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 설 // 재능나눔이 보편화된 사회를 꿈꾸며
// 사 설 // 재능나눔이 보편화된 사회를 꿈꾸며
  • 장성투데이
  • 승인 2019.12.3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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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남에게 기부한다는 말은 참으로 고귀하고 어려운 말이다,

그러나 연말연시를 맞아 너무 쉽게 하고 헤프게 사용되기 때문에 그 품격이나 가치가 기대 이하로 하락한 느낌이 들 뿐이다.

신문이나 TV에서 이런 일을 너무 많이, 앞 다투듯 보도하면서 ‘앞으로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놀 사람들은 이런 일을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시사했던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면 우리사회가 얼마나 삭막할까’라는 자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여러 종류 기부 가운데서도 ‘재능기부’는 특별히 값진 기부로 받아들여진다.

재능기부 또는 재능나눔이란 개인이 가진 재능을 사회 또는 타인에게 기부한다는 의미다. 그것은 재능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하고 싶어도 재능이 없는 사람은 불가하다는 뜻이다.

재능이 있는 사람 가운데 자발적 나눔의 의사가 있는 사람만이 가능하다. 얼마나 값진 것인가?

이 재능기부의 한 분야로 ‘프로보노’가 있다.

이 말은 ‘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의 라틴어 ‘pro bono publico’의 줄임말이다.

원래의 의미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서비스를 공익 차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말하는데, 법조계에서는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무보수로 변론이나 자문을 해 주는 봉사활동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프로보노들은 자신의 전문적인 분야에서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자원봉사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기선 장성군농협지부장이 연말에 퇴임하면서 시간이 허용하는 대로 지역사회에 재능기부 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가진 것은 농업에 대한 해박한 전문지식이다. 요즘의 농업 추세를 진단하고 유통구조와 판로 개척 등에 누구보다 폭넓은 안목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경험들을 퇴직 후 이 지역에서 머물면서 장성 농업, 또는 농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쏟겠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농민 속으로 들어가 농사를 짓고 새싹삼 재배를 위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과 소통을 거듭하며 공선회를 조직하는 등 구체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농민들이 잘 모르는 일에 앞장서서 지도해가며 정부나 지자체에 도움을 받도록 하는 등 농민들 실익을 위해 이미 발을 담갔다.

전문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퇴직할 경우, 대부분 비슷한 업종에 재취업하거나 영리를 찾아 나서는 것과 다른 차원을 본다.

참으로 가상한 일이다.

우리 사회에 이러한 재능나눔이 말없이, 널리 확산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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