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학교 진원초에 학생이 늘어난다... 왜?
시골학교 진원초에 학생이 늘어난다... 왜?
  • 백형모 기자
  • 승인 2019.09.02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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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기가 즐거운 진원초등학교

“친구들과 많이 이야기하고 재미있게 생활하며 보내도록 하세요~~”

교장선생님의 마지막 말씀이 있고난 뒤 어떤 어린이들은 ‘진짜 가시는 거냐?’고 반문하는가하면 어떤 어린이는 훌쩍이며 ‘안가면 안되냐’고 말리기도 했다.

지난 27일 대강당에서 진행된 최미숙 진원초등학교 교장의 이임식장 진풍경들이다.

올 3월 초에 부임해 6개월 근무하고 떠나는 자리인데도 어린이들은 서러워 부둥켜안고, 학부모들은 석별의 정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다행이 그다지 멀리 떠나지 않고 장성교육지원청 교육장으로 영전해 가는 것이 안심이다.

그만큼 많은 성과를 남기기도 했지만 어린이들과 마음을 주고받으며 친숙해졌다는 의미다.

학교가 얼마나 달라졌길레, 어린이들은 어떻게 즐거웠길레, 학부모들은 어떤 인상을 담고 있었길레 최 교장을 붙잡고 싶었을까?

-편집자 주-

과학실습실에서 학생들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최미숙 전 진원초등학교장
과학실습실에서 학생들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최미숙 전 진원초등학교장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그네를 타도록 하자”

‘학교에 오는 것이 즐거운 교육활동’, 이것은 학생이나 교육자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꿈이다.

최미숙 교장은 지난 3월 1일자로 진원초등학교에 부임하자마자 놀이터에 2대의 그네가 고장나 무용지물인 것을 보고 멋있는 신형 그네로 신설해 줬다. 그리고 안전을 위해 둘레에 안전장치 시설을 구축했다.

그랬더니 어린이들이 시간만 나면 그네를 타기 위해 몰려들었다. 너무 많이 몰리자 어린이들 스스로 규칙을 정해 2대의 그네를 나눠서 고학년용과 저학년용으로 구분하여 활용하기로 하고 하루에 몇 회 이하로 타기로 하자는 등 자율적인 질서 체계가 나왔다.

최 교장은 이렇게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학교를 생각하고 교육 환경을 개선해 나갔다.

최교장은 또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틀어주는 교내 방송용 노래가 아니라 자기들이 듣고 싶은 음악을 틀어주면 좋겠다는 건의를 들었다.

그러자 최 교장은 “그럼 자율적으로 결정해 곡목을 선정해보라”고 권했다. 그러면서 행여나 유행가인 가수 진성의 ‘안동역’이나 김성환의 ‘묻지마세요’ 등 대중가요가 학교에서 울려 퍼지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앞섰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학년회의와 전체 회의를 통해 건전한 곡목을 선정하고 방송 시간이나 횟수 등을 스스로 결정하는 차원 높은 행동을 발견했다. 한 마디로 ‘걱정 뚝’이었다.

최 교장은 이처럼 어른의 눈높이가 아닌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소통하고 책임 행동을 유도함으로써 아이들에게 스스로 성장해가는 교육철학을 심어줬다.

“학생들에게 스스로 문제를 맡기고 해결책을 찾도록 만들어 주니까 사소한 언쟁한번 생긴 적이 없어요.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잘하고 있고 잘 자라고 있어요. 지금까지 어른들의 눈높이에서 보니 어린애처럼 보였을 뿐이죠”

전국합창대회에 참가해 2년 연속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한 방과후 합창단
전국합창대회에 참가해 2년 연속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한 방과후 합창단

유치원 2개반=>3개반으로, 학생수 급증

진원초등학교의 달라진 위상은 날로 늘어나는 학생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올해 3월 전교생은 각 학급이 2개 반씩, 모두 205명이었다. 하지만 9월 전교생 숫자는 216명으로 늘어났다. 불과 11명이 늘어난 것으로 미미하다고 볼 수 있으나 전남의 대부분이 줄어드는 추세인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현실이다. 유치원은 지난해 2학급에서 올해 3학급으로 늘어났다.

학생들 등교시간에는 광주에서 오는 승용차와 통학버스로 분주할 정도다. 때문에 매일 등하교 교통정리에 긴장하고 있다.

작은 시골 학교가 이처럼 달라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원면이 광주광역시 인근이어서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이 늘고 전원주택이 계속 신축되고 있다는 점도 있지만 학교의 창의적, 자율적 교육시스템과 최상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최신 시설의 교육환경 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실습에 있어서도 공예품을 만들거나 벼농사를 지어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보며 반복과 연구를 통해 크리에이터에 도전하기도 한다.

이 학교는 복도와 교실 마루를 모두 편백으로 교체해 어린이들이 아토피 피부병이나 안전성에서 최적의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최 교장은 교육환경이 우선돼야 한다며 학교 공간에도 혁신을 가져왔다.

진원초등학교는 어린이들의 감성적인 끼 발산의 장을 수시로 마련해주고 있다.
진원초등학교는 어린이들의 감성적인 끼 발산의 장을 수시로 마련해주고 있다.

1억 원을 들여 전자칠판과 테블릿PC를 도입한 것을 비롯, 창의과학실을 레모델링하고 체육관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줬다. 운동장에는 트랙라인을 깔끔히 하고 야외벤치 보수, 담장설치공사를 통해 아담한 환경을 만들어갔다. 도교육청으로부터 2억7천만원을 지원받아 올 하반기부터는 빛이 바랜 교사 본관 외벽을 패널로 시공, 상큼한 학교로 꾸밀 계획이다.

방과후 학교는 21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데 광주지역과 달리 전액 무료다. 강사진도 최상급으로 편성했다. 일부는 전문성을 가진 교사들이 투입되기도 하는데 우수한 실력을 가진 합창부 교사의 지도로 전국대회에서 2년 연속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같은 교육체계 우수성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광주 근교에 어디 좋은 학교 없을까?’라고 갈증을 느끼던 학부모들에게 진원초가 최고의 학교로 알려지면서 학생수 급증의 원인이 된 것이다.

최 교장의 이러한 혁신적 교육방식은 전남교육계에서도 널리 알려져 마침내 전남도교육청이 맘 먹고 장성교육지원청에 실시한 주민추천교육장 임용절차에서 당당히 인정받아 첫 민선교육장이 되는 역사를 만들어 냈다.

이제부터는 교육장의 위치에서 문불여장성을 이끌어 가는 혁신교육의 신호탄이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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