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4년 전 국민의당 교훈…민주당 당선자는 자만하지 말라
[편집국 칼럼] 4년 전 국민의당 교훈…민주당 당선자는 자만하지 말라
  • 장성투데이
  • 승인 2020.04.2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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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라들다’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아마도 ‘활짝 펴다’ ‘활개 치다’ 정도면 맞을까.

15일 치러진 21대 총선을 두고 거대 양당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날 오후 6시 15분, TV 출구조사가 발표된 이후부터 드러난 국민들의 표심은 더불어 민주당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미래통합당에게는 치명적인 어퍼컷을 날렸다.

선거는 어느 선거를 막론하고 뚜껑을 열고 나면 허망하다. 뚜껑이 열리기 직전까지 궁금해 죽을 것 같지만 까놓고 보면 너무도 황당하다. 진실은 간단명료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날 TV를 통해 국민 앞에 비춰진 정당 책임자들의 모습은 명확하게 희비가 엇갈렸다.

민심은 중엄했다. 호남에서 한 석도 남기지 않는 민주당 싹쓸이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냉혹했다.

4년 전에 호남 벌판에 불었던 그 뜨거웠던 국민의당 열풍은 모래위에 쓴 글씨와 같았다. 광주 8석과 전남 10석의 지역구에서 아무 흔적도 없었다. 당시를 못 잊고 민생당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고군분투하던 현역 의원들은 중진 여부를 막론하고 나가 떨어졌다. ‘설마 이럴 수가’라는 표현이 맞다. 민주당 열풍이 거세지면서 오죽하면 민생당 후보들이 ‘당선되면 제가 민주당에 입성하겠습니다’라고 외쳤을까?

반면 문재인 대통령과 전통 호남 민주당의 후광을 업은 더불어 민주당 후보들은 전원이 영광의 금배지를 목에 걸었다. 목포 등 일부지역에서는 사투를 벌이기도 했지만 몇몇 지역은 공천장이 바로 당선증이었고 나머지도 상당수가 너무 쉽게 선거를 치렀다.

그러다보니 후보자들의 정책 들여다보기나 인물 검증하기는 뒷전으로 밀렸다. 민주당 공천권을 위한 당원확보 경쟁에서부터 여론조사 등에 사활을 걸었을 뿐이고 공천 뒤에는 경쟁다운 본선 경쟁 없이 국회로 무혈입성하는 모양세가 됐다.

이번 총선에서 호남에서 대구 경북권이나 부산 지역을 바라볼 때 ‘어찌 저럴 수가’라며 어처구니없는 눈으로 바라본 것처럼 그쪽에서 전라도를 그런 시각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게 됐다.

호남의 여러 지역구 선거와 마찬가지로 담양·함평·영광·장성 선거에서 나타난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에 대한 민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전남 최고 득표율인 82%라는 전폭적인 지지도를 보여줬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너도 나도 민주당’이라는 단어가 어울릴지도 모른다. 한쪽에선 ‘깜깜이 선거’라거나 ‘묻지마 투표’라고 부르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민심이라면 민심인데 어쩌랴.

다만 지금까지는 투표장 안팎에서 나타난 민심의 발로였으니 앞으로는 민주당과 이개호 당선자의 응답과 활동으로 보답해야 할 차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당은 자신도 모르게 피어나는 일당독재의 아편에 중독되지 않아야 한다.

지역 정가를 살펴보면 대통령으로부터 시작해서 지역구 국회의원, 도지사, 도의원, 군수, 군의원으로 이어지는 모든 선출직 정치권이 온통 민주당 한 색깔이기 때문에 견제구를 날릴 사람이나 대안 세력이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으로서는 ‘누가 우리의 앞길을 막으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치명적인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부터 정치권은 썩어 들어간다. 그 결과적 피해는 지역발전의 퇴보와 지역민의 불행으로 남겨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지역 정치권이 결코 그렇게 사리분별 없으리라 생각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파심이 드는 이유는 뭘까?

4년 전 국민의당 돌풍이 다음에 재연되지 말란 법은 없다.

어느 정치인이 말했다.

“민심은 아침과 저녁이 다를 수 있다”고.

5월 30일부터 시작되는 21대 국회 입성을 축하하며 군주민수(君舟民水)의 교훈을 잊지 않기를 당부한다.              /편집국장 백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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