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서서히 죽음에 이르는 병 ‘알츠하이머의 두 얼굴’
[편집국 칼럼] 서서히 죽음에 이르는 병 ‘알츠하이머의 두 얼굴’
  • 백형모 기자
  • 승인 2019.11.18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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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얼굴도 구분 못한 배우 윤정희...골프 치는 전두환

서서히 죽음에 이르는 병 알츠하이머.

이 질병을 발견한 독일의 의사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의 이름을 딴 병명.

치매환자의 75%가 이 질환에 해당한다는 알츠하이머는 뇌 손상 질환의 일종으로 아무리 발달한 현대의학으로서도 치유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일부 증상은 일시적으로 개선할 수 있지만 증상을 멈추거나 진행을 역전시킬 수 없는 병이다.

그러다보니 가족이나 국가에 부담을 주고 본인까지 불행에 이르는 ‘죽음보다 더 지긋지긋한 병’이다.

알츠하이머병은 가장 먼저 기억력이 감퇴되고 언어능력이 떨어져 단어가 떠오르지 않게 되며 시간이나 장소,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인 지남력(指南力)이 저하된다.

한마디로 알츠하이머병은 한 인간의 모든 것을 빼앗아가고도 부족하다는 듯 마지막 추억마저도 되살리지 못하게 망가뜨린다.

배우 윤정희(75)가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려 투병 중이다.

그 증세가 보통이 아니다.

아들 딸도 몰라보고, 조금 전에 먹은 아침밥을 다시 달라고 한다니...

그 아름답고 화려한 미모는 어디 갔을까...

이제는 그 대신 얼굴 한쪽이 일그러진, 흩어진 흰 머릿결의 주름살 얼룩진 할머니를 떠 올려야하는가...

한 시대를 풍미하며 국민적 사랑을 받아왔던 여배우, 그리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와의

결혼으로 더욱더 애틋함을 자아냈던 두 부부의 인연이 다시한번 국민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윤정희의 남편 백건우는 최근 언론에서 "(아내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증상이 10년쯤 전에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의 과거 러브스토리도 주목받고 있다. 백건우의 내조자이자 남편으로서의 행보에 동정표를 주고 싶은 마음이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배우 윤정희는 지난 1972년 뮌헨올림픽 전야제에서 윤이상의 소개로 처음 인사를 나눴다. 이 때 백건우가 윤정희에게 꽃 선물을 건네며 먼저 호감을 표했다.

이후 2년 뒤 윤정희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게 되고 우연히 한 식당에서 재회하며 인연을 쌓게 됐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했고 몽마르트 언덕에 집을 얻어 동거를 시작했다.

백건우와 윤정희는 1976년 파리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현재까지 43년간 결혼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몽마르뜨 언덕에서 화려한 일생을 보낼 것으로 여겨지던 두 부부의 아픈 사연이 가을 낙엽처럼 떨림을 주고 있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 윤정희는 “내가 생각했던 남자를 찾은 것 같다. 예술가를 좋아하고 특히 피아노, 음악, 순수한 사람, 착한 사람을 원했다. 내 자신이 행운아인 같다”라고 남편 백건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윤정희는 1944년생으로 올해 76세이며 백건우는 1946년생으로 74세다.

윤정희가 알츠하이머에 시달린 건 약 10년 정도 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연히도 이창동 감독의 ‘시’(2010)에서 알츠하이머 환자 역할을 맡았을 때와 비슷한 시기다.

윤정희는 당시 치매로 기억이 망가져 가던 ‘미자’역을 맡아 15년 만에 영화계에 복귀했다.

그런데 그녀가 그 영화의 주인공처럼 알츠하이머에 걸려 추억 속에서 헤매고 있다.

한국 영화의 황금기로 불리는 1960년대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연 그는 단역 혹은 조연부터 시작한 문희, 남정임과는 달리 첫 영화부터 주연을 꿰차며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그는 지금까지 330여 편에 출연했다. 그동안 대종상 여우주연상 등 24차례에 걸쳐 각종 영화상에서 여우 주연상을 받았다.

이런 안타까운 얼굴 뒤에 알츠하이머병의 또다른 주인공이 버티고 있어 우리를 분노케 하고 있다.

지난 7일 강원도의 한 골프장에 등장, 동지(?)들과 호쾌하게 샷을 날리던 전두환씨 때문이다.

알츠하이머에 걸려 재판정에 못 나간다던 그가 정기적으로 골프장에 출입하며 스코어를 계산하며 즐긴 것으로 보도 됐다.

고 조비오 신부의 '5·18 헬기 사격' 증언을 비판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씨는 지난해 8월27일 첫 공판기일을 앞두고는 부인인 이순자씨가 남편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며 불출석 의사를 밝혀 국민적 공분을 산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전두환 씨가 골프장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강제 진압의 책임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해 “광주하고 내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나는 발포 명령을 내릴 위치에 있지 않았다. 군에서 명령권도 없는 사람이 명령을 해?”라고 되물었다. 1,000억이 넘는 미납 추징금과 체납 세금에 대한 물음에도 “자네가 돈을 좀 내주라”며 낼 의사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골프장에 버젓이 나타나 골프하는 그의 행동뿐만 아니라 5.18에 대해 마치 남의 나라 이야기하듯 조롱하고 있는 태도에 할 말을 잃는다.

이떻게 그런 자가 일국의 대통령이 됐을까. 그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알츠하이머는 왜 그런 자들에게 아량을 베푸는 것일까?

공자는 논어에서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라고 했다. ‘무릇 사람은 잘못을 했으면 반성하고 고치기를 게을리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백형모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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