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수 없는 생, 다시 끌어안기' Hug展 - 여류화가 이금주 초대전
'버릴 수 없는 생, 다시 끌어안기' Hug展 - 여류화가 이금주 초대전
  • 백형모 기자
  • 승인 2019.05.20 14:2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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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넝쿨에서 찾은 삶의 희망"

“담쟁이 넝쿨에서 찾은 삶의 희망”

담쟁이 열정을 그린 여류화가 이금주 초대전

5월 31일까지 장성공공도서관 뜨락갤러리

 

살다보면 힘들 때가 있다. ‘포기’라는 단어가 인생을 가로 막을 때도 있다. 때로는 ‘버려버릴까’라는 생각이 들기조차 한다.

그럴 때 달궈진 황톳빛 담벽을 박차고 기어오르는 담쟁이 넝쿨을 생각하자. 연약하디 연약한 뿌리, 가늘디 가는 줄기, 하지만 결코 희망을 놓지 않고 벽을 타고 올라 가을에 붉은 단풍을 선사하는 열정의 담쟁이를 떠올려보자.

담쟁이를 닮은 여류 화가 이금주 씨(46)가 장성공공도서관 2층 뜨락갤러리에서 아홉번째 개인전을 열고 군민을 기다리고 있다.

전시 제목을 ‘껴안다, 끌어안다’는 뜻의 ‘Hug’라고 붙였다. 끌어안는다는 것은 누군가를 위로해 주고, 또 누군가로부터 위로받고 싶은 몸의 표현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말 그대로 나를 끌어안고, 남을 끌어안으며 세상을 끌어안으려는 작가의 이상을 담았다. 전시기간은 5월 31일까지다. 장성공공도서관이 매월 추진하고 있는 초대전의 5월 달 주인공이다. 그동안 30여 차례의 전시회를 가질 정도 왕성한 작업열기를 내뿜고 있다. 그룹전으로 청동회 활동을 비롯, 광주아트페어, 부산아트페어 등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 화백은 자녀를 셋이나 둔 주부이자 전업작가이다. 여자로서 모진 고난과 역경을 다 겪었다. 하지만 대장간 풀무질에서 달궈진 무쇠처럼 열정은 더 강고해져갔다.

이 화백은 이렇게 지나온 과거를 예술로 승화해냈다.

세상 사람들은 꽃을 아름답게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인생이 꽃처럼 아름다울 수는 없다.

그래서 비록 화려한 꽃을 피우지는 못하지만 꽃보다 더 진한 삶의 열정을 머금은 담쟁이 넝쿨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 화백은 끝이 어디인줄 모른 채, 한뼘 한뼘 끝을 향해 올라가는 담쟁이 넝쿨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캔버스에 ‘담쟁이와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그녀의 작품에는 모진 비바람을 이겨낸 끈기가 배어있다. 끝이 어디인줄 모른 채, 한뼘 한뼘 끝을 향해 올라가는 담쟁이 넝쿨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러면서 기필코 승리하리라는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작품 안팎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람과 동물 형상의 숨은 그림찾기는 작가만의 독특한 소통기법으로 상상력을 제공하고 있다. 담쟁이 넝쿨 사이사이에서 여인의 고독한 몸부림과 연인의 흐느끼는 포옹, 천마도에서 느끼는 말발굽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녀의 작품 앞에서 지그시 눈을 감으면 포기할 수 없는 심장의 고동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지친 내 인생을 다시 끌어안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저것은 벽/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그때/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도종환의 <담쟁이>라는 시에서 느낄 수 있는 고난과 역경의 승화를 그녀의 작품에서 찾을 수 있다.

/백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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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2019-05-21 22:23:56
작품에 느껴지는 따스함과 생명력이 글과 함께 잘 표현되어 더욱 빛납니다

박희경 2019-05-21 13:36:06
작가와 작품을 마주한 듯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