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이고 못 입혀 미안하다. 용서해다오"
"못 먹이고 못 입혀 미안하다. 용서해다오"
  • 곽경민 기자
  • 승인 2019.05.07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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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읍 이오순 할머니 ,네 자녀 훌륭히 키워
47회 어버이날 맞아 '장한 어버이상' 표창
이오순 할머니
이오순 할머니

매년 찾아오는 어버이 날이지만 장성읍 이오순(75세) 할머니는 감격의 그날이 될 것 같다.

이 할머니는 넉넉지 못한 형편이라 뒷바라지도 마음껏 못해 주었는데도 잘 자라준 아들, 딸 덕분에 장한어버이 상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오는 3일 군청 아카데미홀에서 열리는 제 47회 어버이날 행사에서 장한 어버이 상을 수상하게 된 것.

“지들이 잘해서 그런 건디 무슨 상장은 상장이다요”

이 할머니는 평생에 상을 받는다는 것은 생각도 않고 사는 사람이었다. 그것도 자녀를 잘 키웠다고 상을 받는다는 것은 더구나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그저 어려운 살림에 집안 뒷바라지하면서 애들한테는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 밖에 없다고 사양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자녀들은 큰 아들이 별을 단 육군 장성이고, 큰 딸은 간호사, 둘째 아들은 한전에 근무하며, 막내 딸은 교사로 사회 역군이 됐다.

이 할머니는 21살에 북하면 월성리 류영채(80세) 씨에게 시집와 시부모님을 모시고 아래로 3남매 동생들과 함께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큰 애기가 시집살이를 하는 것이 쉬울 리가 없었다.

무서운 시어머니 밑에서의 시집살이는 버겁고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분가했지만 막상 먹고 사는 일이 막막했다. 그때부터 자식들에게 가난을 되물려 주기 싫어서 억척같이 일했다.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다.

5일 장날을 기다려 생선을 떼어다 파는 노점상부터 한 푼이라도 벌기위해 딸기 밭일, 논밭에 거름주는 일 등 품삯 일까지 마다하지 않고 불러만 주면 찾아가서 일을 했다.

돈이 없다 보니 ‘무서운 어머니’로 살 수밖에 없었다. 자녀들에게 학원을 보낸다는 것은 꿈도 못 꿨다. 생활용품으로 그 버젓한 세탁기도 없었고 냉장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값비싼 물건이라고 해봐야 스텐 김치통 두 개가 전부였을 만큼 가난에 시달렸다.

하지만 애들은 어떻게든 가르쳐야 한다는 일념은 잃지 않았다. 자녀를 공부시켜 대학까지 보내야 한다는 것만이 최고의 목표였다.

큰 아들 류동관 씨에 대한 안타까움은 지금도 남다르다. 동관 씨는 서울대 농대에 합격하고도 돈이 없어 대학을 다니지 못했다. 하지만 학비가 없이 다닐 수 있는 육사를 졸업하고 국가의 부름으로 지금은 군 장성이 되어 국가에 이바지하고 있다.

큰 딸은 간호대 졸업하고 간호사로 첫 취직을 하여 세탁기를 선물해 효녀 소리를 듣고 있다.

가까이 사는 둘째 아들은 광주에 살면서 자주 찾아와 들여다보는 효자다. 막둥이 딸은 교사로 근무하면서 다른 가족보다 엄마, 아빠 생활비를 제일 많이 보태주는 효녀다.

“나는 지들한테 해준 게 없는데 부모라고 이렇게 챙겨주고 보살펴 주니 여한이 없습니다”

과거를 떠올리면 눈물이 먼저 솟는다는 이 할머니는 “청춘을 돌려준다고 해도 옛날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고생했던 청춘의 기억과 아이들에게 너무 못 해준 게 미안해서다.

이 할머니는 작은 소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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