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를 도와주세요~~”
“지역아동센터를 도와주세요~~”
  • 최현웅 기자
  • 승인 2019.01.02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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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아이들의 최후 보루…최저임금 허덕
희생과 봉사 정신으로 버텨 ‘지자체 지원 절실’

전국의 11만 명에 달하는 저소득층과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을 보살피고 공부시키는 일이 ‘지역아동센터’의 역할이다.

연말연시 무렵이면 불우이웃을 돕는 온정의 손길이 많아지고 있지만 추운 겨울, 정작 우리 주변에서 하릴없이 공터를 서성이는 아이들이 갈 곳은 그리 많지 않다.

힘겨운 살림에 엄마아빠 모두 맞벌이에 나서, 혹은 편모·편부가 일터에 나가 방과 후 갈 곳 없는 아이들은 추운거리를 헤매거나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아 위험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그나마 학기 중엔 점심시간 급식이라도 먹을 수 있지만 방학이라도 하게 되면 급식마저 먹을 여유조차 없어 끼니를 거르기 일쑤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대도시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친구들이 그다지 많지 않은 작은 면단위 지역 아이들은 더욱 심각하다. 이들 빈곤 아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경제·사회·문화적으로 소외받고 결핍하여 그로인해 자존감이 꺾이고 차별 속에 놓여있다.

장성읍 기산리 소재 작은 개척교회 목사였던 남편 김종인 목사와 함께 힘겨운 생활을 이어오며 장성읍에 영·수 전문학원을 운영하던 이미나(55) 시설장은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지역의 아이들을 보며 그 아이들을 품을 수 있는 보금자리가 절실함을 느꼈다.

오랜 고민 끝에 이들 부부는 “우리도 어렵지만 이 아이들을 품고 함께 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막막하기만 했다는 이미나 시설장. 그래도 돌보는 아이들만큼은 세상 그 어떤 아이들 부럽지 않게 당당하고 밝고 활기차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홀로지내는 아이들에게 동무가 생기고, 스스로 밝고 건강하게 자라날 문화를 만들어 주는 역할 뿐 아니라 이 시설장이 운영하는 학원과 연계해 학습도 뒤떨어지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자 부단한 노력을 했다. 무엇보다 지역아이들이 문화적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광주시립교향악단 바이올린 연주자의 재능기부를 통해 센터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바이올린을 접할 기회를 주었다.

방과 후 아이들의 유일한 희망 놀이터  

이혼한 아들 내외가 맡기고 가버린 손녀를 홀로 돌보던 할아버지가 손녀를 데리고 처음 이곳 아동센터를 찾은 이후 손녀의 쉼터가 되어준 아동센터에 찾아와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던지는 할아버지. 이 분은 방문할 때마다 낡거나 고장 난 곳을 고치고 수리해줘 센터에서는 ‘맥가이버’라는 별명으로 통했다. 또 4남매가 모두 이곳 아동센터에서 성장한 눈물 어린 이야기들을 간직하며 지난 12년간 아이들과 함께하며 느꼈던 보람을 풀어놓는 이미나 시설장.

처음 이곳 아동센터를 거쳐 간 아이들이 이제는 어엿한 대학생과 군인이 되어 찾아 올 때는 한없이 늠름하고 대견하다고 회고한다.

이 시설장은 아동센터가 끝나고 퇴근하던 중 집에 돌아가지 않고 홀로 어두운 놀이터와 공터에 있는 아이들을 목격한 지난해부터는 아동센터 개방시간을 오후 9시까지 늘렸다. 보통 7시에 저녁 간식까지 먹고 집에 돌아가도 부모님이 아직 퇴근하지 않아 갈 데가 없는 아이들을 위해 센터 선생님들 역시 조금 힘들더라도 아이들에게는 쉼터가 필요하다고 느켜 동참했다. 이 시설장 얘기로는 아마도 9시까지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는 지역 최초가 아닌가 싶다고 얘기한다.

 

장성에 14곳 희생정신 없이는 힘들어  

하지만 이런 지역아동센터의 운영이 결코 녹록치만은 않다.

얼마 전 ‘지역아동센터를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지난 12월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왔다. 게시자는 청원 글에서 “최저임금이 10.9%가 인상이 됐는데 이 지역아동센터 운영비 예산은 2.8%밖에 인상이 안 됐다.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 생활복지사 선생님들 최저임금 맞추려면 시설장들이 자기 월급에서 10%, 20%를 내놔야 한다. 또 운영비에서 시설 임대료를 지금 낼 수 없도록 되어 있는데 이것 역시 시설장이 자기 월급에서 임대료를 내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사실상 센터 종사자들에 대한 임금조차 보전키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12월 현재 장성 지역엔 14개 지역아동센터가 지자체에 등록해 운영 중이지만 어느 지역아동센터이든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19년 장성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정미숙(성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회장은 “모든 지역아동센터가 마찬가지지만 이윤 창출을 위해 운영되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과 지역아동센터를 동일하게 봐선 안돼요. 지역 내 아이 돌보기 어려운 가정이나 소외된 아이들의 공부방이자 쉼터인 지역아동센터는 아이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사랑, 헌신하는 정신이 없으면 결코 운영하기 어려워요”라고 말한다.

이어 “더군다나 인구가 별로 없는 면단위 지역은 그나마도 지역아동센터가 없어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은 친구는 물론 방과 후 마땅히 갈 곳조차 없는 실정”이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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