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천 김재선의 즐거운 몽골여행[제4부]
소천 김재선의 즐거운 몽골여행[제4부]
  • 장성투데이
  • 승인 2019.06.0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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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제국 기마병의 "이랴! 진격하라!" 호령!
기원전 800년, 몽골 조상의 기념비인 사슴돌
영화로운 과거의 삶을 상징하는 화려한 복식
몽골 국립 역사박물관에서 역사를 더듬다
몽골은 하절기가 5월 15일부터 겨우 4개월에 불과하다. 그만큼 춥고 황량하다. 하지만 이런 기후와 자연 조건을 극복하고 한 때 세계를 재패했다.
몽골은 하절기가 5월 15일부터 겨우 4개월에 불과하다. 그만큼 춥고 황량하다. 하지만 이런 기후와 자연 조건을 극복하고 한 때 세계를 재패했다.

우리 일행은 가이드 졸라를 따라 몽골에서 단 하나뿐이라는 수도 울란바토르(Ulaanbaatar)에 위치한 몽골 국립백화점에서 4시간 남짓의 자유 쇼핑을 즐겨야만(?)했다. 가만히 보니 선택의 여지없이 모든 여행사의 가이드가 손님들을 모시고 가는 필수코스인 것 같았다.

전체 5층 건물 중 1층부터 4층까지는 내국인용이며 5층이 외국인 전용매장으로, 국립 백화점이라고는 하나 우리나라의 지방소도시 백화점 수준이랄까?

그래도 낙타 인형 등 기념품은 물론 육가공 식료품과 특히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털과 가죽제품의 각종 의류와 가방, 모자 등이 산적해 있다. 여기서도 우리 한국인 관광객들이 대세를 이룬다. 그 중에 필자도 그럴싸한 여우 털모자에 필(Feel)이 꽂혀 벗겨진 대머리에 덮어 쓰니 몽골인처럼 모습이 그럴싸하다. 올 겨울에는 장성에서 몽골 부족장처럼 행세(?) 한 번 해 볼까하고 120투크릭(한화 6만원)에 구매했다. 동행한 여성분들도 서울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성비 최고라며 모피제품과 케시미어 실크 제품 등등에 눈길을 쏟는다.

이것저것 한 보따리씩을 싸들고 나니 만면에 웃음꽃이 활짝이다.

깃털모자를 써 본 필자
깃털모자를 써 본 필자

 

여성들은 매우 즐거워했지만 남성들에게는 아주 지루했던 4시간의 자유 쇼핑 후 울란바토르(Ulaanbaatar) 시내 한 복판인 칭기즈칸 광장에서 서북쪽 걸어서 5분 거리의 ‘몽골국립역사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옛날 옛적 석기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유물과 생활 모습이 총 망라 전시되어있는 몽골 역사박물관이다. 외부에서의 느낌은 약간 초라해보였으나 내부로 들어가자 유구한 몽골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듯 넓게 펼쳐진 9개의 놀랍게 큰 전시장이었다.

1924년에 건립된 역사박물관에는 몽골 땅에 인류가 살기 시작한 80만 년 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5만 여 점의 유물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는데 먼저, 선사시대 전시관에 들어서자 몽골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기원전 800년 전부터 당시 몽골 땅에 살던 사람들이 남긴 일종의 기둥 모양의 기념비인 사슴돌(Deer stone)이 우뚝 서서 우리를 반겼다.

당시 한반도에서 살았던 우리 선조들이 고인돌을 만들 때 몽골인 선조들은 사슴돌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몽골과 중앙아시아, 시베리아 남서부의 초원지대에서 발견된 약 900개의 사슴돌 중 약 90%가 몽골 초원에서 발견되었다 한다.

높이 3M 정도의 길쭉하게 솟은 사슴돌 4면의 돌로 쪼아 새긴 여러 문양에서 선사 유목민들이 살아 온 삶의 흔적이 나타나 있는데 과연 그들은 왜 이토록 큰 사슴돌을 만들었으며 무엇을 전하고자 했던 것일까?

몽골인들른 추운 날씨에 대비하기 위해 길고 두꺼운 외투가 최고의 정장이다. 그리고 그들의 위대한 역사를 자랑하듯 모든 복식이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몽골인들른 추운 날씨에 대비하기 위해 길고 두꺼운 외투가 최고의 정장이다. 그리고 그들의 위대한 역사를 자랑하듯 모든 복식이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2층으로 올라가니 전통의상과 여인들의 장신구가 전시되어 있었다.

몽골은 하절기가 5월 15일부터 9월 15일까지고, 동절기는 9월 16일부터 이듬해 5월 14일까지다. 1년에 9개월은 날씨가 엄청 춥기에 더우면 벗고, 추우면 입고, 깔면 요가 되고 덮으면 이불이 되는 길고 두꺼운 외투가 최고의 정장이다. 투박하지만 유목민답게 모든 부족들은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긴 가죽장화를 착용하며 모진 찬바람이 몰아치는 긴 겨울을 버텨내는 실용성과 편리함은 물론 그런대로 멋도 있다.

하지만 거칠고 황량한 사막과 초원지대의 현실 속에서도 의외로 머리 장식과 의복 색상은 놀랍도록 화려함 그 자체였다. 아마도 자기 부족민들의 영화로운 삶을 최대한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었나 보다.

이어서 몽골제국 전시관으로 들어가 본다. 눈앞에 나타난 칭기즈칸이 정복한 유라시아 등 몽골제국 전성기 지도가 압권이다.

당시 몽골제국의 상징인 흰색 말꼬리로 만든 백기(白旗)가 눈 덮인 광야를 배경으로 어둠 속 조명이 환히 비추는데 백기 옆에는 중무장 한 몽골제국의 기갑병사가 우뚝 서 있어 막 출전하려는 기마병의 “이랴! 진격하라!” 호령이 들리는 듯하다.

이 모형 전시물 옆에는 당시 사용했던 활, 화살통 등 각종 무기와 안장 등 마구류와 병사 왼편에는 검은 말총의 흑기(黑旗)가 꽂혀있고 뒷벽에는 용맹무쌍한 몽골기병들이 적을 향해 활을 쏘며 돌진하는 그림이 있다.

울란바토르 시내 전경을 배경으로 찰칵
울란바토르 시내 전경을 배경으로 찰칵

몽골의 영원한 평화를 상징한다는 이 흑기를 펄럭이며 항복하면 살려주고 반항하면 모조리 살육(殺戮)하여 그 해골로 탑을 쌓았다는 바그다드 지역에는 거의 10만개 가량 되는 해골 탑을 쌓기도 했다니 유럽대륙과 고려까지 피비린내 나는 정복 전쟁과 거침없는 약탈 속에 평화가 짓밟히고 고통을 당해야만 했던 피정복지(被征服地)의 원한의 통곡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몽골의 마지막 칸, 성스러운 왕이라는 뜻의 ‘복드 칸’(Bogd Khan)이 황금 빛 황금비단 옷을 입고 마치 살아있는 듯 생생한 밀랍인형으로 나타나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묻는다.

“그대들은 어디에서 왔느뇨?”

“우리는 그대들이 그렇게 못 살게 몽니를 부렸지만 끝내 살아 남았고 한국전쟁으로 초토화 된 폐허의 땅에서 반도체, 원자력, 선박, 자동차, 가전제품, IT산업, GDP(국내총생산), 외환보유고 등등 최단기간에 세계국력 10위권에 진입했으며, 특히 몽골에 2,4억 달러를 무상원조까지 한 고려국(高麗國) 대한민국에서 왔노라!”

새삼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워 호텔로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다음호에 계속)

몽골 현지인과 기념촬영. 다부진 용기가 표정 곳곳에 스며있다.
몽골 현지인과 기념촬영. 다부진 용기가 표정 곳곳에 스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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