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한 가운데 돼지우리 ‘어찌 살라고?’
마을 한 가운데 돼지우리 ‘어찌 살라고?’
  • 최현웅 기자
  • 승인 2019.11.18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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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면 월전마을 주민들, 군청 앞서 한 달 시위
해광축산 악취저감시설 설치 약속 ‘매번 어겨’
“장성군 지도단속 의지 있나?” 소극대응 도마

“군수님! 돼지 똥 악취 난다고 손자가 안 옵니다. 노후에 손자나 보다 죽게, 돼지 똥 악취 해결해 주십시오!”

동화면 월전마을민들이 지난 11일부터 장성군청 앞에서 돼지 냄새를 없애달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해광축사에 대해서는 악취저감을, 장성군에 대해 책임과 지도단속을 촉구하고 있다.
동화면 월전마을민들이 지난 11일부터 장성군청 앞에서 돼지 냄새를 없애달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해광축사에 대해서는 악취저감을, 장성군에 대해 책임과 지도단속을 촉구하고 있다.

입시한파로 갑자기 떨어진 기온에 손마저 시리던 지난 13일 오후 군청 앞. 동화면 월산1리 월전마을 10여 명의 주민들은 쌀쌀해진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손에는 저마다 피켓 한 장 씩 들고 군청 앞에 모였다.

이날 모인 주민들은 마을 위쪽에 위치한 돈사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하루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며 장성군과 지역민들에게 하소연했다. 이들 주민들은 1998년 500여 평 규모의 돈사가 들어선 이후 단 하루도 편히 숨 쉬어 본 적이 없었다며 하루라도 좋으니 냄새 없는 마을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외쳤다.

월전 주민들은 지난 11일부터 한 달간 마을회관과 군청 앞 두 곳에 집회신고를 내고 해광축산의 악취방지 대책 촉구와 주민들이 악취에 시달리지 않도록 장성군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했다.

월전리 주민 장 아무개 씨는 “지난 7월 해광축산 대표가 마을주민들에게 악취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장성군 역시 업체가 이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놓고도 겨울이 다가오는 지금까지 여전히 심한 악취 때문에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장 씨는 “해광축산 대표는 마을주민들에게 납득할 만한 대책이나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주민들을 피하려고 해 만나볼 수조차 없으며 장성군 역시 적극적인 중재는 커녕 뒷짐만 지고 바라보고 있다”며 성토했다.

해광축산, “시설했으니 6주만 참아 달라”

이에 대해 지난 1998년부터 21년 간 월전마을에서 돼지 1,400여 마리를 키우며 돈사를 운영해 온 해광축산 김재연 대표는 ‘주민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며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생각은 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악취 제거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동안 사정이 있어 지난달 10월에야 악취저감시설을 하게 됐다”며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1억 3천여만 원을 들여 도입한 이 액비순환시스템이 가동된 지 이제 3주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 악취는 남아있지만 악취제거 효과를 보려면 앞으로 최소 6주는 지나야 알 수 있다며 주민들에게 그 때까지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쌓여 있는 돼지분뇨 400여 톤을 희석화 시키고 액비를 생산하기위해 최소한 앞으로도 6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얘기를 몇몇 주민들에 했는데도 주민들은 자신의 애기는 듣지 않고 군청 앞 시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덧붙여 자신이 주민들을 피해 다닌 것이 아니다. 지난 8월과 9월에도 마을주민 10여명을 모시고 시설설비업자와 함께 설명회를 가졌으나 주민들이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더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장성군과 주민들을 만나 얼마든지 대화할 준비가 돼 있으며 무슨 얘기든 나누겠다고 밝혔다.

장성군 “마을 지형적으로 악취 심할 수도” 답변

이에 대해 장성군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해광축산이 시설현대화사업을 완료하고 지난 10월부터 시설가동을 하고 있다고 해서 환경위생과 직원이 직접 가서 시설 가동을 확인했다. 그런데도 악취가 계속해서 나는 것은 여러 요인 등이 복합작용해서 그러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우선 이곳 돈사의 위치가 마을의 위쪽에 자리해 주민들이 적은 양이라도 악취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로 이 마을 양쪽이 산으로 둘러 쌓여있어 악취가 배출되지 않고 다시 유입되는 지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어 악취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다시 말해 축사주변 악취는 기상조건이나 지리적 구조 등 여러 요인들에 의해 발생할 수 있어 단순히 악취가 난다고 단속하긴 어렵다는 것.

장성군의 이러한 답변은 악취저감시설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돈사 대표가 얼마나 악취저감 의지가 있는지 지도·감독에 나서야 할 장성군이 오히려 양돈업체를 두둔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최근 들어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마을 한 가운데 돈사는 상상도 할 수 없지만 20년도 넘게 운영돼 온 돈사에 대해 군이 나서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별로 없어 안타깝다”며 주민들과 업체대표가 원만하고 만족할만한 합의점을 찾도록 최선을 다해 중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 “이젠 누구도 믿을 수 없다!”

하지만 해광축산 김 대표와 장성군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서 월전마을 주민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월전마을 김 아무개 씨는 “월전마을 주민들이 돈사 악취로 민원을 제기한 지가 지난해 12월이었다. 벌써 1년이 지나 가는데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냄새나지 않게 하겠다고 해놓고선 말을 바꾸고 또 얼마가 지나서야 또 다시 말을 바꿨던 김 대표를 이제 와서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주민은 이어 “장성군 역시 애당초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해광축산에 대한 지도·단속의 의지가 있었으면 지난해부터 이어온 주민들의 민원을 여태껏 무시하고 팔짱만 끼고 바라보지만은 않았을 것”이라고 비난한 뒤 “이제는 누구도 믿을 수 없으니 갈 때까지 갈 수밖에 없다. 극단적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최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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