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장성에도 이런 멋진곳이??"
"앗, 장성에도 이런 멋진곳이??"
  • 백형모 기자
  • 승인 2019.05.07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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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진원면 초동마을 '구르미 머무는' 카페
한옥과 정원에서 즐기는 왕의 품격, 왕후의 찻잔
이선주 대표가 10년 전에 설계한 '명품' 자부심
구르미 머무는 카페 풍경
구르미 머무는 카페 풍경

차 한 잔을 마셔도

천국의 정원에서

우아한 영화의 주인공처럼

마실만한 곳은 없을까?

 

봄꽃이 흐드러지게 만발한 요즘 어느 곳이나 화원이지만 좀 특별하게 맞아주는 쉼터가 있다.

굳이 찻집이니 카페니 하는 이름조차 거북스럽다.

‘구르미 머무는’(대표 이선주. 60)이라는 이름을 가진 쉼터이다. 이름 그대로 구름도 잠시 머물만한 아름다운 곳이다.

장성군 진원면 용산리 초동마을 입구에 자리 잡은 한옥 찻집이다.

광주 첨단과학단지 지구에서 멀지 않은 광주-장성 접경지다.

“한가한 시골에 무슨 대단한 찻집이 있다고??”하며 들렀다가 “햐 장성에 이런 곳이??”하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곳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사대부 집안의 근사한 2층 한옥으로 보일 뿐이다. 하지만 한 발 한 발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멋들어진 짜임새와 정원의 풍경에 매몰되고 만다. 보통의 찻집이 아니라 고풍스런 한옥에서 느끼는 전통의 맛과 화초 만발한 야외 정원에서 느끼는 센티멘털한 맛이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를 음미케 한다.

이곳에 들어서면 먼저 늠름한 자태의 한옥과 마당 공간, 정원의 배치구조가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선주 대표
이선주 대표

인위적인 담장이나 구조물 대신 주변을 둘러싼 화려한 봄꽃과 화초류, 그늘을 주는 정원수로 연결해 놓은 보행통로는 ‘이리로 걸으시지요’하고 부르는 것 같다.

한 걸음 더 걸으면 중간 중간에 설치한 휴게시설의 공간배치들이 ‘여기 앉아 쉬시면 어떨는지요’하고 잡아당기는 것 같다.

옹기종기 심어놓은 화초류는 계절 공부를 더하게 만든다. 봄을 느낄 수 있는 철쭉과 향기 나는 카네이션, 여름용 수국, 가을용 백일홍, 핑크뮬리 등을 심어 사계절을 온몸으로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정원에도 인간을 우선토록 했다. 보통은 잔디를 가꾸면서 농약을 사용하지만 행여라도 아이들이 넘어지거나 맨발로 다닐 때 인체에 해가 없도록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화초 가득한 정원을 지나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마치 궁궐을 방불케 한다.

전통 한옥 건축기법을 도입, 아름드리 원목을 사용하고 은은한 목재 색감을 살려 한옥 고유의 맛을 냈다. 가운데 복도를 내고 각각 양쪽에 방을 만들어 야외 풍경을 마주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건물을 직접 설계한 이선주 대표는 가운데 복도를 ‘왕의 통로’라고 부르고 있다. 그만큼 멋지다는 자신감이다. 어쩌면 이곳을 찾아주시는 분들을 왕처럼 모시겠다는 의미인지도 모른다.

이 대표가 이 자리에 한옥을 구상한 것이 10년 전이다. 광주 인근에서 최고의 한식전문점을 꿈꾸며 설계했다. 한식점 이름도 ‘에루화’로 지었다. 나름대로 운영이 잘 됐다.

이 대표는 식당을 운영하면서도 틈틈이 정원을 가꾸고 맘에 드는 초목류를 식재하며 자연 속에서 맛을 만끽할 수 있게 했다. 그러다가 보니 전원형 카페가 더 어울릴 것이란 생각을 했다. 바쁜 식당업보다 인생을 음미하며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도 의미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1년 전에 식당을 접고 카페를 열었다.

그러면서 이왕에 할 바엔 ‘최고를 지향한다’는 자신의 꿈을 담기로 했다.

카페 전경
카페 전경

“우리 동네 장성에 이런 멋진 곳이...”라는 찬사를 듣고 싶었다.

이러한 모든 일에 천사 같은 부인 이수미 씨가 선뜻 동행해줬다. 평생을 몸담았던 교직에서 정년을 몇 년 앞두고 과감히 명퇴를 선언, 함께 카페 가꾸기에 나서 주었다.

이들 부부는 차 한 잔에도 지극한 정성을 쏟는다. 효소나 발효 식품의 경우 충분한 시간과 영양학적 분석을 거쳐 상품으로 제공된다. 이 대표가 식당을 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는 한방 발효차를 만들 때 큰 도움이 됐다.

모든 재료는 수입산이 아닌 토종 재료 사용을 원칙으로 고수하고, 이왕이면 이곳 장성에서 생산된 재료를 사용한다. 아로니아와 오디, 매실, 모과, 배 등 모든 제품을 장성에서 생산된 것들을 쓴다.

그리고 모든 고객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가래떡과 조청은 장성에서 나온 쌀을 이용하여 만든 것으로 서로에게 화기애애한 시간을 덤으로 준다.

“제가 이 공간을 최고 품격으로 만들어 보기 위해 서울은 물론 강원도 경기도 남양주 등지의 전국에서 1급 수준이라는 카페는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다 다녀봤습니다. 어느 정도 자신합니다만 그래도 아직도 미완성입니다. 아마 10년은 더 가꿔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대표는 고객 맞이보다 흙 묻은 장갑으로 정원 가꾸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장성에도 멋진 음식점이나 카페, 볼거리 등이 몰려있는 특색 있는 관광지구가 많이 생겨나야 합니다. 그런 곳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그럼으로써 자동적으로 지역이 홍보되고 외지인이 몰려오면 지역경기가 살아나게 될 것 아닙니까?”

이 대표는 어릴 적 장흥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학교를 다녔고 건설업을 했으나 10년 전부터 장성으로 이사와 이제는 절반은 장성 토박이가 됐다.

‘정 붙인 곳이 고향 아니겠느냐’고 말하는 이 대표는 인생을 마무리할 이 곳 장성이 향기나는 곳이 되도록 조금이라도 기여하겠다는 소신을 가다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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