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 표고와 더불어 살리라!”
“나는 자연인, 표고와 더불어 살리라!”
  • 백형모 기자
  • 승인 2019.02.26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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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톱밥 배지재배 선구자 장종채·박은숙 부부
눈코 뜰새 없는 표고 돌보기에 ‘귀농인 꿈 활짝’

베이비 부머들이 가장 즐겨보는 TV프로그램의 하나가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방송이라고 알려진다.
왜 그럴까?
헐벗고 굶주리며 못 배웠던, 고난한 세월을 살아온 그들이 이제 60대에 진입하거나 정년을 넘긴 뒤 또 다른 인생을 꿈꾸는 자신들의 희망을 그린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자연’을 꿈꾸지만 실천하기 위한 용기를 내는 것은 어렵고 실천하여 행복을 얻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나자연’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면 자연인의 식사에 언제나 표고버섯이 등장하곤 한다. 자연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식품으로 건강에 그만큼 유용하기 때문 아닐까?
-편집자 주-

 

 잘 나가는 회사 사표 내고 장성으로!

장종채(59. 남도표고농원) 대표는 젊은 시절 잘나가는 공학도였다. IT산업이 뜨던 시절 통신회사에 입사, 광주와 서울에서 근무하며 남부럽지 않은 직장인 생활을 했다. 그러나 50을 갓 넘긴 나이에 자신을 뒤돌아보니 젊은 인재들이 거세게 밀고 들어오면서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인생 2모작을 생각해야 할 때가 온 것이었다.

2011년 초, 서울특별시에 살던 직장인 장종채는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자연인 장종채가 되기 위해 과감히 농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생을 건 대단한 결정이었다.

그런 결정 이전에 서울시농업기술센터 전문교육장을 두드려 2개월 동안 시설채소와 과수, 버섯 재배 등의 다양한 상식을 익히고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리고 경기도 여주산림조합 버섯연구회에 들어가 6주간의 본격 교육과 실습을 했다.

태생지가 광주라서 풀 한 포기 뽑아본 적 없는 50대 중년이 농촌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주변의 귀농 실패 경험들은 그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또 부인 박은숙(56)씨는 고향인 해남에서 농사를 경험해 본 덕택에 “흙 일이 보통 어려운 줄 아느냐”며 거세게 반항(?)하기도 했다. 평소 처갓집에 갔을 때도 눈으로 보기만 했을 뿐 농사일에는 손끝 하나도 대본 적이 없는 순수 도시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창부수(夫唱婦隨)라고 남편을 혼자 둘 수 없었던 박 씨도 끝내 낭군을 따라 물어물어 장성군으로 따라왔다.

광주 인근인 데다 비교적 농지를 구입하기 쉬운 장성군 삼서면을 대상지로 선택하고 900여 평을 구입, 시설을 구축해 농민으로 삶을 시작했다. 때마침 삼서면 유평리에 귀농인을 위한 주거단지인 드림빌에 입주 공간이 있어 주거문제가 쉽게 풀리는 행운을 안겨줬다.

 

 “어려움을 어찌 말로 다하겠습니까?”

귀농과 동시에 버섯재배를 시작한 장종채 씨는 만 7년 동안의 귀농인 삶을 표현하라고 건네자 대뜸 “말로 다할 수 없죠”라고 짧게 설명했다. 그리고 농사라는 사업에 대해서는 ‘적게 실패하는 것, 그리고 실패를 경험 삼아 다시 일어서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동안 버섯재배. 특히 표고버섯에 관심을 갖고 있던 중 자본 회전이 비교적 짧고 자연환경에 크게 지배받지 않는 표고버섯 배지 재배를 시작한 장 대표는 첫해에 1만개를 재배해 겨우 1천만 원을 수확, 종균 가격만을 충당했다.

부부의 노동력 품삮이나 이익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대신 ‘우린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을 얻은 것만으로 만족이었다.

그 뒤 끊임없이 농업기술교육장과 선진 농가, 공판장을 돌며 생산과 판매에 실험과 연구를 거듭하며 기술을 터득해 나갔다. 판매를 위해 고정 수요처를 개발하고 공판장이나 마트에 나가 대책을 강구하는 등 인고의 나날을 보냈다. 부부간에 여유는 어디가고 일거리만 도처에 널렸다.

하지만 그 결과 장 대표는 이제 표고버섯 배지재배에 있어서는 박사급 전문가가 되어 전국 곳곳의 작목반이나 기술센터 등에 초청받아 강의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정도다.

“도전하는 길에 쉬운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노력하면 안 되는 것도 없습니다”

‘두드리면 열린다’는 신념을 가진 장 대표는 2010년 이전에 장성에서 배지재배를 하던 사람들이 모두 실패했던 탓에 ‘귀농인으로 배지재배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적극 말렸으나 마침내 성공, 장성에서 표고버섯 배지재배의 선배로 불리고 있다. 이제는 틈나는 대로 목이버섯재배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표고버섯은 생산에 실패할 경우 다시 시작하면 되지만 판로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참으로 난감하다. 농가들끼리 연대나 행정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경우도 많다.

그래서 같은 작목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끼리라도 서로 의지하고 연구하자는 뜻을 모아 ‘삼서표고버섯작목반’을 결성, 정무섭 씨가 대표를 맡고 자신은 총무를 맡아 심부름을 다하고 있다.

 

“울~려고 서울에서 내가왔을까?

표고재배는 참나무에 종균을 넣는 원목재배와 톱밥을 활용한 배지재배로 나뉘는데, 원목재배는 1년 뒤부터 수확하기 때문에 여유가 있고 일손이 적게 들지만, 배지재배는 모든 것이 시설과 사람 손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수확철에 노동력이 집중되는 등 훨씬 힘들다.

장 대표는 많을 때 3만 본(배지재배 1개의 단위)의 표고를 관리하며 수확할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땐 부부간에 숨 쉴 틈 없이 2시간씩 4차례의 출하를 하게 되어 마치 ‘북한의 천삽 뜨고 허리펴기’ 노동운동을 연상케 하는 고된 작업이 이뤄진다. 이런 시간이 1~2개월 계속되면 ‘울~려고 내가왔나’ 노래가 절로 나오게 된다. 부부간에 외출이나 다정한 시간은 아예 생각할 수도 없다.

“처음에는 정말 싫었습니다. 서울에서 편히 살다가 어떤 부인이 시골에 흙 묻히러 선뜻 나서겠습니까? 그런데 7년이 지나니까 이제 겨우 정이 붙고 주변도 돌아보게 되네요” 함박웃음을 짓는 박은숙 씨는 “이제 생각해보니 남편 따라 장성으로 온 것이 잘한 결정 같다”고 말한다.

현재 2만 본의 배지재배와 1만 개의 참나무 원목 본을 갖추고 생산하고 있는 남도표고농원(전화 010-9091-2001)은 생표고와 건표고, 표고가루 등을 출시하고 있는데 웰빙시대에 맞춰 먼저 소비자의 건강을 생각한 친환경 재배농법으로 농식품부의 유기농인증을 획득, 장성의 특산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표고버섯은? 항암효과에 탁월 

표고버섯은 영양만점의 보약으로 알려져 있다.

표고버섯에 다량 들어있는 베타글루칸이란 성분은 항암작용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표고는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도와주고 세균과 바이러스에 저항할 수 있는 면역력을 준다.

표고에 들어있는 에리타데닌이란 성분은 혈관 안의 나쁜 콜레스테롤을 밖으로 배출해주기 때문에 고혈압예방에도 좋다.

또한 표고에는 비타민 A, E가 다량 들어있는데 햇빛에 4시간 정도 말리면 비타민 D가 최대로 형성돼 칼슘 흡수를 도와 뼈 건강에도 효과가 좋다.

특히 100g에 35칼로리에 불과하고 식이섬유가 많아 다이어트 식단에 최고이다. 말릴 때는 버섯의 기둥이 위로 향하게 말려야 좋다. 보관은 신문지로 버섯을 감싼 뒤 비닐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한다.

다만 표고버섯을 생으로 먹을 경우 배탈과 설사가 생길 수 있으니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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