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20% 시청률 ‘부부의 세계’…당신의 가정은 안녕하십니까?
[편집국 칼럼] 20% 시청률 ‘부부의 세계’…당신의 가정은 안녕하십니까?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0.04.27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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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란 뭣일까?”

“사랑하는 사람을 그토록 서로를 잔인하게 몰아붙인 원인은 무엇일까?”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주인공 지선우(김희애 분)가 수없이 대뇌이던 궁극적인 화두였다.

큐피트 화살을 맞고 비애와 통한의 한 가운데서 비틀거리던 선우는 인생을 건 반격을 개시한다. 

“사랑, 맹세, 명예, 지키려는 것이 그 무엇이든 간에 지금 우리에겐 아무것도 없다. 더러움 뿐이다. 이제부터는 배신감에 열 받은 나의 복수가 있을 뿐이다. 배신감은 잊혀지지 않는 법이니까…”

선우의 분노의 눈동자는 직장과 가정에서 독한 가시로 돋아난다. 그러나 정작 가정에 파탄을 불러일으킨 외도의 주인공 이태오(박해준 분)는 모든 원인을 상대에게 돌린다.

“우리를 망친 건 너의 악랄함이야!”

태오는 자신의 행동을 뒤돌아볼 줄 모르고 부인의 탓으로 치부한다.

“자신의 감정을 걸러내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정신분열증세가 모든 것을 망쳤을 뿐이라고~”

불륜의 원인을 서로에게 돌리며 서로 목을 겨누는 긴장과 스릴을 통해 다음 편을 기다리게 만드는 막장드라마.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시름하고 있는 시즌을 노려 안방을 점령한 종편 JTBC의 금토 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흥미 유발 스토리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안에 갇혀 있어야만 했던 집콕 여심을 사로잡은 이 드라마가 시청율 20%를 넘어섰다. 지선우의 분노가 폭발하는 순간 시청율은 24%에 달했다. 횟수를 넘길수록 얼마나 인기를 모을지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부간 사랑과 배신이라는 기본 설정과 자녀가 얽혀있는 가정이 배경이라는 것은 여타의 드라마와 다름없다. 독기 뿜은 부인의 복수혈전이 있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평범한 주제로 보이는 이 드라마가 시간이 지날수록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자들은 남자들이 ‘본능’이라고 치부하는 여성 편력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긋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안방의 여심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더 큰 긴장과 스릴이 뒤따르는 이유는 가상의 드라마이지만 이같은 상황 설정이 실제로 ‘나의 가정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 때문 아닐까?

비유되는 또다른 현실 드라마가 있다. ‘부부의 세계’의 모델 사례로 불리는 영화감독과 영화배우의 사연이다.

지난 2016년, 홍상수(56) 감독과 배우 김민희(34)의 불륜설은 세상을 뜨겁게 달궜다. 당시 홍상수의 부인은 여러 매체를 통해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불건전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폭로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민희는 홍 감독과 미국으로 떠났다. 그 뒤에 이들은 부부생활을 계속하면서 “저희 둘은 여전히 사랑하는 사이다”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홍상수는 일기장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힘든 게 사라지고 마치 천국에 와 있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그러자 홍상수의 부인은 “마치 내가 나쁜 여자가 된 것 같다”고 현실을 부정하며 김민희에게 “내 남편을 돌려달라”고 애원했다. 부인이 김민희의 어머니에게까지 딸의 마음을 다잡아 돌려달라고 애원하자 그 어머니는 “바람난 남편의 아내가 더 아플까요,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딸의 엄마가 더 아플까요”라며 “함부로 말하지 말아 달라. 곱게 키운 딸이니까”라고 모정을 보였다.

그런데 3년의 세월이 흐른 최근, 베를린 영화제에서 영화 ‘도망친 여자’로 감독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은 시상식에서 호명되자 옆자리에 나란히 앉은 김민희와 다정한 포옹으로 사랑을 과시했다. ‘평생 환영받지 못할 관계가 될 것’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보란 듯이 무시한 그들의 사랑이었다.

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한 현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에 황혼 이혼 등이 늘어나면서 11만800쌍이 이혼했다. 이혼이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헤어지는 부부의 이혼사유는 외도.부정이 43%, 경제적인 이유가 36%, 성격 차이가 21%였다. 

부부간의 갈라진 틈에는 외도가 가장 중요한 사유였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도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내가 할 경우, 그 행위를 정당화 할 수 있는 명분을 붙이고 싶은 것이다. 남성은 사회적 존재에 필요한 명예와 부를 위해, 여성은 너무 힘들고 지친 인생에 잠시 기대고 싶은 일탈로 해석한다.

인륜을 배반한 불륜의 댓가가 어떻게 나타날지 ‘부부의 세계’ 다음 방영이 기다려진다.

가정의 달인 5월을 앞두고 가정의 평화를 기원하며 묻는다.

‘당신의 가정은 안녕하십니까’ /편집국장 백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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