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 전쟁할 준비는 돼있는가?
편집국에서 // 전쟁할 준비는 돼있는가?
  • 백형모 기자
  • 승인 2019.07.29 1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렇다면 일제가 지정한 국보1호부터 바꾸자.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외칩니다!!

기꺼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합니다’를 눌렀다.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한 ‘일제가 지정한 국보1호 숭례문을 교체하여 한글을 국보1호로 지정하자’는 여론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10년 전, 20년 전에도 찬반 논란이 팽팽했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용광로처럼 뜨겁다.

올해는 한국과 일본의 무역 전쟁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가열되고 있다.

국보 1호 지정과 관련된 청와대 청원에 따른 내막을 알고 나서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써 어처구니없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일제의 치밀한 계획성과 야욕에 놀랐고, 그 내용을 알고도 오늘날까지 묵인하며 문화재를 관리해 온 정부 관계자들의 무능과 나태를 보면서는 분노했다.

 

행여라도 일본 내부의 극렬 분자들이 이런 내용을 안다면 그들이 발 아래로 보던 조센징에 대해 얼마나 코웃음을 칠까?

국보 1호를 일제가 지정했다고??

대한민국 국보1호를 숭례문(남대문)으로 지정해 놓고 관리하기 시작한 것은 일제의 조선총독부였다.

어떻게 숭례문이 국보 1호로 지정됐냐고?

경위를 보자.

국보1호 숭례문은 1934년 8월 30일 조선총독부고시 430호에 의거 조선 유물 581점을 보물로 지정 고시할 때 유독 숭례문은 ‘경성 남대문’으로, 흥인지문은 ‘경성 동대문’으로 이름을 살짝 바꾼 다음 조선의 보물1호, 보물2호로 지정했다.

그런데 해방 이후 1962년 대한민국 문화재위원회에서 그대로 승계하여 남대문을 국보1호로 승격시켰으며, 동대문은 보물2호에서 보물1호로 올려서 보물1호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에 앞서 1934년 일제가 남대문과 동대문을 지정한 은밀한 사연을 보면 기가 막힌다.

조선총독부가 한양 4대문 가운데 유독 남대문과 동대문을 보물1호, 보물2호로 지정한 이유는 1592년 임진왜란(그들이 말하는 朝日전쟁) 당시 왜장 가또오 기요마사(가등청정)가 한반도를 초토화 시키고 선조 임금이 계시는 한양으로 북상한 뒤 숭례문을 통과하여 조선 왕도 한양성을 함락시키고 고니시 유끼나가(소서행장)는 흥인지문을 통하여 한양성을 함락시킨 현장이라는 점을 역사에 길이 남기고 싶어서였다.

일제는 임진왜란 당시에 그들이 조선군을 물리치고 한양성에 들어올 때 통과한 숭례문과 흥인지문을 각각 남대문과 동대문으로 명칭을 바꿔 자신들의 승리를 기념하는 상징적 개선문으로 여기고 조선의 보물 1호와 2호로 지정했던 것이다.

조선총독부의 이런 배경에는 조선의 영구적 지배를 위해 조선민족의 민족정기를 끊고 끝없는 좌절감과 패배주의를 심어줘야 한다는 고도의 수법이 숨어있었다.

그런데 식민사관에 젖은 대한민국의 위정자들은 “영혼 없는” 문화재 정책으로 아무 문제의식 없이 국보1호, 보물1호로 총독부의 뜻 그대로 승계 지정,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호 통재(嗚呼 痛哉)라!

영혼 없는 정부의 문화재 정책 탓!!

어느 나라든지 국보1호라면 상징성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수많은 문화재와 유물 유적 가운데 가장 가치 있고, 가장 기념비적인 존재를 지칭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에서 자기나라를 침략한 나라의 ‘전승기념물’을 제나라 ‘국보1호’로 지정한 나라가 대한민국 말고 또 있을까?

한국에 다른 유물이 없어서였을까?

아니면 국보1호로의 지정이 타당하다고 생각해서였을까?

게다가 한가지 덧붙이자면 지금의 국보 1호는 지난 2008년 2월 11일 새벽,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화재로 인해 잿더미로 변해버린 뒤 다시 복원된 것으로 형태만 예전의 고아한 모습을 띨 뿐 문화재로서의 가치는 전혀 없는 건축물이다. 불에 타지 않은 석축물 일부만이 600년 전의 시간을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국보1호, 그러나 일제의 전승기념물이면서 불타 없어진 흔적의 복사판에 불과한 현 시대 건축물에서 어떤 가치를 느낄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숭례문을 국보1호로 지정하여 관리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 것인가?

필자는 결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본다.

그보다는 세계에 빛나는 우리말과 글, 훈민정음을 국보 1호로 지정, 관리하는 게 훨씬 타당하다고 본다.

말과 글이 자연스럽게 생성된 세계의 언어사에서 유독 창제자가 있는 가장 과학적인 문자 한글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한국의 자존심이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인 동시에 가장 창조적인 문자다.

세계 최고의 문자인 한글의 원형으로서 훈민정음의 해설서 ‘훈민정음 해례본’은 국보70호로 지정되어 있다. 우리민족이 무엇보다 감사해야할 소중한 문화유산인 한글, 이것이야말로 국보1호로서의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혹자는 문화재 정책이 정치 풍향계에 따라 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올해는 상해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는 기념비적인 한해다.

이를 냉소하듯 일본이 또다시 전쟁을 시작했다.

한일 전쟁은 국민들 사이의 자존심의 전쟁이요, 국가의 존망이 걸린 경제 전쟁이다.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역사를 재정비하여 우리의 실체를 알고 정신무장을 하는 게 상책이다./백형모 편집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