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콤달콤 장성 명물…“찰토마토 납시오”
새콤달콤 장성 명물…“찰토마토 납시오”
  • 백형모 기자
  • 승인 2019.03.06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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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 못 파는’ 입맛 돋구는 새봄 과일 수확 한창

장성 남면 분향리 ‘분향작목반’ 천명주 농가

토마토의 대명사가 돼버린 ‘분향 찰토마토’ 재배 현장. 주말을 맞아 부모님의 농장에서 토마토 수확에 나선 아들 천성우(24.전북대)와 천명주 씨. 토마토는 온도와 습도, 통풍에 민감하기 때문에 어느 작물보다 긴장감이 돌고 일손도 많이 간다.
토마토의 대명사가 돼버린 ‘분향 찰토마토’ 재배 현장. 주말을 맞아 부모님의 농장에서 토마토 수확에 나선 아들 천성우(24.전북대)와 천명주 씨. 토마토는 온도와 습도, 통풍에 민감하기 때문에 어느 작물보다 긴장감이 돌고 일손도 많이 간다.

새봄 자극...군침이 차르르
남면 특산품으로 ‘인증샷’

100미터 가까이 곧게 뻗어있는 토마토 농원에 들어서자마자 토마토 고유의 상큼한 냄새가 콧 끝을 자극한다. 흙냄새와 푸른 잎이 어우러져 풍경에 취하게 만든다.

“우리 토마토는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입니다. 이 토마토를 먹어본 사람은 다른 토마토를 못 먹는다고 합니다.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아삭거림이 어울려 새봄 첫 과일로는 일등 신붓감이죠~”

장성군 남면 분향리에서 토마토 농원을 일구고 있는 천명주(59) 오명자(54) 부부의 인사말이다.

이곳이 바로 요즘 과일 가게에서 가장 잘 나가는 ⌜분향 찰토마토⌟ 재배 현장이다.

사람 키보다 훨씬 큰 찰토마토가 하우스 안에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한 줄로 정렬해 있다. 마치 열병식에 도열한 차렷 자세의 녹색 제복의 군인들 같다. 그 군인들은 수류탄처럼 싱그러운 찰토마토를 주렁주렁 옆구리에 매달고 있다. 찰토마토란 전통 토마토보다는 작고 방울토마토보다는 약간 큰, 중간 크기의 둥근 토마토이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찰토마토는 수량이 적어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공급되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최근 이곳 분향리를 중심으로 다량 재배되어 공판장을 통해 광주와 서울 등지로 팔려나가고 있다.

이 같은 품질을 입증하듯 남면농협의 로컬푸드 직매장에는 ‘새콤달콤 명품 분향 찰토마토 판매개시’라고 플래카드를 내걸고 본격 시판을 알리고 있다. 그 홍보 플래카드 아래는 ‘그동안 한정된 물량으로 맛보실 수 없었던 것’이라고 새긴 것이 흥미롭다.

크기별 선별을 해주는 선별기 작업은 부인 오명자씨가 도맡아 처리한다. 1년 농사의 마무리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 작업이 끝나면 남편은 공판장으로 향하는 트럭에 시동을 건다.
크기별 선별을 해주는 선별기 작업은 부인 오명자씨가 도맡아 처리한다.
1년 농사의 마무리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 작업이 끝나면 남편은 공판장으로 향하는 트럭에 시동을 건다.

 

5년 전 분향리에 귀농
오직 찰토마토에 전념

현재 천명주 씨가 회장을 맡고 있는 분향 작목반에는 19명의 하우스 농가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찰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는 농가는 8농가뿐이다. 그만큼 재배가 어렵고 소득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얘기로 통한다. 하지만 이 분들이 20여 년 동안 분향리에서 고품질 토마토를 꾸준히 연구하고 재배하며 판로를 개척해온 보람으로 이제는 ‘찰토마토’하면 ‘분향리 찰토마토’란 등식이 성립됐다.

이곳에서 5년째 찰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는 천명주 씨는 젊은 시절 광주에서 개인사업을 하다가 2013년에 고향으로 돌아온 귀농인이다. 부모님이 계실 때는 몰랐는데 주택에 아무도 살지 않게 되자 엉망이 된 것을 보고 아예 귀향해 고향을 지키기로 맘먹은 것이다.

“처음 하우스 농사를 시작할 때는 허점 투성이었죠. 하나하나 선배들에게 물어보고 농업기술센터에서 공부도 하고 그랬죠. 그래도 아직 초보 수준에 불과합니다”

처음 귀농하자마자 하우스 3동을 짓고 봄 양파와 수박 등을 재배하며 농업인의 꿈을 시작한 천 씨는 이제 중견 농부로 변했다. 열성적인 활동 결과 분향작목반 대표를 맡아 선배들과 동료의 구심적 역할을 다하고 있다.

찰토마토는 9월에 날씨가 서늘해지기 시작하면 경작을 서둘고 10월 10일 전후해 모종을 심기 시작, 겨울에 정성들여 싱그러운 화방을 틔워 2월 말부터 수확하여 고객들의 입맛을 돋게 한다. 찰토마토가 출하되는 시기는 5월 초까지로 비교적 기간이 짧다.

수확이 끝나면 휴직기를 거쳐 다시 땅심을 돋운 뒤 9월 작업 준비에 들어가는 계절의 반복이다.

 

“온가족 눈코 뜰새 없어요”
순따기.수확.출하에 분주

“하우스 농업 하시는 분들은 흔히 ‘부모가 돌아가셔도 못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1년 내내 정성들은 작물을 단 한순간 방치하면 망치기 때문입니다. 찰토마토는 특히 온도와 통풍에 민감하기 때문에 수시로 체크하여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주지 못하면 사태가 일어나게 됩니다”

찰토마토는 긴 겨울 뒤 나오는 과일로 어느 작물보다 재배가 까다롭다. 하루 종일 날씨와 습도, 통풍을 관찰하는 눈을 게을리할 수 없다는 것. 게다가 요즘은 수확철을 맞아 수확과 선별, 공판장 출하를 반복하느라 한시도 여유가 없다. 공판장은 보통 한밤중이나 새벽에 광주로 나간다.

이렇게 정성들여 출하한 분향 찰토마토는 보통 10kg에 8만원~10만원을 받는다. 비교적 고가이지만 입맛을 당기는 새콤한 맛 때문에 다시 찾는 사람들이 많다. 찰토마토는 큰 것보다 작은 것이 더 인기 있고 가격도 톡톡하다.

선별을 마치고 출하를 기다리고 있는 찰토마토.
선별을 마치고 출하를 기다리고 있는 찰토마토.

230여 평의 하우스 3동에서 약 1,000박스를 수확한다는 천 씨는 규모는 작지만 짜임새 있는 농업을 한다는 ‘강소농’에 속한다.

많이 재배하는 회원들은 하우스를 17동까지도 하고 있다.

농장 규모를 키울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아직은~”이라고 답하는 현실파이다. 지난해 부인이 몸이 아픈 탓에 간병하다 하우스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큰 손실을 봤다는 천 씨는 이 정도 규모로는 가족이 돌보기에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농사는 운이 절반입니다. 아무리 내가 좋은 물건을 생산해도 값이 폭락하면 망하는 겁니다. 본인 선택과 운명 탓이라고 봐야죠”

이제 환갑 나이를 앞두고 있는 천 씨는 ‘이제야 하늘의 뜻과 인간 세상을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다’며 밝은 웃음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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