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코로나 현장을 가다
르포-코로나 현장을 가다
  • 최현웅 기자
  • 승인 2020.03.02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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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직격탄 맞은 장성경제 ‘매출 반토막’

읍내·농촌 불문, 서로 왕래 꺼려 ‘썰렁한 도시’
식당가, 많게는 1/10 매상 하락 ‘지원책 시급’
음식점·카페·술집·마트까지 줄줄이 ‘아우성’

코로나19 여파가 장성에 밀려오면서 중심가인 장성군청 앞은 평일 정오 무렵인데도 거리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슷한 시각의 장성역 앞의 음식의 거리.

 

 

 

 

 

 

 

 

 

 

“전쟁나면 이럴까 싶어요. 여태껏 장사하면서 이렇게까지 손님이 없었던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지난달 26일 점심을 앞둔 장성읍 청운동의 장성향군회관 옆 신일회관 이상균 대표는 장성의 침체된 경제상황을 전쟁에 빗대어 얘기했다.

장성읍 시가지는 한산하기 그지없고 인근 상가와 식당가는 점심을 먹으려는 장성군청 공무원과 회사 직원들 몇몇의 발길 외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마저도 군청 구내식당이 휴무하지 않는 월·수·목요일 점심시간은 작업복 차림의 노동자 몇 사람만이 식당을 출입하거나 지인으로 보이는 사람끼리 한산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장성투데이 취재진은 장성읍 터미널 부근, 성산 일대 상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휩쓸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담아봤다. 코로나19의 여파는 경제활동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외출을 극도로 자제함으로써 지역경제 침체와 지역민 삶의 패턴까지 바꿔 놨다.   /편집자주

 

음식업소 치명타…점심 장사로 버티기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지역민은 역시 관내 요식업 종사자들이었다. 청운동 신일회관 이상균 대표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손님이 10분의 1로 확 줄어들었다. 몇 달 전부터 예약했던 고객들의 예약취소가 줄을 잇고 지난달까지만 해도 간간이 오던 저녁 손님들마저 발길이 뚝 끊어 졌다. 점심시간에도 인근 보건소에 근무하는 손님 몇 빼고는 식당 앞을 지나치는 사람들의 발길마저 한산하다.

이 대표는 “그나마 우리는 종업원을 안 써서 그렇지만 종업원을 많이 고용한 음식점들 상황이 더 나쁠 것이다. 우리도 이대로 한 달 이상 장기화한다면 문 닫는 게 나을 판국”이라며 한숨지었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성산의 ‘낙지한마당’ 변금자 대표는 최근 확연히 줄어든 손님으로 인해 그동안 함께 일하던 4명의 종업원 중 하루 3명의 종업원만 일하고 번갈아 가면서 근무하도록 했다.

이처럼 손님이 계속 줄어든다면 지금의 종업원들을 챙길 인건비마저 벌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변 대표는 “뉴스에 광주에 확진환자가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손님이 점차 줄더니 대구 신천지교회에 다녀온 광주 확진자가 있다는 발표가 난 이후 손님들의 발길이 완전히 끊기다시피 했다”며 어려워진 지역 경기를 하소연했다.

변 대표는 평일에는 평소의 20~30%의 손님만이 찾아오고 주말에는 그나마 10%대로 줄었다고 답답해했다. 변 대표는 이어 그나마 점심 시간대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져 영업은 지속하고 있지만, 저녁 손님은 이제 없다시피 해 문 닫는 시간이 빨라졌다고 말했다.

통닭·카페 “7시면 발길 끊겨” 배달로 유지

장성역 인근 축협 골목 ‘제성이 엄마 손맛 식당’ 김명자 대표는 “장사요? 말도 말아요. 코로나인지 뭔지 때문에 점심시간인데도 가게 앞을 지나는 사람들조차 안 보여요. 오늘은 점심시간 에 딱 한 손님 받았어요. 그나마 근근이 반찬 사러 오시는 손님들이나 있지 점심이고 저녁이고 손님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예요”라며 한산한 지역 경기를 설명했다.

청운동 산림조합 인근 ‘손달옥 한방왕족발’ 손달옥 대표는 최근 2~3주 사이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70~80%까지 줄어들었다면서도 “우리는 그나마 배달도 하고 상황이 좀 나은 편이지만 지역 내 사정이 정말 심각한 가게들이 많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직은 장성지역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보고가 없지만, 만약 장성에도 확진자나 발열반응 환자가 나왔다는 소식이라도 들린다면 방문 손님은 받지 않고 배달만 다닐 생각”이라고 밝혔다.

아예 취재진을 꺼리며 경계하는 음식점도 있었다. 장성역 인근 아무개 식당은 취재진을 보자 손사래를 치며 “사장이 없어 할 말이 없다. 바쁘니 나중에 오라”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기도 했다.

음식점뿐 아니다.

반구다리 로터리 인근에서 수년째 통닭집을 운영해왔다는 ‘두 마리 옛날통닭’ 김 아무개 대표는 “지난 설 명절이 지나고부터 손님이 차츰 줄어들더니 이번 코로나 사태 이후 급속히 손님이 줄어 평소의 절반 장사도 안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평상시 같으면 저녁 9시에도 맥주와 통닭을 드시러 오시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오후 7시만 되면 사람 구경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음식점뿐 아니라 지역경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커피숍과 카페도 마찬가지.     

마트도 60% 타격…‘주변 협조·도움 절실’

농협 장성군지부 앞 사거리에 위치한 카페 ‘커피 인 하루’ 김영숙 대표는 “2~3주 전부터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나마 지금 오시는 손님들도 친구나 오랜 말벗들이에요. 경기가 안 좋았을 때도 한두 자리씩 손님이 있었으나 코로나 사태 이후 일반인의 발길이 뚝 끊겨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라고 하소연했다.

이 카페는 터미널이나 장성역 주변 음식점 등에서 식사를 마친 뒤, 차나 커피를 마시러 오는 고객들이 제법 있던 카페다.

마트 역시 코로나 여파를 피해가진 못했다.

건보공단 인근 대형 식자재 마트 역시 최근 2~3주 사이에 매출액이 20~30% 감소했다. 마트 관계자는 올 초 할인 기간에 비하면 60% 이상 매출이 줄었으며 최근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더욱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인근 타 매장에서는 일부 소비자들이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해 사재기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고 들었으나 우리 마트에선 그런 손님은 없었다”고 부연 설명했다.    

지난해 말 지역 내 다문화가정의 입맛을 겨냥해 우체국과 농협 군 지부 사이에 새롭게 개업한 ‘아시아마트’ 역시 코로나의 직격탄을 피해갈 수 없었다.

아시아마트 ‘나타쿤’ 대표는 지역 내 아시아 각국 음식과 생필품 등을 판매하는 유일한 곳이라는 이점 때문에 손님들이 꽤 있었지만 코로나 열풍으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의 가족들마저 발길이 뜸해졌다고 말했다.

나타쿤 대표는 “그동안 아시아마트를 이용해오던 외국인노동자들조차 거리에 나다니길 꺼려 지난 2~3주 동안 매출액이 20~30% 가까이 줄었다”고 말했다.

영업 중인 가게만 직격탄을 맞은 게 아니다. 최근 수산리 인근에 찻집 개업을 준비 중이던 김 아무개 대표는 개업 시기가 코로나의 확진 시기와 맞물려 개업 일자를 무기한 연기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이처럼 지역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지역민들은 뾰족한 대책도 없이 잠잠해질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데 상황의 심각성을 더한다.

장성군 의회 이태신 의원은 “군의회도 지역경제 살리는데 다각적인 노력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며 “군민 모두 힘을 합쳐 슬기롭게 이겨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현웅 기자

점심을 먹기 위해 평상시 줄을 서서 대기할 정도로 붐비던 청운동 해운대 식당이 점심 시간인데도 가운데 자리가 텅 비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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