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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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성투데이
  • 승인 2019.05.07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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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손가락 없는 김홍빈 대장 '그대를 믿는다'

도전한다는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뜻이다.

인간에게 도전이 없다면 삶의 의미가 없다.

지금까지 인류의 등불이 됐던 위대한 발명가나 개척자, 스포츠 스타들은 모두 이러한 도전 정신의 증인들이었다. 그들은 때로는 보일락 말락 한 작은 희망을 걸고 도전을 거듭했다. 때로는 죽음을 걸기도 했다.

존경하는 후배로 김홍빈 등반가가 있다. 순천 출신으로 호남인의 기개를 세계만방에 드높인 산악 영웅이다. 지금까지 업적만으로도 일반인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등정 신화를 일궜다.

그는 지난 1991년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6194m) 단독 등반에 나섰다가 정상 400여 m를 남기고 사고를 당해 열 손가락을 모두 잃었다. 그래서 그는 손목 윗부분이 없다. 손가락이 아예 없고 잘려나간 자리에 뭉뚱그려진 관절만 있다.

그래도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언제나 열정이 넘친다. 어떤 불편함도 그에겐 약간 어색한 것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

안쓰러워 손가락이 없으니 불편하지 않더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러자 빙그레 웃으면서 답했다. “화장실에서 지퍼를 올리고 내릴 때 약간 불편한 것 빼고는...” 손가락이 할 수 있는 섬세한 작은 일이 어려웠을 뿐, 그 어떤 것도 그 자신의 도전을 막을 수 없었다.

그에겐 장애인이라는 말은 한낮 부끄러운 단어였다. 자신의 인생에 그 어떤 것도 장애라고 생각해 보지 않는 인간 승리의 표상이다.

그런 그가 또다시 도전의 깃발을 들었다.

장애인 최초로 8,000m급 14좌 도전 기록을 향해 진군하고 있는 그가 13번째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김홍빈 대장은 5월 15일 광주시청에서 ‘장애인 세계최초 8,000m14좌 도전 2019 김홍빈 가셔브룸 1 원정대 발대식’을 갖는다. 목표는 가셔브룸 1이다. 티베트어로 ‘빛나는 봉우리’라는 뜻의 가셔브룸은 높이가 8,068m로 파키스탄과 중국 신강성 위구르 자치구 경계에 있는 빙벽이다.

김홍빈 대장이 이번에 가셔브룸을 등정하고 나면 마지막 14좌인 브로드피크(8047m) 봉만 남게 된다. 그 어떤 영웅도 이루지 못한 기록을 갖게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신은 아무에게나 신의 영역을 쉽게 넘겨주지 않는다.

김 대장이 이번에 가셔브룸1 등정을 시도한 것이 세 번째다. 지금까지 두 번 모두 짓궂은 날씨 때문에 아쉽게 돌아서야만 했다.

출정식을 앞둔 김 대장은 이번에 산을 우러러 이렇게 말했다.

“삼시 세 번이란 말도 있는데, 이번에 3번째이니만큼 받아주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받아줄 때까지 해야지요”

그의 이러한 의지가 꼭 실현돼 티베트의 ‘빛나는 봉우리’에 태극기가 우뚝 서길 바란다.

아울러 김 대장의 등정이 작은 난관에도 ‘남 탓’을 핑계 대며 쉽게 포기하는 현대인들에게 불굴 정신의 표상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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