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버리지 말아주세요!”
“담배꽁초 버리지 말아주세요!”
  • 최현웅 기자
  • 승인 2019.01.09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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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평화의 소녀상, ‘우리가 가꾸고 돌본다’
졸업 앞둔 소녀상지킴이 이건왕 소나무회장

“장성에도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된다는 소식을 듣고 반드시 우리 청소년들이 나서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었습니다”

장성지역 학생들의 연합봉사동아리 소·나·무(소중한 너를 향한 나의 무한한 사랑)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이건왕(장성중 졸업 예정)군은 일제 강점기 꽃다운 어린 시절 반강제로 끌려가야만 했던 위안부 소녀들의 한이 서린 평화의 소녀상이 지역 장성에도 설립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누구보다 가장먼저 소녀상 지킴이를 자청하고 나섰다.

이들 소나무 회원들은 소녀상이 들어서기 전부터 지역 내 소녀상 모금운동도 함께하며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함께 하기도 했다.

한창 놀고 공부하기도 바쁜 나이의 청소년들이지만 이들 소나무 회원들은 방학 때도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주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소·나·무 로고가 찍힌 노란 조끼를 입고 장성 역 앞 소녀상을 찾아 주변을 청소한다. 한번 청소할 때 마다 30~40분이 소요된다.

기상관측 이래 가장 무더웠다는 올여름 폭염에도, 눈보라 휘날리던 겨울 찬바람에도, 이들 소녀상 지킴이의 활동을 한 주도 쉬지 않고 계속돼 왔다.

어린 학생들의 모습이 보기만 해도 대견했던지 여름철 언젠가는 인근 마트 사장님께서 이들 학생들에게 시원한 음료수를 주시며 격려하기도 했다며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는다.

이건왕 군은 장성에 평화의 소녀상이 들어서기 이전부터 장성군 청소년복지센터(센터장 이덕진)로부터 일제 강점기 당시 위안부 소녀들의 실상을 접하고 울분과 서글픔을 주체치 못했다고 한다.

이 군은 “당시 저만한 나이였을 할머니들께서 일자리를 소개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혹은 반강제적으로 전쟁터에 끌려가 몹쓸 짓을 당했다고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나고 슬펐습니다. 저희 같은 청소년이 나서서 소녀상을 청소하고 관리하면 이를 지켜보는 어른들도 소녀상 주변을 더욱 깨끗이 할 것 같아서였죠”

하지만 소녀상이 들어선지 5개월 째에 들어서고 있지만 이곳 주변은 여전히 어른들이 버린 담배꽁초가 매번 쌓여있어 소나무 회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 군은 “지난 8월 14일 장성군에 평화의 소녀상이 들어서고 난 이후 23명의 회원들이 5~6명씩 조를 이뤄 매주 돌아가며 일요일마다 소녀상과 그 주변을 청소하고 있는데 매번 청소할 때 마다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어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고.

이 군은 부모님께서도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하는 자신을 보며 대견해하며 격려해 주셨다고 말하며 “사람으로서 어찌 이런 만행을 저지를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역민과 함께 아픈 역사를 잊지 않게 노력할 것” 이라고 다짐했다.

이 군은 올해 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소나무 회장을 그만두고 후배에게 회장직을 물려주게 된다.

이 군은 자신은 이제 진학해서 학업에 매진하겠지만 후배들 역시 자신의 뜻과 별 차이 없을 것으로 본다며 직접적인 참여는 못하지만 앞으로도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지킴이 역할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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