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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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형모 기자
  • 승인 2019.05.07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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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통해 얻은 부를 나는 가져갈 수 없다.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했던 기억들 뿐"

세상이 온통 연초록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 붉은 황톳빛 들녘은 과거였을 뿐이다.

고개 들어 녹색 가득한 산천을 보라.

어디에서 스산한 가을 낙엽을 떠 올릴 수 있는지, 어디에서 차가운 북풍의 흩어짐 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

하지만 겨울 없는 봄은 결코 없다.

인생에도 과거 없는 오늘은 없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는 말했다.

“인생은

점들의 연속이다.

우리가 찍은 점들은

어떤식으로든 미래로 연결된다”

현대인들에게 컴퓨터를 선물, 온 인류를 그 물건 앞에서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든 스티브잡스(1955~2011)는 그 위대한 발명품으로 명예와 가장 많은 돈을 한꺼번에 차지한 사람이다.

그는 위대한 발명품 못지않게 많은 명언을 남기고 많은 기부를 했다.

그런 위인도 마지막으로 가야 할 곳은 똑같은 곳이었다. 그 가운데 췌장암 진단을 받고 마지막 유언을 준비하면서 보인 언행은 우리 모두가 다시 가다듬고 새겨야 할 금과옥조들이다.

“아무도 죽길 원하지 않는 죽음, 천국에 가고 싶다는 사람들조차도 거기 가려고 죽고 싶어 하진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죽음은 우리 모두의 최종 목적지다. 아무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 왜냐하면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이 ‘죽음’이니까. 죽음은 삶의 변화를 주도하는 존재다. 죽음은 새것에 길을 내주기 위해 헌것을 청소해 준다.

지금 당장은 여러분이 새것이지만 그리 멀지 않은 훗날 여러분도 헌것이 되고 사라질 것이다. 너무 연극처럼 얘기해서 미안하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여러분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의 결과물에 불과한 도그마에 빠져 살지 말기를 바란다”

이 고백은 어쩌면 죽음에 초연한 것이 아니라 가기 싫어 비틀거리는 자신을 위장하려 애쓴 기록인지도 모른다.

그가 설계하고 만들어 낸 세상의 윤택한 삶들을 그냥 남겨두고 가기가 얼마나 한스러웠을까? 10조원에 달한다는 그 많은 자산으로도 어찌 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그는 풀 한포기와 같은 운명을 보았던 것이다. 초봄에 태어나 가을빛으로 사라질 풀 한포기와 다름없음을 깨달았다.

영광으로 점철된 삶이지만 회한 가득한 눈빛으로 적어 내려간 그 고백을 다시 새겨본다.

“나는 성공의 끝을 보았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내 인생은 성공의 상징이다.

하지만, 사업 외에는 내 삶에 즐거움은 많지 않았다.

결국 부는 내 삶의 일부일 뿐이었다.

지금 병들어 누워 과거를 회상하는 이 순간, 나는 깨닫는다.

정말 내가 자부심을 가졌던 사람들이 부러워하던 사회적 명예와 부는 결국 닥쳐올 죽음 앞에 희미해지고 의미가 없어져 간다는 것을.

어둠 속에서 나는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제야 나는 깨달았다.

생계를 유지할 적당한 부를 쌓았다면 그 이후 우리는 부와 무관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끝없이 성공과 부를 추구하는 것은 결국 이 세상에 나 같은 비틀린 개인만을 남긴다.

신은 우리에게 부가 가져오는 환상이 아닌 만인이 가진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선물하였다.

내 인생을 통해 얻은 부를 나는 가져갈 수 없다.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했던 기억들뿐이다.

그 기억들이야 말로 나를 따라다니고, 나와 함께하고, 나를 지속할 힘과 인생에 빛을 주는 진정한 보물이다.

사랑과 인생에는 한계가 없다.

사랑하고~ 가고 싶은 곳을 가고~ 성취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라.

이 모든 것이 너의 심장과 손에 달려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비싼 침대가 무슨 침대일까?

병들어 누워있는 침대이다.

당신은 차를 운전해줄 사람을 고용할 수 있고, 돈을 벌어줄 사람을 구할 수도 있지만 당신 대신 아파줄 사람을 구할 수 없을 것이다.

잃어버린 돈과 물질은 다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은 한번 잃어버리면 절대 되찾을 수 없는 유일한 것이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인생은 최후의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가족 간의 사랑을 소중히 하라.

배우자를 사랑하라.

친구들을 사랑하라.

당신 자신을 존중하라.

타인에게 친절하고 이웃을 사랑하라”

연초록 만발한 봄날에 우리에게 스티브잡스가 주는 위대한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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