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제로섬 게임’
장성… ‘제로섬 게임’
  • 백형모 기자
  • 승인 2019.03.1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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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창간 1주년에 즈음하여

수학자가 쌍둥이 딸을 두었다. 아버지를 닮아선지 두 딸은 수학에 영특했다. 그러나 그 어머니는 더 영리하게 기르기 위해 항상 치열한 경쟁심을 유발시키곤 했다.

그날도 어머니는 두 딸아이에게 먹을 것을 두고 경쟁심에 불을 붙였다.

“자 오늘 간식은 케이크다. 이 방정식 문제를 빨리 푸는 사람에게만 케이크를 줄 것이야. 하지만 못 푸는 사람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야”

작은 케이크를 두고 두 딸은 머리를 굴리며 방정식을 풀었다. 결과는 간발의 차이로 언니에게 돌아갔다.

“자 이 케이크는 언니 몫이다. 패자는 약속과 같이 말이 없어야 한다”

어머니의 결정에 따라 두 딸은 극과 극의 상황에서 기쁨과 눈물을 나누어야 할 운명이었다. 그 때 한참을 생각하던 언니는 케이크 한가운데를 절반으로 잘라 반씩 나누어 가지며 어머니에게 설명했다.

“자 이 케이크를 내가 가지면 나는 +1이 되고 동생은 –1이 되겠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0이 되는 셈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내가 0.5를 먹고 동생이 0.5를 먹으면 +1이 되는 것 아닙니까? 둘 다 이득을 보는 계산을 찾아야 함께 굶지 않고 살 수 있겠지요”

큰 딸의 현명한 설명을 들은 어머니는 무모하게 경쟁심을 유발시킨 자신의 경솔함을 뉘우쳤다.

일명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다.

제로섬 게임은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의 결과를 합산하면 제로(0)가 되는 게임이다. 승자의 득점과 패자의 실점의 합계가 영(零)이 되는 게임. 여기서는 누군가 이득을 보면 누군가는 그만큼 잃게 된다.

이 제로섬 게임에는 남의 것을 빼앗아야하는 강자의 탐욕과 빼앗기지 않으려는 약자의 방어 전략이 치열하게 뒤엉키게 된다. 약육강식,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논리가 지배한다.

이에 반해 승패의 합계가 제로가 아닌 경우의 게임을 ‘넌 제로섬 게임’이라 한다.

무역수지를 예로 든다면 제로섬 게임은 ‘무역수지에 흑자 국이 있으면 반드시 같은 만큼의 적자 국이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한 쪽에 이득이 생겼어도 다른 쪽에 별로 손해가 없는 관계는 ‘넌 제로섬 게임’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제로섬 게임’에는 선수로 나선 두 사람 뿐만 아니라 게임의 패를 쥐고 있는 유령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즉 게임을 붙인 누군가는 잔인한 이 게임을 즐기면서 득을 보려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던, 우리 사회에는 게임에 선수로 나서야 하는 사람이 있고 그 너머에서 게임을 붙여 관전하며 이득을 취하려는 쪽이 있다. 양쪽이 피비린내 나는 혈투를 치르고 있는데도 말이다.

지역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제로 섬 게임’이 적용된다.

5.18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망언을 일으켜 호남지역과 다른 지역을 이간질시키고, 개혁세력과 수구세력을 갈라놓은 뒤 커튼 뒤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세력이 있다.

그들의 게임에는 1년 뒤에 전개될 총선에서 이데올로기 과실을 따 먹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 ‘패’가 숨어있음을 간파하지 않으면 안된다.

기초단체 지역인 장성은 어떠할가?

인구 5만이 되지 않는 좁은 지역을 종으로, 횡으로 가르려는 의도는 없었는가?

닷새 전에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막을 내렸다. 마을과 면 단위에 숫한 유언비어와 찌라시가 나돌기도 했다. 친절하던 선배와 후배가 원수가 되는 상황도 생겼다.

9개월 전에는 지방선거가 있었다. 그 때도 유혈이 낭자했다. 쉽게 걷힐 수 없는 인의 장막이 드리워졌다. 지금까지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과거는 역사 속의 한 페이지일 뿐이다.

악순환의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을 수 만은 없다.

우리가 우물 속에 갇혀서 ‘제로 섬 게임’에 몰두하고 있을 때 이웃 광주나 담양에서는 미래로 달려가고 있을지 모른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은 ‘함께 땀 흘리며 가는 현재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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