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점수 장성공공도서관장
[인터뷰] 김점수 장성공공도서관장
  • 백형모 기자
  • 승인 2019.09.09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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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모르는 설움보다 큰 통한이 있을까요?"
비문해자 위해 '마을로 찾아가는 한글학당' 개설
22개 마을에 개설...재능기부 통해 찾아가는 수업

 

“장성에서 약 4천명에 달하는 어르신들이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른 채 살아가고 계신다는 통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찌 글을 모르고 살 수 있을까’하고 넘겨왔지만 이것은 분명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입니다”

올해 처음 글자를 모르는 비문해자 없는 장성을 만들어 보고자 ‘2019년 마을로 찾아가는 한글학당’을 개설한 김점수 장성공공도서관장(59).

김 관장은 우리 주변에 이렇게 글자를 모르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말한다.

장성군 동화면 구룡리 출신인 김 관장은 ‘명색이 문불여 장성이라는 내고향 장성 고을에서 이래도 되는가’라는 간절함 때문 모든 시책에 앞서 이번 한글학당을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 정부의 20세 이상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초등학교 미이수자 수준의 글자를 모르는 비문해자는 전국에 4.1%였다. 전남은 10.3%, 장성군은 그보다 훨씬 높은 12%였다.

장성의 20세 이상 성인인구가 33,456명 인데 비문해자가 3,983명이라는 결론이다.

상상하기 어렵지만 약 4천명의 어르신들이 글자를 모른 답답함 속에서 살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통계를 접한 김 관장은 장성읍을 제외한 10개 면에서 332명의 어르신이 배움을 원하고 있다고 결론 내리고 없는 예산을 쪼개고 주위의 후원을 받아 한글 강좌를 개설할 22개 마을에 칠판을 만들고 희망 어르신들에게 책가방과 한글 교재, 공책, 연필, 지우개 등을 제공했다.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쓰는 공책은 재광장성군향우회와 도교육청노령회, 장성중앙로타리클럽, 방울샘클럽, 서광주로타리클럽 등이 후원했다.

또 시골 마을에까지 와서 한글교사를 자원할 마땅한 인재를 찾을 수 없어 김 관장은 평소에 알던 지인들을 동원해 재능기부를 요청했다. 대부분이 교육자 출신이거나 공무원 출신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어떤 한글교실에서는 며느리가 모든 학생들에게 간식을 제공하는가하면 어떤 딸은 어머니를 격려하기 위해 모든 학생들의 연필을 곱게 깎아서 제공하는 등 훈훈함이 이어지고 있다.

“평생을 어두운 그늘에서 살아오신 분들께 빛을 드리기 위해 재능을 기부하고 후원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전혀 예상 못한 대민 업무를 접하고 고생을 다해준 직원들에게도 미안함이 앞섭니다. 그러나 이분들이 졸업장을 받아들고 난 뒤 손주들에게 편지나 메시지로 기쁘게 소통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기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위 모든 분들에게 신세를 진 것 같다’는 김 관장은 전남교육청에 발을 디딘 뒤 고향의 교육발전을 위해 초현대식 시설의 백암중학교를 기획.개설하고, 개인도서관으로 출발한 장성공공도서관을 8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멋진 한옥형 최신도서관으로 거듭나게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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