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내 몰거든 축령산으로 가자"
"여름이 내 몰거든 축령산으로 가자"
  • 백형모 기자
  • 승인 2019.08.12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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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군 서삼면 모암 주차장서 출발 ‘강추’

쉬엄쉬엄 깔딱고개 넘어 정상까지 반나절

여름이 너울너울 손짓한다.

그리고 무덥다는 여름을 같잖게 보고 사람들에게 속삭인다.

여기 축령산으로 들어 와 보지 않겠느냐고.

여름이 두렵거든 이곳 축령산에 발을 디뎌보지 않겠느냐고...

지금 세상 밖은 40도에 육박하는 여름이지만 여기 축령산에서는 그저 남의 얘기다.

벗이 있다면 여름 쓰르라미 울음소리요 졸졸 흐르는 골짝 물소리이다.

그리고 그 녹음 사이에 지혜로운 인간들의 발자국 소리와 걸음걸음에 배인 건강한 땀방울이 있을 뿐이다.

축령산이 외친다.

여름이라도 같은 여름이 아니다!

사람 북적대는 해변의 여름은 쓸모없는 여름이다!

녹색물결 넘실대는 이곳, 편백숲의 여름이 진짜 여름이다!

여기 축령산의 편백을 거닐어보라! / 편집자 주

숲과 인간의 어울림
숲과 인간의 어울림

장성군 서삼면 축령산의 편백숲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우리 장성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광주권 사람들도 한두번 쯤은 다녀봤을 터이다. 아니면 최소한 편백숲의 명성이라도 들어봤을 것이다.

축령산은 장성군과 전북 고창군의 경계를 이루는 명산으로 독림가(篤林家)였던 춘원 임종국씨가 1956∼1989년까지 34년간 심혈을 기울여 삼나무 62㏊, 편백 143㏊, 낙엽송·기타 55㏊를 조림하여 벌거벗었던 산록을 늘 푸르게 만든 우리나라 최대 조림 성공지이다.

치유의 숲 안내도
치유의 숲 안내도

 

하지만 광활한 축령산의 어느 곳에서 오름이 최상인지는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일반인들이 축령산에 오르는 길은 5가지 루트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추암계곡과 모암마을, 대덕마을, 영화마을 등이지만 올 여름 최고의 산행길로 과감히 서삼면 모암 계곡을 추천한다.

비교적 코스도 짧고 경사도도 완만해 가족단위 산행으로 최적이다. 장애인이나 어르신들에게 권장해도 무리없는 코스다. 한 가지 더 팁을 선사한다면 모암 주차장에서 능선 상부라 할 수 있는 1.5km구간의 상당 부분이 야자 매트로 덮여있어 발이 아주 편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때문에 요즘 유행하는 어싱(earthing)의 최적지로 손색이 없다는 평이다.

모암 계곡으로 가는 길은 장성읍에서 서삼면 사무소를 지나 모암마을로 진입한다. 면사무소에서 모암 저수지를 향해 약 10분쯤 달리면 모암 저수지가 모습을 드러내고 그 옆에 숲으로 둘러쌓인 넓은 모암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 주차한 뒤 산행을 준비하면 된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주차장 옆이 편백숲이라 돗자리만 깔면 맑은 공기를 맘껏 마실 수 잇는 특권이 주어진다.

이보다 더 이색적인 산책을 즐기려면 모암저수지를 따라 가지런히 뻗은 호숫가 데크길을 거니는 것도 권해볼만하다. 저수지를 가로질러 걷다보면 또다른 세계에 진입하는 듯한 감흥을 받기 때문이다.

주차장에서 본격 축령산 피톤치드 산행을 하려면 녹색의 편백숲만 보고 높은 하늘을 찾아 나서면 된다. 차편이 통제되는 구간이기 때문에 위험 요소가 전혀 없다.

아래쪽 약 2백미터 구간은 자갈길과 황톳길이 섞여 있지만 그 위쪽은 폭 2미터 가량의 야자 매트가 얌전히 펼쳐져 있다. 주차장에서 2백 미터쯤 걷다보면 만남의 광장이라는 두 갈래 길이 나타난다. 왼쪽은 물소리숲길이고 오른쪽은 깔딱고개로 통하는 길이다. 깔딱고개를 따라 구불구불, 산길을 타고 나무와 정담을 나누며, 간간이 나무 벤치에 앉아 심호흡을 하다보면 어느덧 중간 쉼터인 우물터가 나타난다. 약 1.5km 구간의 맵시 있는 피톤치드 산행길이다. 우물터에서 시원한 지하수로 얼굴을 씻고 나면 숲은 더 푸르고, 하늘은 더 높게 다가온다.

하늘로 솟은 편백숲을 우러러 간간이 평상에 온몸을 던져 드러누워 하늘을 향하고 있는 사람들의 심신이 부럽다. 숲과 사람이 어울리는 한 폭의 그림이다.

우물터 바로 위 모암 안내소에서 갈림길행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 왼편으로 돌아 물소리 숲길로 하산하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이번에는 내친김에 정상을 오르기 위해 오른쪽 모암 삼거리에서 위쪽으로 발걸음을 틀어본다. 정상까지 약 1.6km라는 표식이 나타난다. 정상까지 거리가 길지만 비교적 완만해 특별한 장비 없이도 산행이 가능한 길이다.

쉬엄쉬엄 걷다보니 약 1시간, 어느덧 621m 높이의 축령산 정상이다. 2층으로 된 정상 휴게소가 대단한 장관을 선사한다. 좌우 앞뒤를 돌아보니 모두가 하늘 아래다. 앞에는 저 멀리 장성읍, 그 너머에는 무등산이 손짓한다. 왼쪽에는 백양산의 우람한 정경이, 뒤쪽에는 고창으로 뻗어간 산자락이 손짓한다.

밀림의 정원
밀림의 정원

야호, 여름아 물럿거라!

마침 산천이 알아듣고 바람을 몰고 온다.

푸른 숲뿐인데 바람이 벗하자며 치근댄다.

더 이상 바랄게 없는, 천상천하 유아녹존(天上天下 唯我綠尊)이다.

찌는 여름 무더위가 나를 내 몰거든 축령산으로 가자.

정상을 딛고 나서 쉬엄쉬엄 하산하는 길은 산행길이 아니다. 아니 훨훨 나는 걸음이다.

모암 주차장까지 왕복 3시간, 더 천천히 잡는다 해도 반나절이면 족하다.

누가 묻거든 ‘축령산에서 여름을 털고 왔노라’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백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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