 시원허요”

한 겨울 찬바람이 골목을 휘젓는 지난 12월 하순 장성군 황룡면 중동리 마을회관. 칠순, 팔순에 이르는 10여 명의 마을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모여 차례로 안마봉사 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88세의 선오순 할머니는 봉사단이 안마해준다는 말에 나왔는데 ‘참말로 시원하다’며 고맙다는 말을 거듭했다. 슬하에 7남매를 두었으나 멀리 있는 자식보다 가까이서 돌봐주는 이런 봉사단과 집안을 챙겨주는 동사무소 직원이 훨씬 고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 자리에는 황룡면사무소 직원이 동석, 겨울철 동파 위험이 많은 수도 관리 요령과 효율적인 난방 관리, 그리고 최근 부쩍 잦아진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까지 이어져 한층 효과를 더했다.

이렇게 마을 어르신들의 가렵고 아픈 곳을 어루만지며 헌신을 다하는 사람들은 다름아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전남지부 장성군지회(지회장 황선권)의 안마봉사단이다.

세상의 빛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자신들도 온전한 것은 아니지만 더 어렵고 연로하신 어르신들을 위해 찾아가 봉사하자며 뜻을 모았다.

“점점 쇠락해가는 시골 마을이 안타깝습니다. 대부분 할머님 한 분, 어쩌다 두 부부가 계시는데 몸이 아파도 돌봐줄 사람이 없습니다. 누군가 나서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일에 기꺼이 동참해주는 우리 회원들이 자랑스럽습니다”

황선권 장성군지회장은 마을 순회활동을 하면서 느낀 안타까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활동이 어려운 시각장애인의 특성 때문에 지회장 역할도 누가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어 떠밀려 맡게 됐다는 황 지회장은 힘이 닿는 한 지역민과 함께 동고동락하고, 회원들의 안전한 가정과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시각장애인협회는 장성군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들 420명 가운데 186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회원들의 친목을 도모하며 권익 향상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공인 안마사자격증을 소지한 10여 명의 회원들이 ‘옐로우시티 안마봉사단’을 결성, 2017년 3월부터 장성지역 경로당 위주로 효도안마봉사를 펼쳐오고 있다.

‘손끝으로 사랑을 전하는 안마봉사’라는 타이틀처럼 어르신들의 몸에 쌓인 피로를 전문 안마와 의학적 재능으로 풀어드리며 효도를 다하고 있다. 장성시각장애인협회는 지난해 42차례, 올해도 43차례에 달하는 안마봉사를 펼쳐 한해에 약 천여 명의 어르신들이 안마사들의 약손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시각장애인들의 삶은 고달프다. 거동에 심한 제약이 있어 마땅히 먹고 살만한 일자리가 없다. 이 때문에 지역봉사를 겸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안마바우쳐 사업이나 경로당안마사 파견사업 등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다행히 이런 소식을 접한 장성군에서도 시각장애인들의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발벗고 나설 예정이어서 따뜻한 온정이 느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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