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에서 번 돈 장성 미래에 쓰겠다”
“장성에서 번 돈 장성 미래에 쓰겠다”
  • 임춘임 기자
  • 승인 2019.04.0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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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영 밀알회초대회장, 장학금 1억 쾌척

재벌이 아니고서 몇 백만 원이나 천만 원을 지역사회에 기부한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하물며 1억 원을 선뜻 기부한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남몰래 장학금을 1억 원이나 기부하면서 인터뷰마저 극구 사양한 지역 원로가 장성 사회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올해 76세인 주인영 전 장성밀알회장.

장성밀알회 초대회장을 지낸 주 회장은 지난 2013년 70세 기념으로 자녀들이 모아 준 여행자금 3천만 원을 장성밀알회(회장 정구성)에 장학금으로 선뜻 기탁했었다. ‘장성 청소년에게 장성의 미래가 있다’는 소신을 실천한 것이었다. 그러나 낮은 은행 탓에 기금이 늘어나지 않자 2천만 원을 더 희사해 5천만 원으로 늘려 후배 자녀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러다가 최근 장성밀알회 창립 30주년을 맞아 또다시 5천만 원을 밀알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주 회장은 “장성에서 번 돈을 장성 미래에 쓰고 싶다”며 기뿐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삼계면 발산리 태생인 주 회장은 처음 약사가 되겠다고 하자 부친께서 “약은 아픈 사람이 사러 오는 것인데 어찌 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할 셈이냐”며 “‘너보다 환경이 좋지 못한 분들에게는 약을 팔지 말고 마음을 드려라’고 말씀하셨다”고 기부 운동의 배경을 밝혔다.

주 회장은 장성읍 소재 ‘동아약국’을 운영하면서 아버지의 말씀을 늘 새기면서 살았다.

주 회장은 대학 다닐 때 배웠던 ‘한 알의 밀알이 썩어서 많은 씨앗을 맺듯이 한 사람의 화장실 청소가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장성 사람들 덕분에 돈을 벌었으니 장성사람들을 위해서 조금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주 회장은 밀알회 초대회장을 맡은 뒤 회원들의 요청으로 3대까지 연임했다. 밀알회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봉사단체에 걸맞게 농촌 일손 돕기에 앞장섰고 그 후에는 농촌의료봉사로 발전했다. 회원 중 의사인 최석중(주 회장 친구)씨가 있어서 진료를 해 주면 주 회장은 약 처방을 하는 즐거움을 나눴다.

칠순 때 자녀들이 3천만 원을 가지고 와서 부부 해외여행을 권했다. 이들 부부는 자식들이 준 돈을 의미 있게 쓰기로 하고 돈이 없어 꿈을 펼치지 못한 후배들에게 힘이 되고자 종자돈으로 장학금으로 냈다.

장성밀알회는 주 회장의 이런 숭고한 뜻을 실천하기 위해 장학분과를 따로 두고 회원들이 월 회비를 내며 장학금을 늘려가고 있다. 또 각 은행에 불우이웃돕기 저금통을 만들어 놓고 잔돈을 모으기도 했다. 회원들이 매월 커피 한잔 값에 해당하는 3천원 또는 6천원을 기부하는 커피한잔장학금 통장도 운영하고 있다.

장성밀알회 김희관 장학분과위원장은 “장학금은 지역에 희망을 가꾸는 일”이라며 “일반인도 참여 하여 좋은 뜻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며 뜻있는 분들의 동참을 기대했다.(문의 010-4653-8509)

밀알회는 회원 상호간 형제라고 부른다.

주 회장은 창립 30주년을 맞고 보니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후배 회원들을 자식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본인 스스로 “남자 회원은 아들이고 회원의 부인은 며느리다”라고 생각하며 우애를 다진다. 그러다보니 회원들이 형제를 넘어서 아버지라 부르며 잘 따를 정도다.

주 회장은 “장성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언론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있었으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이라며 다 거절했다”면서 “능력은 있으나 경제력이 어려워서 공부 못하는 학생이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부인 김청자 여사는 “고향 장성에서 나고 자라며 번 돈을 장성의 희망인 학생들에게 쓰게 된 것이 기쁠 뿐이다”며 “남편이 장성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임춘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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