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 은행나무가 죽으면 괴테도 죽는다.
성산 은행나무가 죽으면 괴테도 죽는다.
  • 장성투데이
  • 승인 2019.02.13 13:3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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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인 1818년 독일의 대문호 괴테(1749~1832)가 간절한 의미를 담고 있는 ⌜서동시집⌟을 펴낸다. 한 여인과의 사랑을 노래한 시집이다.

그에 앞서 3년 전 1815년 가을날, 괴테는 한 여인에게 사랑의 시를 담은 편지를 보낸다. 편지지에는 노란 은행잎 두 장을 붙였다. 그리고 사랑의 밀어를 속삭였다.

‘비로소 참뜻을 알게 되었으니/ 그대 내 노래에서 느끼지 않는가./ 내가 하나이며 또 둘인 것을...’

예순여섯 살 흰머리 시인에게 얼마 뒤 그녀로부터 화답시가 도착했다. 그녀의 이름은 마리아네 빌레머. 갓 결혼한 서른한 살의 유부녀였다.

예나 지금이나 나이를 초월한 이들의 사랑이 순조로울 수는 없었다. 남의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은밀하면서도 위태로운 사랑이었기에 더 애틋했다. 그들은 가끔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하이델베르크 여행 중 그녀는 성 안의 낡은 담벼락에 ‘진정으로 사랑하고 사랑받은 나는 이곳에서 행복했노라’는 글귀를 남기기도 했다.괴테는 그녀에게 은행나무 밑에 데려가 은행잎의 ‘비밀스러운 의미’를 설명했다.

“이 나무의 잎은 특별하지요. 어린 나무일 때는 부채꼴에 나 있는 절개선이 거의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면 절개선이 있는 잎이 많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두 개의 잎인 것처럼 보이지요”

뛰어난 관찰력을 가진 괴테는 둘로 갈라진 은행잎에서 ‘서로 어우러진 두 존재’의 합일을 발견했다. 그러면서 노 문학가와 젊은 유부녀의 애틋한 사랑을 ‘둘로 나누어진 한 몸’으로 비유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다. 괴테와의 짧은 만남과 이별 후 그녀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아! 그이를 다시 만날 희망이 없다면 나는 고통으로 스러지고 말리라”

은행나무는 짙은 녹색의 잎새 시절보다 노란 낙엽이 환상적이어서 무수한 상상력과 감흥을 준다. 그래서 괴테의 사랑이 싹텄다.

은행은 사랑뿐만 아니라 건강과 장수, 다산을 상징한다. 은행잎은 혈관개선이나 치매 치료에 특효이며 은행열매는 동맥경화 등에 효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진다. 무엇보다 인간의 정서를 풍요롭게 하는 노란 가을 정취는 환상적이다.

그런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 등으로 인간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호남에서 한양 올라가는 국도 1호선을 따라 장성읍 성산에 자리 잡아온 40여 년 생 은행나무 130여 그루가 올봄에 그 유명을 달리할 계획이다.

무작정 베어내는 길 말고 다른 보존방법이나 이식 방안이 없는지 재검토가 절실하다.

인간의 사랑을 받은 가로수인 만큼 은행나무도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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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민 2019-02-18 09:56:07
은행나무 보존해 주세요 재검토 해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ㄱㄱㄹ 2019-02-14 21:13:06
황미르랜드에이식하면좋은경관이돨것같은대여
외없앨라고만생각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