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가시있는 나무가 상량목이 되는 법은 없다.
[편집국 칼럼] 가시있는 나무가 상량목이 되는 법은 없다.
  • 백형모 기자
  • 승인 2019.11.25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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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구별하는 법칙이 따로 있지는 않다. 인간이 편리하게 구분하는 법이 있을 뿐이다.

그 가운데 키 작은 나무와 키 큰 나무로 구분하는 법, 가시가 달린 나무와 가시가 없는 나무로 구분하는 법도 있다.

어느 산골에 스승과 제자가 약초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 스승이 제자에게 물었다.

“가시가 달린 나무를 보았느냐?”

“예 보았습니다.”

“가시나무에는 어떤 나무들이 있더냐?”

“엄나무, 벌나무, 오가피나무, 두릅나무, 탱자나무, 찔레꽃나무 등이 있습니다.”

“그 특징은 무엇이더냐?”

“모두 약성이 좋은 한약재로서 인간의 몸에 도움을 주는 것들 이옵니다.”

“그럼 가시 달린 나무로 굵기가 한 아름 되는 나무를 보았느냐?”

“못 보았습니다.”

“그렇다. 키가 작은 나무들은 외부로부터 낮은 몸은 보호하기 위해 가시가 달린 것이다. 키 작은 나무가 굵기가 한 아름 되게 크는 법은 결코 없다”

창조주는 나무에게 두 가지를 모두 허용하지는 않았다.

키 작은 나무가 약성도 좋은데다 소나무처럼 큰 재목으로 사용되도록 만들어 놓지는 않았던 것이다. 반대로 가시가 없는 나무는 키를 쭉쭉 뻗게 해 훌륭한 상량이 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키가 작든 크든 똑같은 자격을 부여해줬다. 키가 작다고 해서 볼 것을 못 보게 만들지 않았다. 키가 작다고 해서 공부를 못하도록 만들지 않았다. 또 축구를 못하게 만들지도 않았다.

최근 베트남의 영웅이자 국민 파파로 불리는 박항서 감독에게 상대국인 태국의 축구 코치가 키가 작다는 비아냥과 태도를 보였다가 베트남으로부터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제소를 당했다.

역사적으로 베트남과 태국은 한국과 일본처럼 영원한 앙숙이다. 각종 스포츠 대회에서 이같은 라이벌 관계는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두 나라 축구 국가대표 감독으로 앙숙 관계에 있는 한국의 박항서와 일본의 니시노 아키라가 나란히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다. 여차하면 감독끼리도 장외 신경전이 촉발할 수 있는 관계였다.

그런데 지난 19일 열린 베트남-태국과의 축구 경기장에서 0대 0으로 비긴 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니시노 아키라(일본) 태국 감독과 악수를 나누기 위해 상대 벤치 앞으로 걸어가는 과정에서 불쾌한 상황이 발생했다.

세르비아 출신의 사샤 도디치 태국 골키퍼 코치가 박항서 감독을 향해 ‘키가 작다’는 듯한 제스쳐와 함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자극했다.

당시의 현장을 굳이 해석하자면 ‘키도 ⨯만 합니다요~’하는 식이었다.

니시노 감독과 악수를 나누는 과정에서도 도디치 코치의 빈정대는 듯한 야유가 계속되자 박 감독의 화가 폭발했다. 도디치 코치가 서 있는 쪽으로 다가가 비신사적인 행동에 대해 항의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주변 관계자들이 만류해 몸싸움 등 불상사는 없었지만, 박 감독은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장에서도 해당 상황이 논란이 됐다.

박 감독은 단지 그 장면만이 아니었다. 경기 내내 그 코치는 나를 보며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면서 심리전이라고 생각하며 참고 참았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축구협회는 도디치 코치의 행동이 박 감독에 대한 심리전을 넘어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베트남 사람을 조롱한 행위로 봤다. 국가적 분노라고 보고 해당 행동에 대해 인종차별적이라는 이유로 AFC에 제소했다.

베트남 축구 관계자는 동남아 축구를 대표하는 라이벌 대결인 만큼, 심리전도 없을 수 없다면서도 그렇더라도 상대 지도자를 조롱하고 체격을 비하하는 등 상식 밖의 행동까지 수용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베트남축구협회가 제소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의 신격화된 국민 영웅이라는 점에서 박 감독을 그렇게 비아냥한 것은 국민적 모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감히 우리의 영웅에게?’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또다른 이유도 있다. 베트남 남성들의 평균키가 164~165cm로 알려져 있다. 그에 비해 박항서 감독은 키가 166cm이다. 박 감독의 키가 한국에서는 작지만 베트남에서는 작은 것만은 아니다.

박 감독은 2017년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를 맡으면서 내가 키가 작으니까 키 작은 선수들의 비애를 너무 잘 안다고 말했다. 감독으로서 작은 키를 극복할 비장의 무기를 갖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그런 소신 덕에 감독에 발탁됐다.

이런 사유 때문에 태국 코치의 박 감독에 대한 비아냥은 아시아에서 작은 키를 가진 베트남 전체 국민들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신체를 비유한 것은 있어선 안 될 일이지만 국제적으로는 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물며 국가간 신성한 스포츠 행사장에서는 더더욱 금기시 돼야할 일이다.

가시는 남을 찔러서 아프게 한다. 그리고 상처를 내서 피를 흘리게 한다. 가시는 자신을 침략하는 외세에 대해 방어용으로 사용됨이 당연하다.

반대로 국가의 동량이 되도록 옳곧게 크는 나무는 남을 헤하려는 가시를 두지 않는다.

인간 사회에서도 가시를 가진 인재는 훌륭한 거목이 될 수 없다.

남을 찔러 피나게 하지 않고 훌륭한 인격체로 우뚝서는 인간이 진정한 인간이다.

/백형모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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