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소득의 싹을 미리 키우는 셈이죠?”
“농민 소득의 싹을 미리 키우는 셈이죠?”
  • 백형모 기자
  • 승인 2019.03.13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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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심는 장성 한울육묘장 정인거 대표
‘모종이 튼튼하다고 선택하면 낭패’ 조언
푸른 대평원에서 장병들을 점호하듯 육묘장을 돌보는 정인거 한울육묘장 대표. 채소류를 재배하는 농민들보다 최소 6개월이나 1년 앞서 생각해야하는 육묘사업은 어린 모종을 상대하기 때문에 언제나 긴장감이 흐른다.
푸른 대평원에서 장병들을 점호하듯 육묘장을 돌보는 정인거 한울육묘장 대표. 채소류를 재배하는 농민들보다 최소 6개월이나 1년 앞서 생각해야하는 육묘사업은
어린 모종을 상대하기 때문에 언제나 긴장감이 흐른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갓 피어나고 있는 여린 고추 싹이며, 넝쿨을 너울거리며 옆으로 뻗고 있는 멜론 모종이 녹색의 초원을 이루고 있다. 고추를 비롯, 멜론, 대추토마토, 오이, 가지 등이 싹을 내밀고 있다. 울창한 채소 정글을 예고하는 꿈나무들의 집합장이다.

수백만 개의 모종이 싹트고 있는 이곳은 장성군 진원면 수촌마을 끝자락에 위치한 한울 육묘장이다.

육묘장은 전문적인 농사와 연관성이 없는 웬만한 사람들은 잘 모르는 곳이다.

과일이나 채소 등을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농가들은 수천, 수만 개의 각종 모종을 구입해 재배하게 되는데 어린 모종을 씨앗 뿌려 이식할 수준으로 키워내는 곳이 바로 육묘장이다. 또 이 같은 육묘장에서 심을 원초적인 씨앗을 만들어 내는 곳은 육종장이라 부른다. 장성에는 이 같은 육묘장이 남면과 진원면을 중심으로 6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육종장은 전남에 한 곳 전북에 한 곳이 있을 뿐이다.

과일, 채소류가 재배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는 육종장=>육묘장=>재배하우스=>유통과정=>시장 또는 동네 마켓에 이르는 수순을 밟게 된다. 육묘장은 소비자들이 신선한 채소류를 먹는 첫 재배과정인 셈이다.

육묘장은 올해 또는 내년에 소비자들의 취향을 예상하고 씨앗을 구입, 재배농가들에게 권장하거나 판매하는 입맛의 선지자라 할 수 있다.

한울 육묘장에는 300평 크기의 하우스 5동에서 고추와 대추토마토, 멜론, 오이 등이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계절에 한 발 앞서 소비자의 구매 손길을 예감하고 있는 셈이다.

 

“고추 모종은 초기 열매를 전부 따 주세요”

“모종이 크고 튼튼하다고 해서 무조건 선호할 일이 아닙니다. 토질과 환경에 맞는 모종을 고르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

대평원 같은 녹색 육묘장을 뒤덮고 있는 수백만 모종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정인거 한울육묘장 대표(50)가 모종 고르는 팁을 선사한다.

소규모로 사용할 모종은 보통 어린것을 제 때 맞춰 심는 것이 활착에 좋단다. 물이 부족하거나 메마른 땅, 유기질이 풍부하지 못한 땅에는 크고 많이 자란 모종보다 어린 묘목이 잘 자라고 잘 버틴다고 말한다. 척박한 땅에 키 크고 튼튼한 모종을 심으면 당장 섭취할 영양분이 없어서 잘 자라지 못하고 결실에 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가지 팁을 더한다면, 고추 모종의 경우 초기에 달린 고추는 아예 따 내버려 먼저 발육을 강화하고 나서 결실을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순천대 농대를 졸업하고 한때 고향인 무안에서 멜론과 토마토를 재배하는 하우스 농업에 전념했던 정 대표가 육묘사업에 뛰어든 것은 2002년도였다. 총각이 농사를 짓고 있으니 결혼기가 다 돼서도 중매가 안 들어오자 부모님이 막무가내로 말려 농사를 집어치우고 농협에 근무하기도 했다.

그 뒤 주위에서 전문지식을 살려 미래 가치가 높은 육묘사업을 권장하자 광주에서 가까운 장성에 육묘장을 차린 것이다. 그때만 해도 육묘장이 드물어서 농가에서 제 발로 찾아와 모종을 구입해가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영업 담당 직원이 구매자와 수시로 소통하고 판로를 개척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정 대표는 오랜 경험과 신뢰도 때문에 물량의 절반은 주문생산으로 감당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설은 자동화가 이뤄졌으나 불량모종을 골라내고 재 이식하는데는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다행히 맘씨 착한 태국 부부가 이러한 일손을 도맡고 있다.

“토마토 한 알도 농민의 땀의 결실입니다”

이런 하우스 안의 모종 이식 작업은 단순 작업이어서 노동력 조달도 쉽지 않다. 뿌린 씨앗이 미발아 되거나 불량할 경우 골라내 다시 포트에 이식하는 수작업이 대부분이어서 힘들 수밖에 없다. 이 육묘장에는 다행히 마음씨 착한 태국인 부부가 함께하고 있어 안심이다.

“농사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천후 박사가 돼야 합니다. 흙과 물의 특성 이해부터 종자, 거름, 농약, 유통, 소비자의 입맛 분석 등 엄청난 과정을 소화해야 성공의 문턱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간단히 사 먹는 딸기 하나라도 농민의 고마움을 알아줬으면 합니다” 흔히 귀농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장으로 들린다. 생명이 싹트기 전, 씨앗을 뿌리고 어린 모종을 가꿔내는 창조자 역할을 하는 사람답게 농민의 수고로움을 먼저 이해하는 정 대표의 마음씨다.

“요즘 유전자 변형이나 농약 성분 등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너무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씨앗은 유전자 조작 검사를 거쳐 제공되고 농약 같은 경우도 충분히 정부 검증을 거쳐 시판되기 때문에 안심해도 됩니다”

자신이 뿌린 씨앗에 대해 안전성에 대해서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정 대표는 서로 믿고 사는 사회가 아름다운 것 아니냐며 반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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