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례 회화 초대전, 장성공공도서관 '뜨락'갤러리 . . 31일까지
김광례 회화 초대전, 장성공공도서관 '뜨락'갤러리 . . 31일까지
  • 백형모 기자
  • 승인 2019.07.08 1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타까운 사연이여, 생명으로 부활하라!”

‘존재의 모든 것에 생명의 입마춤’ 선물

외국에서의 유학중 슬픈 추억으로 탄생한 '도마뱀, 추억의 노래’ 작품앞에서 김광례 작가.

인간에게는 누구나 사연이 있다.

살아간다는 의미는 사연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연은 때로는 아픈 기억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생과 사의 갈림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기억되는 사연은 그래도 낫다.

기억되지 않는 사연처럼 슬픈 게 또 있으랴.

지나간 사연의 편린을 부활의 마당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사연으로 엮어내는 회화의 연마술사 김광례 씨(48)가 장성 공공도서관 ‘뜨락’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열고 있다. 7월 1일부터 31일까지다.

‘당신의 부활’이란 주제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회는 작가가 담고자 하는 사연의 모든 것, 그리고 그 사연이 우리들에게 던져주는 질곡의 메시지를 희망의 예술로 표현하고 있다.

김 작가의 소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사연들의 희노애락과 그것들의 사라짐, 그리고 부활이다.

그래서 김 작가의 작품에는 상여가 만장을 휘날리며 삶의 바다를 떠나가는 장면부터 도마뱀이 인간에게 건네는 반짝이는 눈망울, 한 쌍의 갸멜레온이 보여주는 사랑과 열정의 몸부림, 할머니의 풀어헤친 머릿결과 축 쳐진 가슴까지 다양하게 등장한다.

김 작가의 작품에 나오는 모든 소재들은 사연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 일부러 꾸미지 않았다. 존재의 본질을 민낯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의 작품 속에는 사랑과 욕망의 젊은 피가 흐르고 있다. 죽음까지도 다 포옹하려는 용기가 느껴진다.

“삶은 소중한 것입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존재들은 사랑받고 살아야 할 가치가 있는 것들입니다. 슬픈 인연을 비롯, 잊혀진 인연, 심지어 죽어간 것들까지도 부활의 무대에서 생명의 불꽃으로 살아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50을 바라보는 연륜의 나이테를 말해주듯 이제 나만이 아닌 피아와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가의 품격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몇 년 전 외국에서 공부하는데 도마뱀이 창밖에 매일 찾아왔었죠. 날마다 인사를 나누고 지냈는데 임신 한 뒤에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혹시 새 생명?’하고 기다렸죠. 그런데 한참 뒤에 그 도마뱀이 집안 천정에 제가 뿌려놓은 파리 접착제에 붙어 말라죽은 것을 보았습니다. 그때 생명에의 죄스러움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그는 낯선 이국 땅에서 만난 그 도마뱀에 부활의 입마춤을 해주었다. 그리고 그 기억의 영원한 속죄양으로 남기로 했다. 그것이 바로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도마뱀, 추억의 노래’라는 작품이다.

그는 또 ‘꽃 배’라는 작품에서 인생의 희노애락을 사계절로 나누어 상여에 실어 보냄으로써 영원한 삶을 꿈꾸는 인간이 되고자 했다. 한지 원료를 구입해 버무리고 말려서 덧칠하고 다시 덧칠하며 색감을 입히기를 수없이 반복, 영생불멸의 1백호 짜리 연작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자연 속의 모든 존재들은 불꽃처럼 타올랐다 끝내는 연기로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꿈꾸는 영혼은 영원할 수 있겠죠?”

자유로운 영혼을 갈구하는 작가답게 화폭에서도 검고 하얀, 붉고도 노란 색상을 활용해 보는 이들을 상상의 나래로 강하게 빨아들인다.

이곳저곳 낯 내밀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김 작가는 마치 ‘세한도’ 속에서 눈밭 길을 걷는 여승처럼 흔들리지 않는 초연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호남대 조소과 출신으로 대학 시절에 디자인과 조형에 천착했으나 다시 회화에도 몰두하는 등 다양한 재능을 겸비하고 있는 김광례 작가는 광주에서 ‘ALL OF ART’라는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며 화순과 담양에 작업실을 갖추고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다. ‘청동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4번의 개인전을 통해 자신의 예술세계를 보여왔다.

지금 장성 공공도서관 ‘뜨락’ 전시실에 가면 우리 곁을 떠나간 사연들의 부활을 만나볼 수 있다./백형모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