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에 담긴 유두석의 눈물 / 편집국 칼럼 [백형모]
KTX에 담긴 유두석의 눈물 / 편집국 칼럼 [백형모]
  • 백형모 기자
  • 승인 2019.09.09 13:2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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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장성역 재정차 회고

민선 6기 장성군수로 취임한 지 6개월이 흐른 지난 2015년 1월 16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유두석 군수의 공직선거법 관련된 1심 재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그대로 형이 확정되면 군수직을 잃게 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노랗게 변한 하늘을 보며 승용차에 몸을 싣고 광주지법에서 장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래, 나중에 통화하세~”

깊은 한숨과 함께 무심하게 전화를 끊었다. 장성으로 돌아오는 동안 유두석 군수와 이청 전 군수는 무거운 침묵으로 차창 밖을 바라볼 뿐이었다. 둘 사이의 침묵은 그렇게 저녁까지 이어졌다. 밤 10시 경, 유 군수는 기진맥진한 몸이지만 전화기를 꺼내들고 낮에 통화 못한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쪽에서 궁금해 했던 재판문제는 그만두고 할 말부터 시작했다.

“장성군의 현실이 말이 아니다. 편리하게 이용하던 교통수단이 사라져 군민들의 불편은 이루 말 할 것도 없고 이로 인한 상실감과 지역경제 침체, 또 가장 KTX 이용이 필요한 국가기간시설인 상무대는 말할 것 없다. 또 이것은 내가 군민들에게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약속한 일이니 만큼, 무조건 해결해야 하는 일이라...”

그러자 저쪽에서 답변이 들어왔다.

“아니 선배님, 지금 징역형을 받고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판에 KTX 정차가 생각납니까? 도대체 정신이 있는 사람입니까?”

유두석 군수도 만만치 않았다.

“난 이제 겨우 1심 재판을 받았을 뿐이네, 대한민국은 3심이 허용되는 나라 아닌가, 아직까지 나는 장성군수가 분명하네.”

호형호제하는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와 긴 전화가 끝나자 이를 지켜보던 이청 전 군수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아니, 자기가 죽을지 살지 모르면서 KTX가 뭐냐고...

그게 목숨보다 더 중요하냐고...

이와 같은 내용들은 유두석 군수의 저서 ‘아름다운 귀향 그 뒷 이야기’에 일부 언급돼 있다. 이후 유 군수의 선거법 재판은 고등법원과 대법원의 재판과정을 거쳐 벌금형으로 마무리됐다.

그 뒤 4년이 넘는 긴 세월이 흘렀고 그 고위공직자는 코레일 사장이 되었다. 하지만 그분도 국가 기간산업에 관한 철도 문제를 개인 정분으로 처리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지금까지 장성군이 주장해왔던 용산역(출발역)~익산역(종점역) KTX를 장성역까지 연장한다는 논리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 철도노선 전체를 변경해야하고 객차를 증설해야하는데 동종의 객차를 수입해야하는 등 문제가 보통이 아니었다. 결국, 가능한 대안이 아니었다.

그래서 마침내 유 군수와 군청 실무진들은 최후의 수단을 모색하기로 했다. 용산역~익산역 노선을 장성역까지 연장해 달라는 주장을 접고 다른 노선인 용산역~목포역 노선을 놓고 중간에 장성역으로 끌어당겨 정차시키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전략을 수정한 유 군수는 마침내 2019년 7월 24일 코레일 본사를 방문해 KTX 용산~목포선 가운데 왕복 4편만이라도 장성역 정차를 요청했다. 일단 시작을 해놓고 훗날 더 증차하면 된다는 계산이었다.

그날 찾아간 그 자리에는 4년 전 징역형 재판을 받은 날 밤, 유 군수가 그토록 KTX 장성역 정차를 호소했던 그 국토교통부 고위직간부가 국토부 차관을 거쳐 코레일의 최고 경영자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하늘의 도움이었을까?

막역했던 친분을 토대로 자리에 마주 앉아 유 군수의 간곡한 요청과 지역민들의 염원,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설명을 들은 코레일 경영자는 긍정적으로 검토를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시간 조율 등을 검토해 마침내 1일 4회 운용을 결정했다. 무려 5년만의 재정차 쾌거였다.

이 같은 내용을 보고받은 유 군수는 머리 속이 텅빈 것처럼 경직됐다. 그 많은 세월을 공들여 이제야 확정됐단 말인가? 가슴 속에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얼마 뒤, 유두석 군수와 코레일 경영자는 아래와 같은 사담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유 군수님, 아니 선배님, 이럴 때 써 먹을라고 국토부 있을 때 그렇게 형님 동생하며 지냈단 말이요?”

그러자 유 군수가 답했다.

“어느 구름에 비 올지 모른다는 게 나의 지론이네. 특히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잘해야 하는 법이네...”

사람의 중요성과 인맥의 요긴함이 반증되는 순간이었다. 또한 ‘KTX 정차를 위해 대통령만 빼놓고 다 만나봤다’고 할 정도로 포기를 모르고 오직 장성만을 생각한 유 군수의 뚝심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럼에도 유두석 군수는 겸양의 자세로 “이번 KTX 재정차는 위대한 장성군민이 이룩한 성과이며 이낙연 국무총리님과 이개호 국회의원님, 특히 국토부장관과 차관, 담당국장, 손병석 코레일 사장님의 관심과 애정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일은 장성을 아끼는 사회지도층과 5만 군민의 절대적인 염원과 서명에 동참한 1만 2천 명의 성원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부연설명이다.

그러면서 유 군수는 “장성역 KTX 정차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정차 횟수를 늘리는 등 아직도 해나가야 할 과업이 많다”고 말했다.

거듭 강조하지만 KTX 장성역 재정차는 모든 군민의 합작 완성품이다.

모든 분들에게 ‘수고하셨다’고 충심의 박수를 보낸다.

/백형모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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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19-09-14 10:44:06
소설을 써라.

임춘임 2019-09-12 08:38:04
장성군민이 행복한 이유입니다.
나 하나의 욕망이 아닌 우리를 위한 희생..
이제 개통일 4일 남겨 놓고 들뜬 마음으로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날 우리 동우회 약 20명은 개통 기념으로
장성발 12시 20분 KTX타고 목포 여행 떠납니다.
돌아올때도 물론 KTX타고 오지요.
군수님의 눈물 덕분에 우리는 자유로워졌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정진필 2019-09-10 10:40:45
이런 군수님과 함께 하는 장성군민은 저를 포함해서 참으로 북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잊고 살뻔한 기사를 올려준 백기자님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행복한 추석명절을 보냅시다. 평림숙에서 정진필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