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사 고불총림 해제 '충격'... 내막은?
백양사 고불총림 해제 '충격'... 내막은?
  • 최현웅 기자
  • 승인 2019.11.1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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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입맛대로 주지 선출 의도(?)의구심
중앙종회 해제사유 '형평성 안 맞아' 지적도
천년고찰로 장성의 자랑인 백양사가 고불총림 지정이 해제됨으로써 불교계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천년고찰로 장성의 자랑인 백양사가 고불총림 지정이 해제됨으로써 불교계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6일 조계종 중앙종회 제 217회 정기회에서 고불총림 백양사가 고불총림 지정해제를 결의했다. 이날 중앙종회는 긴급발의를 통해 총림지정 해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회의에서 화엄회 간사 도심스님은 대표 발의를 통해 “조건부 총림으로 지정된 백양사는 서옹 스님 열반으로 사실상 총림으로서의 자격을 이미 상실했고 조건부 지정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백양사가 총림다운 실질적 요건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상황이 악화돼 왔다”며 “총림 구성 요건인 승가대학원은 학인 수가 현저히 모자란 상태에서 사실상 운영이 잘 안 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마저 템플스테이 건물 밖으로 이전해 버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종회의원 정범스님은 “총림 해제는 성급히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며 학인 수 감소는 어느 총림도 자유롭지 못하다며 총림 구성 요건 미비 등에 대해 다시 심사숙고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중앙종회의원들 다수는 해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했고, 만장일치로 가결할 것인지 거수로 찬반을 묻자 출석의원 76명 중 67명이 찬성했다.

중앙종회는 1999년 제141회 임시회에서 영축총림 통도사 총림 해제를 결의한 바 있다. 하지만 통도사는 이듬해 3월 다시 총림으로 지정됐다.

백양사 주지 선출이 사태 본질?

불교계 안팎에서는 이번 조계종 중앙종회의 고불총림 지정해제가 사태의 본질은 조계종 집행부의 의도대로 백양사 차기 주지를 선출해 장악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토진스님 임기가 내년 4월까지인데, 백양사 주지 선출 권한이 이제는 총림 방장에서 산중총회로 이전되기 때문이다.

이날 백양사에 대한 총림 해제를 발의한 중앙종회 도심스님은 지정 해제의 이유로 고불총림이 총림법이 규정한 총림 구성 요건을 현저히 갖추지 못했고, 제 120회 중앙종회에서 고불총림 지정당시 서옹 스님 생존 시에만 총림을 인정하기로 조건부로 지정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해제 요건 중 종합수도도량으로 총림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은 백양사 뿐 아니라 다른 사찰의 여건도 별반 다르지 않다. 8개 총림 가운데 승가대학, 선원, 율원, 염불원을 모두 운영하는 곳은 영축총림 통도사뿐이다.

이 때문에 고불총림이 지정해제 대상으로 꼽힌 것은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학인 수, 미달되는 곳 많아

총림특위는 고불총림에 대해 중관유식승가대학원 전문 과정 학인 수로 9명이 보고 됐지만 실제 상주학인은 6명이고 율학승가대학원 전문 과정 학인 수 역시 11명이 보고 됐지만 실제 학인 수는 4명이라 정원에 미달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요건 역시 백양사만 해당되는 사안은 아니다. 승가대학(또는 대학원)의 학인 수가 정원에 미달하는 것은 덕숭총림 수덕사의 승가대학 역시 학인 수는 정원 40명 중 9명에 불과하다. 최소 지원기준 20명을 충족치 못해 교육원의 상주교수연구비를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영림총림 통도사와 해인총림 해인사를 제외한 6개 총림 모두 승가대학이 정원미달로 조사됐다.

지난 9월 열린 제 216회 임시회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고불총림 백양사보다 오히려 조계총림 송광사가 더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보성 스님 입적 후 1년 이상 방장을 추천치 못해 방장 부재 사태가 이어졌던 것. 그런데도 특위는 조계총림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 단순히 학인 수에 대한 문제보다 방장 부재는 더 큰 문제를 안고 있었음에도 조계종 중앙종회는 이를 방관하고 있었기에 더욱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총림문제 하루 이틀 제기된 것 아니다

고불총림 백양사는 1947년 만암 스님이 고불총림을 개창했다.

이후 6.25 전란으로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1980년 복원을 시작해 1996년 서옹 스님 생존 시 조계종 ‘5대 총림’ 중 한 곳으로 지정됐다. 그동안 조계종 중앙종회는 총림 문제가 불거질 대마다 고불총림이 서옹 스님 생존 시에만 총림으로 지정하기로 했다는 ‘조건부 지정론’을 들고 나오는 등 수차례 문제제기를 해왔었다.

제 217회 조계종 중앙종회 본회의장 모습. 6일 열린 회의에서 백양사가 고불총림에서 해제됨에 따라 지선스님은 방장 직을 잃게 됐다.
제 217회 조계종 중앙종회 본회의장 모습. 6일 열린 회의에서 백양사가 고불총림에서 해제됨에 따라 지선스님은 방장 직을 잃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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