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함보다 어리석음이 나라 망쳐
악함보다 어리석음이 나라 망쳐
  • 장성투데이
  • 승인 2019.01.1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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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난해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미투’운동이 올해는 새해 벽두부터 체육계에서부터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민낯을 드러냈다.

언론에 보도된 대로 체육회 내부에 만연한 이 같은 실태는 수 십 년 동안 해당 가해자에 대한 비난과 꼬리 자르기식 징계로 그치고,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또다시 메달 지상주의에 함몰돼 또다시 스포츠 포르노를 확대 재생산해내는 관행으로 흘러왔다.

준비 없는 권력은 민중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겨주듯 대안 없는 개혁은 저항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고려 무인정권시기 경대승은 1179년 집권무신이던 정중부를 죽이고, 최고 권력자가 된다. 힘이 남보다 뛰어나게 세었고, 일찍부터 큰 뜻이 있어 가산을 돌보지 않았다. 자신의 아버지 진이 탐욕스러워 남의 땅을 많이 빼앗았는데, 아버지가 죽은 뒤 땅문서를 모두 군사선발 관청에 바치자 사람들이 그의 청렴함에 탄복했다고 한다.

15세에 음서로 벼슬을 시작한 뒤 올라 장군에 이르렀다. 1179년 9월 허승과 모의하여 집권무신 정중부를 제거하여 정권을 장악했다. 이어 종전 최고 권력기구의 기능을 행사하던 중방을 무력화시키고, 자신의 사적 병사집단인 도방을 두어 정권유지의 기반을 마련했다. 정권탈취 후 문관들을 존중하여 문·무신을 고루 등용하면서 여러 무신들의 반감을 샀으며 잦은 충돌을 일으켰다.

SBS CNBC 김형민 PD는 경대승을 두고 “하고자 할 일을 하지 못하는 권력만큼 불쌍한 것은 없다. 그는 무신정권을 부정했지만 무신이었고, 세상의 그릇됨을 증오했으나 그를 바로잡을 지혜가 없었다. 정중부 부자와 송유인 등의 지나친 탐욕과 폭정에 대한 불만을 이용하여 그들을 제거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그 불만을 세상을 바꾸는데 이용하는 데는 실패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개혁을 이어가지 못하고 자신의 숙적인 이의민에게 고스란히 정권을 내준 것을 개탄했다.

이어 “무릇 나라를 망치는 것은 악함이 아니라 어리석음이다”는 따끔한 경고도 잊지 않는다.

체육계 내부폭로에 의하면 유년기 운동선수들이 함께 합숙을 할 때면 어김없이 밤마다 불려가 성폭력이 행해지곤 했다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전형적인 그루밍 성폭력이다. 이들 코치들은 자신들뿐 아니라 자신들의 선배 혹은 또 그 위 선배로부터 이러한 성폭력이 선수들을 장악하는 또 다른 수단임을 은연중에 인식시켰다고 한다.

정말 섬뜩한 얘기지만 이러한 증언이 사실이라면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체육계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와 이를 견제하고 감시할 구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체육계뿐 아니라 우리사회 각 분야에 걸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시기다. 이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이자 우리시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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