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천 김재선의 즐거운 몽골여행 [제2부]
소천 김재선의 즐거운 몽골여행 [제2부]
  • 장성투데이
  • 승인 2019.05.1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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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게르(Ger)에서 하룻밤 낭만이여~
우리 오두막집...한 곳에서 먹고 자고 싸고
가축 몰고 초원 옮겨 다니던 고달픔 녹아
게르의 웅장한 전경
게르의 웅장한 전경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자연보호 지역으로 지정된 몽골관광 필수코스인 ‘테를지 국립공원'(Terelj National Park)’은 과거와 현재의 문명이 공존하는 곳이다.

‘지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몽골 경제’답게 거대한 기암괴석을 배경으로 흰 버섯처럼 점점이 구성된 게르(Ger)촌을 중심축으로 최근 동북아시아의 최대 자연관광지로 급부상 하고 있다. 몽골은 국가적으로 급증하는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하여 곳곳에 게르(Ger) 외에도 대형호텔 신축공사 등 바야흐로 관광산업을 비롯한 무진장한 지하자원 등을 바탕으로 국가개발이 한창이다. 이를 입증하듯 사람들 걷는 모습에서부터 얼굴표정까지 모두가 패기와 활기가 넘친다.

이런 몽골의 대초원에서 별빛 쏟아지는 밤하늘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몽골 여행의 백미인 게르(Ger)에서 하룻밤 체험’이란 무엇일까?

끝없이 펼쳐진 몽골의 허허벌판인 황혼의 지평선을 상상해 보라!

몽골인의 기상을 담는 관광지 포토존
몽골인의 기상을 담는 관광지 포토존

 

몽골인들은 저 드넓은 초원에서 혹서기인 여름에는 고원지대에 머물고 혹한기인 겨울에는 평원 지대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가축을 키우고 사냥을 해야 하는 생존전략이 필요했다.

그래서 버드나무 등으로 동그란 원형의 뼈대를 세우고 양털로 된 하얀 천을 덮어씌운 후 밧줄로 꽁꽁 묶기만 하면 공기역학적 구조상 그 어떤 바람과 추위도 막을 수 있는 ‘게르Ger’라는 유목민의 전통 가옥이 탄생됐다. 조립에 3시간, 해체에 2시간 정도 소요된다니 짓기 쉽고 헐기 쉬운 원형 텐트이다. 형태로는 옛날 우리의 오두막집 형태랄까!

지금도 유목민의 삶터로 손색없이 사용하고 있고 내부 난방은 전통적으로 나무와 말린 말똥을 연료로 쓰는 난로이다. 연기와 냄새는 천장의 연통으로 뿜어져 나간다.

그 유명한 테를지 국립공원 게르(Ger)에서 룸 메이트 권철 선생과 함께 3인용 침대 위에서 하룻밤 체험을 한다는 것은 기다리던 환상이었으나 낭만은 커녕 고역 그 자체였으니...

하나뿐인 출입문으로 들랑날랑하면서 중앙의 난로 불을 지펴야하는데 연료는 말똥대신 폐목재와 석탄 몇 덩어리를 사용했는데, 탈 때는 엄청 뜨겁고 꺼지면 무지하게 추웠다. 게다가 밤새 휘몰아치는 무시무시한 밤바람 속에 불 당번 하느라 밤잠을 설쳐가며 불침번을 서야했으니 진짜 고역 중에 고역이었다.

“울려고 내가 왔던가~~♬!”

그러나 북극의 눈보라와 뼛속까지 파고드는 찬바람과 흙바람을 온 몸으로 무릅쓰고 황량한 벌판에서 가축을 몰고 초원을 찾아서 이곳저곳 옮겨 다녀야만 하는 유목민들의 고달픈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고충을 생각하면 하룻밤 고역은 오히려 행복한 호사였다.

몽골인들은 게르에 길 잃은 낮선 손님이라도 찾아오면 양젖에 찻잎을 넣고 끓인 수태차와 말 젖을 숙성해 만든 마유주와 양고기를 푹 삶은 허르헉 등 귀한 음식을 아낌없이 내 놓았다. 그리곤 바람과 동물이 내는 자연의 소리를 묘사한 전통음악인 ‘흐미’ 한 가락을 뽑기도 하는 등 손님을 지극히 접대하고 극진히 환대했다. 이 모두가 유목 문화가 낳은 외로움과 그리움의 해소요 타인과의 소통방법이었다.

붉은 황무지 지평선에 태양이 지고 있다.

아, 회광반조(回光返照)의 장관(壯觀)이여!

해가 지기 직전, 하늘이 잠깐 밝아지는 현상으로 사람도 죽음이 임박하면 순간적으로 일생을 돌아보며 진실한 자아를 발견한다는 불교의 가르침 속에 저녁식사는 현지 식이었다.

“풀은 동물이, 고기는 사람이”란 말처럼 ‘붉은 것은 고기요 흰 것은 유제품’으로 육류 섭취량이 세계 최고인 몽골스럽게 음식은 양과 야크, 소와 말 등등 온통 고기천지였다. 육식을 좋아하는 분들은 눌러 살만한 천국 아닐까 싶다.

이윽고 밤 깊은 자정 무렵에 밤하늘을 쳐다보니 큰 별 작은 별 아기 별 등등 몽환적인 별빛 사이로 별똥이 떨어지고 헤일 수 없는 은하수가 흐른다. 마치 유년시절 어머니 품속에서 쳐다보던 그 여름의 ‘별이 빛나는 밤’을 옮겨 놓은 듯하다. 이쯤되면 고교시절 국어 교과서 알퐁스도데의 단편소설 ‘별’에서 주인집 스테파노 아가씨를 사랑했던 목동의 애틋함이 반짝거리고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이 애절함과 간절함이 그리움으로 반짝거리니 하늘은 온통 별 잔치로 반짝반짝인다.

“아, 정말 몽골초원에 별이 쏟아지누나!”

그러나 웬걸! 정작 밤은 깊어 삼경인데 ‘옐로우시티 장성’ 황룡강에 비치는 별빛보다 더 희미한 별빛만 가물가물하나니 나그네 심정을 유혹하는 여행사의 화려한 미사여구(美辭麗句)도 애교로다.

10미터 지근 거리 게르에서는 중국단체관광객들이 왁자지껄 “쏼라쏼라@@@”를 쉼없이 쏟아놓는다.

그 때 갑자기 캄캄한 어둠속에서 들려오는 소리 “쏴~쏴와~!”

게르(Ger) 뒤편에서 누군가의 시원한 방뇨일성(放尿一聲)이었던 것이었다.

맥주 값이 물 값에도 못 미치는 나라라고 참 많이도 들이 마셨나보다.

교대로 “쏴~쏴와~!”가 연발된다.

“하하하! 호호호! 하하하!”

게르안에서의 차와 식사 대접
게르안에서의 차와 식사 대접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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