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안합니다. 죽을 죄를 졌습니다.
사설// 미안합니다. 죽을 죄를 졌습니다.
  • 장성투데이
  • 승인 2019.05.1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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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 죽을 죄를 졌습니다~

요양원 뜨락에 참새가 껑충거리며 재미지게 짹짹거리고 있었다. 40대 중반의 아들은 8순의 노쇠한 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워 뜨락으로 햇볕을 찾아 나섰다. 효심 깊은 아들이 연로하신 아버지를 정성껏 모시는 아름다운 한 폭의 수채화였다.

그러다가 아버지는 뛰노는 참새를 가리키며 신기한 듯 천천히 아들에게 물었다.

“아야, 저것이 뭣이냐?”

“저것은 참새라는 새입니다, 아버지, 참새요 참새~”

“오 그래, 참새여?”

아들은 그러면서 아버지의 안타까운 얼굴을 쓰다듬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짱짱한 아버지였는데...’하는 회한이 뇌리를 스쳤다. 남들이 말하는 치매증세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떠올랐다. 그러고 있는 사이, 아버지가 날아오르는 참새를 가리키며 또 물었다.

“아야, 저것이 뭣이냐?”

“아버지 저것은 참새라는 것입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상태를 걱정하며 설명해드렸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던 아버지는 잠시 뒤 또다시 먹이를 쪼아먹고 있는 참새를 물었다.

“아야, 저 저것이 뭣이냐?”

방금 설명해준 아들은 마지못해 말했다.

“참새랑게요, 참새”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 몇 분도 흐르지 않아 아버지는 또 물었다.

“아야, 저 저것이 뭣이여?”

“참새, 참새”

그러자 짜증이 난 아들은 휠체어를 돌려 요양원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자 아버지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참새 무리를 향해 또 물었다.

“아야, 쩌것이 뭣이라고?”

다섯 번을 설명하며 더 이상 대꾸할 가치를 잃은 아들은 아버지를 숙소에 다시 입소시키고 씁쓸함을 달래며 집으로 돌아와 머지않아 다가올 날을 예상하며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했다.

그러다가 아버지의 먼지 나는 일기장을 발견했다. 그 아들이 세 살, 자신의 유아기 때 이야기였다.

“사랑하는 아들이 벌써 세 살이 넘었다. 말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제법 궁금증도 많다. 아들이 마당 빨래 줄에 앉은 제비를 보고 물었다. 아빠 저것이 머여? 저것은 제비란다, 제비. 그러자 아들이 말을 받았다 ‘떼비?’ ‘아니? 제/비’ 비록 발음이 서툴지만 커가는 아들이 대견스럽다. 오늘 나는 아들과 ‘제비’ 말 주고 받기를 스무 번을 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여기까지 읽은 아들은 더 이상 일기장을 넘기지 못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계신 요양원을 향해 큰 절을 올리며 하염없는 울음을 터트렸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용서하십시오, 이 불효자를 용서하십시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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