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오수경, 6월 장성공공도서관 초대전
서양화가 오수경, 6월 장성공공도서관 초대전
  • 백형모 기자
  • 승인 2019.06.10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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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향수 . . . 인간의 영원한 회귀죠"
미국생활 천착 . . . 선친 오승윤 화백 유풍 빼닮아
서양화가 오수경
서양화가 오수경

작품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어쩐지 눈에 선한 시골 초가집 굴뚝이 생각난다. 작품의 소재며, 기법이며, 내면에서 우러나는 고풍스러움이 모여 진한 황톳빛 고향 냄새를 풍긴다. 동양화에서나 느낄 수 있는 정취를 서양화에서도 뿜어내는 매력을 지녔다.

다름 아닌 오수경 화가(49)의 작품에서다.

오수경 화가의 작품은 지난 2006년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고인이 된 선친 오승윤 화백(1939~2006)의 그림을 쏙 빼닮았다. 선친의 그림 지도를 받은 영향도 있지만 현재 자신이 처한 낯선 미국 생활의 일상을 한국적 화풍으로 옮겨낸 예민한 감각의 소산이기도 하다.

6월 1일부터 30일까지 장성읍 공공도서관 안의 갤러리 뜨락에서 열리고 있는 오수경 초대전에서는 이러한 화풍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다.

이번 전시회는 유화작품 10점과 판화지에 새긴 종이 꼴라쥬 작품 6점을 전시하고 있다.

오 화가는 남편의 직장을 따라 5년간의 여정으로 지난해 미국으로 이사 갔다. 이번 초대전을 위해 귀국하면서 1년 동안 미국에서 준비한 작품을 대형 여행 가방에 차곡차곡 넣어 직접 운반했다. 자신을 잊지 않고 초대해준 감사함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그 동안 쏟은 열정을 모두 보여 드리고 싶었던 까닭이다.

“작품들은 모두가 제 삶의 흔적이라 할까요? 1년 정도 살았지만 미국은 다양성이 존재하고 무시무시한 곳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고향 회귀를 생각하고 그것을 작업으로 분출하고 싶은 욕망이 생긴 거죠”

향수를 주제로 한 이번 출품작 가운데 종이 꼴라쥬는 일정상 미국 제작이 어려워 기존 작품을 잠시 빌려서 보여주는 형태로 마음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유화작품들은 그의 이역만리에서의 삶이 알알이 스며있다. 수족관에 갖힌 물고기에 날개를 달아 저 먼 대양으로 향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또 수련을 소재로 한 작품은 선친의 유작처럼 흩어진 연잎과 연꽃이 향기를 뽐내고, 수국을 그린 작품에서는 지산동 자택에 피어나던 화려한 수국의 냄새를, 섬진강과 지리산을 담은 풍경화에서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의 품을 생각게 한다.

각각의 유화에서는 물감의 흔적을 깔끔히 정리해 담백하면서도 청아한 느낌을 주는, 작가 특유의 화법을 보여주고 있다.

“항상 지산동 탯자리를 잊을 수 없습니다. 태어나고 뛰놀고 공부하고 아파하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그곳에 다시 예술이 피어나는 요람이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안타깝게 아버지 여읜 마음을 아직도 추스르지 못한 듯 회고에 젖은 오 화가의 눈매에서 전라도 작가의 화풍이 오롯이 묻어난다. 때마침 선친 오승윤 화백의 유작 판화전도 광주신세계백화점에서 6월 18일까지 열리고 있다.

오수경은 광주에서 자라고 이화여대 서양화과, 이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번이 8번째 개인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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