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다가온 교실 없는 수업혁명 ‘이상 무’
현실로 다가온 교실 없는 수업혁명 ‘이상 무’
  • 김지연 기자
  • 승인 2020.04.2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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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관내 12개초, 8개 중 ‘일사불란’…일부는 등교
교육청·학교·교사·학부모연대…시행착오 속 ‘초긴장’
“얘들아 어디부터 풀어야지?”사상 처음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 교사가 가정에 머물고 있는 학생들과 화면을 통해 수학 계산을 하며 질문과 응답을 주고받고 있다.
“얘들아 어디부터 풀어야지?”사상 처음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 교사가 가정에 머물고 있는 학생들과 화면을 통해 수학 계산을 하며 질문과 응답을 주고받고 있다.

예기치 않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교실 혁명이 이뤄지고 있다.

3월 초 개학 관례가 깨지고 4월까지 연기되면서 학생들이 학교에 나가지 않고 수업이 이뤄지는 교실 없는 수업, 교사를 직접 마주하지 않는 교실없는 교육이 현실 속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교육부 방침에 따라 지난 4월 9일 중·고3학년의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뒤 20일부터는 초등학교 1.2.3학년생들의 온라인 개학이 이뤄지면서 우리나라 교육현장은 온라인 수업 시스템으로 전환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완료되는 시기까지’라는 한시적 운용이지만 ‘이런 수업도 충분히 가능하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온라인 개학으로 학생들은 처음에 얼굴을 보지 않는 상태에서 같은 반 급우들이 누구인지 몰랐지만 온라인상으로 인사를 나누고 정이 들기 시작했다.

정식으로 등교하여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번호를 부여받고, 자리를 배치하고, 과제물을 검토하던 전통적 수업과 교실 풍경은 현재 잠시 뒤로 미뤄졌다.      

자칫 이대로 가다가는 교실과 교사가 필요치 않는 시대가 옴으로써 미래에는 학교와 교사의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 아이냐는 의구심마저 제기된다.

“학생들이 없어요~”온라인 수업으로 학생들이 하나도 없는 텅빈 교실을 학교 관계자들이 지도점검하고 있다. 학교도, 교사도, 학생도 처음 대하는 온라인 수업에도 불구하고 큰 혼란없이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이 없어요~”온라인 수업으로 학생들이 하나도 없는 텅빈 교실을 학교 관계자들이 지도점검하고 있다. 학교도, 교사도, 학생도 처음 대하는 온라인 수업에도 불구하고 큰 혼란없이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 수업이 이뤄지는 22일 오전 10시 성산초등학교 3학년 교실.

장민지 담임 교사가 테이블에 PC 3대를 설치하고 웹캠과 마이크, 핸드폰 거치대를 둔 상태에서 혼자서 자유롭게 학생들과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앉아 있어야 할 20명의 의자는 텅 비어있었다.

장 교사는 학생들과 화상 연결망을 통해 아침 조회를 마치고 45분 수업, 15분 휴식 시간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어색한 화상 인사말을 위해 집에서 연습하며 동영상을 제작했다. 직접 대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였다. 밤새 준비한 인사말 이외에는 수업 시간에 직접 연출하는 방식이다. 기본 수업은 교육부가 권장하는 e학습터를 활용하고 학습 주제별로 수업 내용이나 과제물을 장 교사가 만들어 제시한다.

오전 11시, 같은 학교 6학년 교실.

권민석 교사는 익숙한 듯 학생들과 화상회의 프로그램에서 질문과 응답으로 이어지는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자, 고장난 회중시계를 잘 읽어 봤지요? 그리고 빙고판 한번 만들어 봤나요?” 그러자 화면 속에서 어린이들 몇 명이 크게 “네” 하는 화답이 들려왔다.

학생들과 교사는 마치 ‘이게 뭐 특별한 수업입니까’라고 반문 하듯 궁금증 없이 부드럽게 수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리곤 “자, 지루할 테니까 잠시 쉬는 시간 뒤에 다시 만나요~”라고 말한 뒤 다음 시간을 기약했다.

권 교사가 이렇게 무난하게 수업을 진행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최첨단 교육시스템을 연구해왔던 탐구열 때문이다.

권 교사는 평소에도 온오프라인 동아리모임을 통해 미래시대를 대비한 첨단교육방식을 꾸준히 준비해왔다. 그 결과물을 교내 다른 교사들과 공유하며 현장에 대비시키는 연습을 거듭하며 교실없는 수업 혁명의 시대를 연습해온 셈이다.

성산초등학교의 수업이 빈틈없이 이뤄지고 있는 배경에는 조희영 교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조 교장은 코로나로 인한 장기 휴학을 예상하고 모든 예산을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학습장비 우선 구입에 편성, 교사들이 손수 필요한 모든 것을 구입하도록 했다. 부족한 PC는 물론이고 웹캠과 스피커, 쌍방 화상 통화 장비 등에 쏟도록 했다. 교사들에게 전폭적인 학습 재량권을 주기도 했다.

“온라인 개학이란 말을 예상이나 했습니까? 교육부에서도 완비된 교육 자료가 없는 상황인데 선생님들이 어제와 다른 오늘의 수업 준비에 얼마나 당황스럽겠습니까. 이런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교사들의 수업 진행을 위해 장비와 학습 교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죠”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재난에 버금가는 교육혼선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총력 대응하는 조희영 교장의 설명이다.
 

“현장에 어려움은 없습니까?”지난 22일 장성 성산초등학교 수업시간을 참관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최미숙 장성교육장(사진 왼쪽)과 조희영 성산초등학교장(오른쪽).
“현장에 어려움은 없습니까?”지난 22일 장성 성산초등학교 수업시간을 참관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최미숙 장성교육장(사진 왼쪽)과 조희영 성산초등학교장(오른쪽).

유례없는 온라인 수업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최미숙 장성교육장


“이런 온라인 수업이 2020년도 학기초부터 이렇게 이뤄질지는 아무도 몰랐죠.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펼쳐지며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수업 혁명이 일어난 거죠”

22일 성산초등학교 학습현장을 방문한 최미숙 교육장은 천지가 개벽하는 듯한 수업 모습에 학교와 교사, 학부모와 학생 모두가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곤혹스러운 사람은 예전의 수업방식을 접어두고 대면없이 수업해야하는 교사들이었다. 그러나 교사들의 차분한 수업 준비 대응과 학생들의 수준 높은 인터넷 활용 실력이 수업 혁신을 가능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고 없는 코로나19의 재난 상황 속에서 체계적 훈련 과정이 없이 불과 1~2개월 만에 이뤄지는 수업이 이렇게 빨리 정착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최근의 온라인 수업이 일사불란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을 보면 대한민국이 얼마나 인터넷 강국인지 알 수 있죠.. 세계 최강의 정보통신국이 확실하다는 증거입니다”고 평가했다.

최 교육장은 “이번 온라인 수업은 교사와 학교가 혼연일체가 되어 수업을 준비하고, 또 시행착오를 겪을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전국 수백만 명의 학생과 교사가 동시에 학습페이지에 접속하면서 화면이 정지되거나 느려지는 것 이외에는 혼란이 없습니다. 가정에서도 학부모님들이 이같은 특수성을 이해하시고 자녀들을 차분하게 이끌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며 첫 온라인 학습에 학생들이 혼선을 빚지 않도록 학부모들에게 당부를 잊지 않았다.

최 교육장은 온라인 개학 이후 장성교육지원청 산하 관내 학교들의 수업 현장에 나가 교사들을 격려하고 실제 진행 상황을 체감했다.

지난 7일 분향초, 월펼초, 장성남중을 시작으로 17일 북이초, 장성백암중, 장성여중을 20일 사창초, 삼계중, 21일 장성중앙초, 22일 장성성산초를 돌아보며 일선 현장의 여건을 파악하고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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