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도 증류주 '장성만리 소주' 남도 최고술 영예 수상
51도 증류주 '장성만리 소주' 남도 최고술 영예 수상
  • 백형모 기자
  • 승인 2019.06.10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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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익는 마을, 장성을 전국에 알리겠습니다"

장성군 북하면 백양사 입구 ‘해월도가’ 임해월 대표

3년 전 장성 귀농, 명품주 위해 30년 배운 발효인생

장성 북하면 백양사 입구에 자리잡은 '해월도가'의 임해월 대표
장성 북하면 백양사 입구에 자리잡은 '해월도가'의 임해월 대표

해질 무렵 산자락 시골집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고 어머니의 된장국 향기가 아스라이 느껴지는 풍경을 동경했다. 그런 동화그림 속에는 꼭 ‘술 익는 마을’이 있어야 했다. 푸른 산골에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져 사는 동네가 꿈이었다.

그러다가 20대에 우연히 찾아온 백양사에서 그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 평생을 잊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숫한 세월을 돌고 돌아 50대 중반의 나이에 그 백양사 품속으로 돌아왔다.

청주에서 태어나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3년 전, 50세 중반의 나이에 이곳 장성 북하면 중평리 백양사 입구에 터를 잡고 술을 빚기 시작했다. 평생 그토록 해보고 싶었던 명품 전통주 연구를 위한 그녀의 ‘술 빚는 인생’은 이렇게 시작됐다.

흔히 ‘귀촌’이라곤 하지만 굳이 그렇게 부르고 싶지 않는 삶이란다. 내가 좋아, 내가 살고 싶어,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술 인생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름은 임해월, 수풀 림에 바다 해, 달 월을 쓴다고 하니 이름과 성품이 꼭 어울린다. 그래서 술 빚는 공장도 ‘해월도가’로 이름 짓고 술 공장의 대표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해월도가’의 대표 임해월의 인생 내력이다.

“술을 빚는다는 것, 이것은 낭만적 환상이 아니라 노동입니다. 그리고 투자 없이는 결코 명품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죠”

술을 빚는다고 하니 흔히 사람들이 낭만적인 풍경이나 목가적 생업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런 관념에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전국의 현장 벤치마킹, 수없는 연구와 시행착오, 그것을 확인시켜줄 세월, 그리고 필수적으로 뒤따르는 자본 등은 임 대표의 꿈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이었다.

소줏꼬리에서 소주를 내리는 과정을 설명하는 임해월 대표
소줏꼬리에서 소주를 내리는 과정을 설명하는 임해월 대표

임 대표가 술을 본격적으로 답습하기 시작한 것이 2004년이니까 16년 전이다. 하지만 예전부터 전통음식과 발효에 관심을 갖고 우리 음식문화 연구에 뛰어든 것을 합산한다면 그녀의 발효음식 인생 경력은 20년이 넘는다.

유난히 음식 솜씨가 좋았던 어머니의 손맛을 흉내 내보고, 따라해 보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또 한국전통주연구소를 쫒아 다니며 술을 연구하고 실험하기를 수백차례 거듭했다. 박록담 선생님을 스승으로 삼고 배울 만큼 배우고, 맛볼 만큼 술맛을 보며 세월을 기다렸다.

그래서인지 임 대표가 운영하는 ‘해월도가’에는 수 백 가지가 넘는 실험 항아리와 보관병, 숙성 중인 전통차와 단계별 증류주, 그리고 적정 온도에서 세월을 견뎌내고 있는 실험 산물들이 때를 기다리고 있다.

소중한 실험 흔적들이기에 항아리 하나하나 재료들과 방법을 기입해 뒀다. 이런 것들이 지금 술 명인의 반열에 들어선 임해월을 존재하게 하는 교과서인 셈이다.

고진감래라 했던가? 이런 긴 여정과 수백번의 손길을 거친 작품이 마침내 빚을 보게 됐다. 전국의 술꾼들이 들락거리는 SNS에서는 이미 명품으로 인정받아 주문이 줄을 잇고 있다.

또 임 대표가 출품한 ‘장성만리 소주’가 지난 5월 28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2019 남도전통주 품평회’에서 증류주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남도전통주 품평회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한 '장성만리 소주'
남도전통주 품평회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한 '장성만리 소주'

‘해월도가’라는 회사명으로 출품한 ‘장성만리 소주’는 색과 맛, 향, 목 넘김(질감) 등의 여러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증류식 소주로 평가 받아 최우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술을 인정해 주는 것으로 감사할 뿐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멀었습니다. 갈 길은 멀고 험한데 일손은 달리고 지혜는 부족합니다. 하지만 ‘장성과 백양사를 빛낼 수 있는 최고의 명품주’라는 칭찬을 들을 때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아직은 장성 땅에 갓 시집온 새내기에 불과해 지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아는 지인이 하나도 없어 낯설기만 하다는 임 대표. 이번에 출품한 술의 제조비법과 술맛에 대해 장성군에서도 잘 몰랐을 정도다.

하지만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좋은 명작(술)이냐 아니냐’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명품 술 빚기에만 매진하고 싶다는 소박함이 묻어난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한눈 팔지 않고 오직 좋은 술을 만드는데 모든 시간을 쏟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장성만리 소주’가 명품이란 소리를 듣곤 있지만 본격 상품화의 길에 접어들기는 아직 멀기만 하다. 연구 시설과 생산시설의 확충, 그리고 효율적인 운영, 디자인 보완과 전국적인 홍보 등 할 일이 태산이다.

이번에 최고상을 수상한 ‘장성만리 소주’는 알콜 도수 51도를 기록하는 고농도 증류주이다. 어떤 화학 첨가물도 안 들어간다. 하지만 도수가 높으면서도 그 향과 맛은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명품의 자격을 갖췄다. 알콜 도수가 높으면 처리하기 어려운, 입안에서 머금을 때의 짜릿한 맛과 목넘김의 부드러움이 일품이어서 심사위원들의 찬사를 받았다.

임해월 대표가 직접 빚은 누룩
임해월 대표가 직접 빚은 누룩

임 대표가 이 술을 빚는데는 오직 물과 누룩, 맵쌀, 찹쌀이 전부다. 여느 술과 같은 평범한 증류식 소주 제조방식이다. 하지만 수없이 증류과정을 거치며 내리고 또 내려 전통주 본래의 강렬하고도 은은한 술맛을 지닌 최고의 증류주란 평을 받았다.

“한 병의 술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손길과 열정이 뒤따라야하는 지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오직 지극한 정성이 답이라고 할까요?”

새벽에 눈을 뜬 뒤 술을 생각하며, 술을 돌보고, 술 항아리를 어루만지다, 술을 생각하고 다시 잠든다는 임 대표의 하루 일과를 생각하니 ‘인생 열정’을 말해주는 글귀가 생각난다.

“Nothing great in the world has been accomplished without passion”

(열정 없이 이루어진 것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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