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밥 한번 먹다가 열 번 뱉어라’ - 인재를 얻는 법 -
[편집국 칼럼] ‘밥 한번 먹다가 열 번 뱉어라’ - 인재를 얻는 법 -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0.02.03 1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상엔 영원한 전쟁도, 영원한 평화도 없다”

오랜 세월 동안 소설과 영화로 우리에게 다가온 삼국지는 이렇게 역설한다.

천하의 난세를 평정하여 치세로 나가기 위한 권력을 두고 펼쳐지는 영웅호걸들의 이야기, 삼국지는 18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이 내세우는 ‘정의’라는 대의명분 마저도 전쟁을 정당화하는 이유에 불과했다.

삼국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삼고초려(三顧草廬) 고사성어엔 깊은 철학이 숨어있다.

신야 땅의 유비가 난세를 구하기 위해 융중 땅의 ‘누워있는 용’이라 칭하는 와룡선생, 즉 재갈공명을 만나러 간다. 하지만 공명은 그가 올 줄 알고 여행을 떠나버린다. 유비는 낙심하여 돌아오는 길에 공명의 제자 최주평을 만난다. 유비는 그를 공명 선생으로 착각하고 예를 갖춰 대한다.

“저는 선생의 제자 최주평이라 하옵니다. 그런데 어찌 우리 선생을 찾으시는 겁니까?”

“지금, 천하가 어지럽고 예법은 무너져 백성이 도탄에 빠져있습니다. 공명 선생을 만나 나라를 안정시킬 가르침을 얻고자 하는 중이오”

“훌륭한 뜻이십니다. 하지만 치세가 있으면 난세도 있는 법, 치세와 난세의 인과관계는 영원한 법입니다.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지요, 난세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

“황실의 종친으로 부끄러울 따름이요, 어떻게든 난세를 평정하고 한 왕조를 부흥시키고 싶소”

“장군의 큰 기개에 탄복하오. 물론 난세는 짧을수록 좋고, 치세는 길수록 좋겠지요. 장군 같은 영웅이 있다는 건 천하와 조정의 큰 복입니다.”

“선생의 그 재능으로 난세를 함께 평정하지 않으시겠소?”

“하하, 저는 대업이나 공명에 마음을 비웠습니다. 저는 강가에서 차나 즐기고 싶습니다.”

공명의 제자에게 퇴짜를 맞고 돌아서는 유비는 몰래 탄복한다.

“공명 선생의 학생조차 이렇게 심오하니 공명은 과연 어떨지...”

그리곤 뒤돌아 서로 갈 길을 간다.

계절이 바뀌어 한겨울이 찾아온다. 유비가 때를 기다리다 못해 관우에게 묻는다.

“아우야, 공명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지낼까. 중원은 전란 속이라 위험하고 섣달로 접어들었는데...”

“공명의 소식을 닷새 간격으로 알아보고 있는데 아직도 안 돌아왔답니다. 그런데 생판 얼굴도 모르는 남인데 어찌 그런 걱정까지 하십니까?”

“얼굴 한번 못 봤지만 우린 서로 통한 데가 있다. 어제 꿈속에서도 만나 마음을 터놓고 천하를 논했다.”

계절이 여러 번 바뀌고 난세가 계속되던 그 때, 그렇게 기대하던 공명이 왔다는 소식에 유비는 3형제와 함께 융중을 찾아간다. 세 번째였다. 유비는 공명의 고향인 융중 와룡강에 도달하기 2리(약1km) 전부터 말에서 하차해 걸어가자고 한다. 선생을 만나려는데 예를 갖추자는 것이었다.

그러자 장비가 역정을 내며 만류한다.

“형님, 2리 밖에서 걷는다고 해서 누가 알아줍니까?”

“아니다. 걸어가는 것도 성의다.”

“형님, 제갈량이 숲속을 어떻게 안다고...”

“위로는 하늘이 있고 아래로는 땅이 있는 법이지. 사람의 선과 악은 하늘과 땅이 보고 듣는다. 성의는 자기 자신에게부터 보여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되는 유비와 재갈공명. 하지만 마지막까지도 그를 배려하는 마음이 돋보인다. 공명의 하인이 ‘공명선생이 어제 밤에 돌아와 주무신다’고 말하자 집 안으로 들어선 유비는 ‘깨우지 마시오,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겠소’라며 기다린다.

집안으로 들어간 유비는 세 시진이나 그 자리에서 서서 공명이 일어나길 기다리지만 안 일어나자 장비가 침소 옆 낡은 원두막에 불을 질러 연기를 피움으로써 공명을 일어나게 만든다.

이렇게 모진 삼고초려의 인연을 딛고 만난 유비와 재갈공명의 첫 대좌.

“공명 선생, 천하가 어지러워지고 예법이 무너져 백성은 도탄에 빠졌소. 황실종친으로서 매일 남쪽 하늘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오. 천자의 명을 받들어 한을 재건하고 백성을 구하기 위해 여러 번 거병했으나 덕이 얕고 재주가 없어 연전연패하니 여러 번 집을 잃고 천하를 떠돌았소. 자결로 모든 걸 끝낼까 생각도 했소.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오. 세 번이나 선생을 찾은 것은 큰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요.”

대업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도와 달라고 무릎을 꿇고 삼고초려를 아끼지 않는 유비와 의기투합한 재갈공명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된다.

우리는 여기서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진리를 깨닫는다.

‘사람을 귀히 여기라’는 선인들의 가르침이다.

사마천은 사기에 ‘일목삼착 일반삼토’라는 교훈을 준다. 은나라를 정벌하고 주나라를 세운 주공이 왕의 아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재를 귀히 여겨 ‘한번 목욕하다가 머리카락을 세 번이나 움켜쥐고 나왔으며, 한번 식사하다가 먹던 것을 세 번이나 뱉어내고 나왔다’는 뜻을 이렇게 말했다.

한순간의 소홀함으로 인재를 놓치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이 말은 훗날 제왕들이 ‘밥 한번 먹다가 열 번이나 뱉고 나와 손님을 맞이했다’는 뜻의 ‘일반십토(一飯十吐)’라는 고사성어로 나타난다.

삼국지는 ‘세상엔 영원한 전쟁도, 영원한 평화도 없다’고 가르친다. 난세를 바꾸는 주인공들은 인재들이었다.

인재를 바로 볼 줄 알고 귀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

/편집국장 백형모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