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음’이 맞을까 ‘있슴’이 맞을까?
‘있음’이 맞을까 ‘있슴’이 맞을까?
  • 백형모 기자
  • 승인 2019.01.16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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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마음의 표현, 정확한 사용이 아쉽다.
잘못 쓰기 쉬운 일상어(日常語) 바로잡기

편집국에서-   

말은 마음의 표현이다.

정확한 말의 사용은 그 사람 마음이 틀림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말의 사용이 틀린다면 왠지 허점이 보이는 것 같고 그 사람의 진실성이 의심이가기도 한다.

하지만 말의 사용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약 10년 주기로 변하는 한국어의 변화도 무시못할 요인인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읍니다’와 ‘~습니다’ 중 어느 것이 맞을까? 아니면 둘다 맞을까?

1988년도 맞춤법 규정이 바꾸기 전에는 모든 책들이 ‘~읍니다’로 사용했으나 그 이후부터는 ‘~습니다’로 사용하도록 했다.

그렇다면 ‘있음’이 맞을까 ‘있슴’이 맞을까? 또 ‘없음’이 맞을까 ‘없슴’이 맞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있음’은 ‘있습니다’의 줄임말이 아니고 단독 명사이기 때문에 ‘있음’이 맞다. ‘없음’도 마찬가지다.

신년을 맞아 SNS상에서 여러 형태로 문안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그릇된 표현으로 무지를 드러낼 수가 있다. 독자 여러분의 편의를 위해 국어교육계의 자문을 받아 흔히 사용하는 단어의 그릇된 표기를 바로잡는다.

1.

① (×)취업난(就業難)이 어렵다.

② (○)취업(就業)이 어렵다.

❉①의 취업난 속에 ‘어렵다’는 뜻이 있기 때문에 ‘취업난이 어렵다’는 말이 안된다. ②번 ‘취업이 어렵다’가 바른 말이다.

2.

① (×)계약(契約)맺는다.

② (○)계약(契約)한다.

❉위 ①의 ‘契: 맺을(계)’字, ‘約: 맺을(약)’字이기 때문에 ‘契約’이 이미 ‘맺다’는 뜻인데, ‘契約맺는다’라고 하면 말이 안된다. “이사 갈 집을 오늘 계약했다”라고 해야 맞다. 보도에서도 “이사 갈 집을 오늘 계약 맺었다”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 이런 현상은 한자교육 부재에서 기인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3.

① (×)접수(接受)받습니다.

② (○)접수(接受)합니다.

❉위 ①의 ‘接受받다’에서 受: 받을 (수)字 이기 때문에 ‘接受받다’는 ‘받다’란 말이 거듭 들어가서 바른 말이 못된다. ②‘接受하다’는 하나의 동사로서 바른 말이다.

4.

①(×)하차(下車)는 뒷문으로 내리세요.

②(○)하차(下車)는 뒷문으로 하세요.

❉①의 하자(下車)의 하(下)가 ‘내리다’의 뜻이므로 ‘하차는 뒷문으로 내리세요.’는 말이 안 됩니다. ‘하차는 뒷문으로 하세요.’라고 해야 바른 표현이다.

5.

①(×)오촌 당숙을 만났다.

②(○)당숙을 만났다.

❉五寸이 堂叔(=從叔)인데, ‘오촌 당숙을 만났다,’는 말은 촌수를 다시 반복하는 말이 안 되는 표현이다.

6.

①(×) 실감을 못 느끼고,

②(○) 실감하지 못하고,

❉실감(實感)의 뜻이 ‘실제로 느끼다’는 말인데, ‘실감을 못 느끼고’는 말이 안된다. 얼핏 보면 말이 될 것 같지만, ‘실감(實感)하지 못하고,’라고 해야 올바른 표현이다.

7.

①(×)작명(作名)을 짓다.

②(○)작명(作名)을 하다. / (○)이름을 짓다.

❉‘作名’ 이 ‘이름을 짓다.’는 뜻인데, ‘이름 짓는 것을 짓다.’라고 말하면 말이 안된다. ‘작명을 하다’로 두 마디로 쓰든지, 아니면 ‘작명하다’의 하나의 동사로 말해야 한다. 쉬운 말은 ‘이름을 짓다’이다.

8.

①(×)집필(執筆)을 쓴다.

②(○)집필(執筆)을 한다. / (○)글을 쓴다.

❉집필(執筆)은 ‘붓(筆)을 잡다(執)’의 뜻입니다. 붓을 왜 잡았을까. 글을 쓰려고 잡았는다. 집필(執筆)은 전의(轉義)하여 ‘글을 쓴다’는 뜻이다.

‘집필하다’라고 한마디로 말하든지, ‘집필을 하다’로 말해야 맞다. ‘집필하다’를 쉬운 말로 하면 ‘글을 쓴다’이다.

9.

① (×)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입니다.

② (○) 서울특별시장 박원순입니다.

❉자기를 소개하면서 ①이름을 앞에 놓고, 직함을 뒤에 놓는 것은 자기를 높이는 것이므로 상대방에게 실례가 된다. 직함을 자신의 이름 앞에 놓는 것이 바른 자기소개이다.

10.

① (×) 아버지 식사하세요./ 아버지 식사 드세요.

② (○) 아버지 진지 드세요./아버지 진지 잡수세요.

❉위 ①의 식사(食事)는 높임말이 아닌 平語이다. 진지가 높임말이다. ②에서 진지는 높임말인데, ‘드세요’는 보통 높임말이고, ‘잡숫다’가 아주 높이는 존대어(尊待語)이다. 일반적으로 ‘∼세요’란 말도 높임말이 아니다. ‘∼하십시오’가 정중한 높임말이다.

한국어에는 女性語가 따로 없지만, ‘∼세요’는 여성들이 쓰는 말, 또는 서울 쪽 사람들이 쓰는 말로 생각된다. ‘아버지 진지 잡수십시오’가 남성들이 쓰는 정중한 말이다.

11.

가족에게 ‘님’자를 붙이지 않는다.

①(×) 아버님/어머님

②(○) 아버지/어머니

❉친부모나 조부모에게는 ‘님’자를 안 붙인다. 생부, 생모가 아닌 분에게는 ‘님’자를 붙인다. 즉 시부 시모/장인 장모/친구의 부모에게는 ‘님’자를 붙인다. 형님 누님은 관용적으로 써오던 말이다. ‘님’자를 안 붙이는 한자어로 쓰면 가형(家兄), 사형(舍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생부생모도 편지와 지방(紙榜)에서는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쓴다.

아버님 前上書/어머님 前上書. 아버님 神位/어머님 神位 등이 맞는 표현이다.

12.

①(×) 학부형 (學父兄)

②(○) 학부모 (學父母)

❉학부형 (學父兄)은 학생의 아버지나 형이라는 뜻으로, 학생의 보호자를 이르는 말이다. 반면 학부모 (學父母)는 학생의 아버지나 어머니라는 뜻으로, 학생의 보호자를 이르는 말이다.

학생 보호자로 아버지와 형을 올려놓은 '학부형'이라는 말은 가부장제 사회에서나 쓸 수 있는 말이다. 학부형을 버리고 '학부모'를 쓰는 것은 단순히 낱말을 바꾸는 게 아니라 낡은 인식과 결별하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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