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직도 그대로?” VS “장성의 소중한 자원”
양측, 집회와 서명·현수막 시위 펼칠 것 예고
찬·반 모두 ‘유 군수 의중 우리에게 있다’ 주장
장성군, 주민들 원만한 합의 이뤘으면 ‘난감’
“베어내기로 한지가 언젠데 대체 왜 아직도 그대로 있는 겁니까? 장성군은 하루속히 은행나무 제거를 실시해 주십시오”,
“50년 넘게 마을과 함께해온 우리지역의 소중한 보물이자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관광자원입니다. 다시 재고해주십시오”
장성읍 성산의 은행나무 존치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주민들의 찬반논쟁은 자칫 주민간 분쟁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장성읍성산번영회(회장 강석구)는 지난 9일 정기모임을 가졌다. 모임 대상은 성산 일대 수산리와 성산리, 유탕리 이장들과 번영회 회원, 자문위원 등 30여명이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성산읍 은행나무가로수에 대한 존치여부를 논의했다.
이날 강석구 회장과 마을 이장단들은 ‘주민들의 민원을 받아들여 장성군이 은행나무를 베어내기로 했음에도 집행이 자꾸 늦어지고 있다’며 장성군에 조속한 집행을 촉구하는 방안을 토의했다.
반면 이날 번영회원으로 참석했던 김 아무개 씨는 ‘수년간 주민들과 함께 해온 은행나무를 지금 당장 베어내면 장성군의 소중한 자산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밝히고 재고를 요청했다. 김 씨는 ‘이같은 추진 움직임에 특정인의 이권이 연계돼있다는 느낌’이라며 며 장성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장단들은 ‘베어내기를 바라는’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군에 제출하려고 했으나 김 씨의 반발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찬성 측 주민들은 이날 장성군에 은행나무를 조속히 베어줄 것을 요구하는 집회라도 할 것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김 씨 역시 반대 측 의견을 가진 주민들을 모아 성산 은행나무 살리기 대책위를 꾸려 본격적인 반대투쟁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찬 : 나뭇가지, 가로등 불빛마저 가려
반 : 불편 민원만 수용하고 존치해야
찬성 측 주민들은 은행나무를 가게 코앞에 두고 생활하는 주민들이 은행나무가로수로 인해 입는 피해가 막심하다며 무엇보다 밤이 되면 울창한 은행나무 가지로 인해 가로등 불빛이 가려 생활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 여기에 일부 주민들은 은행나무 가지가 주택과 담장을 파고들어 금이 가고 그 뿌리로 인해 도로마저 울퉁불퉁 튀어나와 차량운행까지 지장을 준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열매가 떨어질 때쯤이면 떨어지는 낙엽을 치우느라 정신없는데다 악취가 진동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오히려 경관을 헤치고 있다며 하소연한다.
이에 대해 반대 측 주민들은 이곳에 식재된 은행나무 가로수는 지금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보다 오히려 더 오랜 세월 이곳을 지켜온 터줏대감인데 이들 가로수들을 일괄적으로 가차 없이 베어내려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처사라고 비판한다. 아울러 주민들이 정말 피해를 입었다면 피해 가구 주변 몇 그루만 베어내고 나머지는 살려서 장성의 명물 관광지로 육성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주민들은 구체적인 대안으로 은행나무 가로수길 도로의 전선 지중화사업과 LED등을 설치하는 도로 현대화 시설 등을 통해 샛노란 은행나무의 이미지를 부각시킴으로써 옐로우시티 장성을 빛낼 수 있는 자산이라고 주장한다.
없애기보다 한번더 재고를...전문가 초청 토론 필요
성산 은행나무가 좋아 성산에 이주해 성산주민이 됐다는 김용우 조각가는 당장의 작은 불편으로 수십 년 가꿔온 보물과도 같은 은행나무를 베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찬성 측과 반대 측이 한데 모여 전문가를 모시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주민들의 의견이 이렇듯 팽팽히 맞선 가운데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은행나무를 베어내자는 찬성 측도, 보존하자는 반대 측도 모두 유두석 군수의 의중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한다는 것. 그래서인지 양측 모두 유두석 군수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 장성군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장성군 산림편백과 관계자는 “장성군은 지난 1월 여론조사를 통해 성산은행나무를 제거하기로 결정했지만 결정이 난 이후에도 ‘50여 년간 성산의 명물인 은행나무’를 베어선 안 된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결행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행정적으로 결정은 났지만 한번 베어내 버리면 영원히 되돌릴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솔로몬의 지혜를 구하고 싶은 심정이다.
장성군 관계자는 “지난해 성산은행나무에 대한 논란이 언론의 조명을 받은 이후 전국의 지자체가 장성군을 주목하고 있어 무척 조심스럽다”며 “성산주민들이 원만한 의견일치를 이뤄 한 목소리를 내면 장성군의 결정도 한결 쉬워질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민들의 애로 사항을 고려하여 뜻을 받들고, 지역 미래 발전을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가까운 시일 안에 결행해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런 입장을 내놓았다.
/백형모.최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